그날 이혼 법정에선 무슨 일이.......
"다들 주민등록증 가져 오셨죠? 이름 부르면 나오셔서 주민등록증 보여 주세요."
"어머, 자기야. 나 주민등록증 안가지고 왔나봐."
"어디에 뒀는데?"
"이상하다. 내가 분명히 챙겨뒀는데 나오면서 그냥 나왔나봐."
"주민등록증 가져오셔야 확인이 됩니다."
여자는 난감한 얼굴로 남편의 뒤를 쫓으며 자리로 돌아왔다.
"다음, OOO씨. OOO씨."
"네."
"합의 이혼이시고, 위자료 2억, 양육비 100만원 맞죠?"
"네"
"그런데 남편분은 안오셨나요?"
"올거에요. 좀 늦나봐요."
다시 돌아온 여자는 분주하게 전화를 걸었다.
'위자료가 2억이라니. 그 남편 선뜻 돈을 주기로 했나보네. 양육비도 와! 대단하다. 부럽다.'
여자보다 그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남편분이 오시지 않으면 안됩니다. 2주 후에 다시 함께 오세요."
"자, 다음. OOO씨. OOO씨."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됐다.
차레를 기다려 들어간 이혼법정은 TV에서 본 그곳과는 달랐다. 판사는 서류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두 사람의 의사를 물을 후 이혼되었음을 알려줬다. 가슴 떨리는 두려움도 없었고, 지나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지도 않았다. 법정을 나온 뒤 법원 옆 골목에 선 우리는 대충 서로를 향해 서 있었다. 굳이 서로 마주보지도 그렇다고 등을 돌리지도 않은 그런 어정쩡한 자세로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이제는 그때의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양육비는 꼭 보내달라는 말과 위자료라고 할 것도 없지만 약속한 2천만원은 아이들과 내가 살아갈 희망이니 제발 보내달라는 그런 이야기를 전했던 것같다.
비스듬히 어긋난 시선 앞으로 아까 법원 대기실에서 만났던 부부(?)가 걸어갔다. 이혼법정에서 보지 않았다면 나는 그들을 그저 평범한 한쌍으로 보고 지나쳤을 거다. 여자는 여전히 주민등록증이 어디에 갔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서로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여자와 남자는 그저 가는 방향이 같았을 것이다. 10여분 전 끝난 전 남편과 나는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다. 법원 골목길을 돌아 정문을 향해 걸어가다 다시 대기실에서 본 위자료 2억의 여자를 만났다. 여전히 혼자였다. 남편은 오지 않은걸까? 2주 후 그들은 결국 이혼했을까? 아니 이혼에 성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