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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Nov 22. 2021

평범하게 사는 것도 힘들다

삶에 진심인 사람들




동네길을 산책하던 중 작은 아이가 내게 물었다.


"난 뭘 하고 살아야 할까?"

"난 어떤 걸 잘하는 걸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화장실에 금붕어를 버리면 바다로 가느냐는 질문은 차라리 답하기 쉽다. 하지만 나도 내가 뭘 잘하는지, 뭘 하며 살지 몰라서 늘 실패하고 부딪치며 살아서 이런 질문엔 할 말이 없다.



얼마 전 큰 아이가 같이 술 한잔하자며 술을 사들고 왔다.  큰 아이는 마지막 잔을 비울 즈음,


"난 내가 생각해도 평범해. 그냥 알잖아. 내가 대단한 사람 아니란 거. 난 평범하게 살 거야. 근데 엄마, 평범하게 사는 것도 힘들더라고."

그렇게 뜬금없이 풀어놓은 취중 이야기는 큰 아이가 휘청대며 겨우 자기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끝이 났다.





내가 아는 고3  남자아이가 있었.

그 아이의 고등학교 3년의 삶은 사고와 사건의 연속이었다. 중학교부터 핀 담배는 고등학교로 이어졌고 아이 엄마는 뻔질나게 담임에게 머리를 숙여야  했다. 내가 들은 학폭위 경력도 열 손가락을 넘어선다.  하루는 길을 가다 어른이 자신을 못마땅하게 쳐다봐서 말싸움이 몸싸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결국 경찰서를 다.


아이는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머리가 나쁘진 않아서 2년제 대학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대학 가기 전에 1500만 원을 버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대학은 무조건 가서 반드시 졸업을 한 뒤 장사를 할 거라며 반짝이는 눈에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난 한참 그 아이를 바라봤다. 그 아이에게 그런 인생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지만 정작 더 놀라웠던 것은 내가 지금껏  내 인생에 계획을 그 아이처럼 확신에 차게 말해본 적이 없다는 거였다.



나는 40대남자를 안다.

카메라가 좋았고 찍는 것이 좋았다는 그 남자는 월급은커녕 밥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청춘의 시간을 현장에서 사진 찍는 일에 바쳤다. 한 번은 그에게 물었다. 돈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왜 고집스레 그걸 했냐고. 남자는 너무 덤덤하게 말했다. 그냥 그게 좋았다고. 난 그 남자를 말없이 쳐다봤다.

난 지금까지 살면서 그저 좋아서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었을까?





박근형 연출가는 연극계에서 유명한 분이시다. 굵직굵직한 연출가상을 여러 차례 받으셨고 독특한 연출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대학을 나오지도, 연출이나 희곡에 대한 어떤 수업도 받은 적이 없다. 또 15년이란 그저 그런 이름 없는 시절을 지나왔다. 그는 사람들이 특별한 성공만을 볼뿐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실패는 보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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