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루게릭병 환자입니다

by 하울

루게릭이 나를 공격한 지 오래다.

이 병은 내 몸의 가장 깊은 곳,

살아 있다는 증거부터 차례로 지워나갔다.

먼저 손끝이 닫히지 않았고,

그다음엔 다리가, 목소리가,

이제는 숨조차 내 뜻대로 오르내리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내 몸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마치 내가 몸속에 갇힌 투명한 유령이 된 듯하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머리로는 대답하지만,

입은 굳게 닫힌 채 바람 한 점 새어 나오지 않는다.

한밤의 사념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살아온 모든 날들이 눈앞에서 뒤섞인다.

어느 날은 아버지의 공책 냄새가 나고,

어느 날은 오빠의 제상 앞 촛불이 흔들린다.

때로는 첫아들의 울음이

때로는 남편의 마지막 선물이

내 안에서 다시 피어난다.


그 모든 향기와 울음이 나를 붙잡고 있다.

정신은 또렷하다.

그것이 이 병의 잔혹함이다.

내 몸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차갑게 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밤마다 꿈속에서 나는 걷는다.

발가락이 땅을 딛고, 팔이 공기를 가른다.

그러나 눈을 뜨는 순간,

그 모든 것이 환상임을 깨닫는다.

그때마다 심장이 쑥 꺼진다.


숨이 가빠온다.

산소가 아니라 절망이 내 폐 속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쓰고 싶다.

손끝이 말을 잃은 대신,

내 눈동자가 문장을 써 내려간다.

마지막 한 문장이라도 남기고 싶다.


나는 이 병을 미워한다.

그러나 이 병이 아니었다면

나는 ‘살아 있음’이라는 말의 무게를 몰랐을 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도

사랑하고, 회상하고, 용서하고,

그 모든 것을 여전히 느낀다.

이제 나는 곧 호흡기를 단다.


그때부터는 내 숨조차 기계의 박자에 맞춰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나다.

이 정신이 깨어 있는 한,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남긴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작게나마 숨 쉬어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 안의 불씨는 꺼지겠지만,

그 불은 누군가의 가슴으로 옮겨 붙을 테니까.

나는 루게릭 환자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저 살아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