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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정 Dec 08. 2021

일기 잘 쓰는 법

그런 거 없어요!



두번 째 이야기







일기를 잘 쓰는 방법이 뭘까?

초등학교 숙제에 일기 쓰기가 있었다.

일기 쓰기는 아이들에게 제일 힘든 숙제다.

이유는 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 일기 뭐 써야 해?"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거 써."

"없는데......"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일기 쓰기에 적절한 이야깃거리,

그런 것들이 매일 쏟아지면 일기 쓰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을 텐데.....

슬프게도 하늘에서 비 내리듯 일기 쓸 이야깃거리가 뚝뚝 떨어지는 일은 없다. 


만약 매일매일 기억에 남는 일이 생긴다면?

만약 신기한 일이나, 반성할 일, 혹은 기쁘거나 슬픈 일이 매일매일 생긴다면?

그 아이의 삶은 매우 고달픈 것이 틀림없다.


일어나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집에 오고 또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잠을 자고.

평범하고 지루하고 영화 속 우연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우리 일상이다. 


아이가 쓸 것이 없다면 

그날은 큰일 없이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는 말이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도 좋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기 잘 쓰는 방법이 뭔데?

일기는 혼자 보는 건데 잘 쓰는 방법이 필요할까?

혼자만의 기록을 보겠다는 생각이 애당초 잘못된 것이지.

일기를 잘 쓰게 하려면 보지 않는 것.

내 글을 누군가 보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쓰게 된다는 것.

문장이 조금 어색해도, 맞춤법을 조금 틀려도 신경 쓰지 않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게 된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의 일기는 보지 않는 게 맞다.


이사하려고 짐을 정리하다 발견한 아이의 일기장을 보며 드는 생각,

요즘처럼 내 모든 기록이 공유되고 타인에게 보이는 시대에

나는 진짜 솔직한 내 마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걸까?




십여 년이 흘러 보게 된 큰 아이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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