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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사거리에도 봄은 오겠지!

그날의 기억

by 이숙정




불법광고물을 철거하는 사람들과

철거당한 광고물 주인의 고성이 동네 사거리에 울려 퍼진다.

불법이라는 사람과 생존이라는 사람.

뺏길 수 없는 사람과 뺏어야 하는 사람.



봄도 오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동네 사거리는

봄 따위와 연이 없는 삶들이 삐걱댄다.

봄나물을 뜯어 파는 아주머니의 변변치 못한 좌판 주위로 모진 봄바람이 분다.

경전철 개통 플래카드 사이로 분주히 움직이는 일꾼들 곁으로도

따가운 봄볕은 사정없이 내리쬔다.



동네 사거리는 봄 따위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깟 봄 없다한들, 좀 사는 게 삐걱댄다한들 그게 뭐 대수라고.

간과 쓸개를 내놓고도 멀쩡한 사람들이 동네 사거리를 오고 간다.



아저씨는 끝내 플래카드를 뺏겼다.

사실 플래카드를 돌려달라고 악을 쓰고 달려든 것은 아니다.

아저씨도 불법이란 걸 안다. 아저씨는 다만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신세한탄을 하신 것뿐이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저씨는 철거 단속원들이 가고서도 한참을 씩씩대며 서 있었다.

동네 사거리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다.






20151126_132912 (1).jpg 동네 사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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