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이 나를 공격한 지 오래다.
이 병은 내 몸의 가장 깊은 곳,
살아 있다는 증거부터 차례로 지워나갔다.
먼저 손끝이 닫히지 않았고,
그다음엔 다리가, 목소리가,
이제는 숨조차 내 뜻대로 오르내리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하지만 내 몸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마치 내가 몸속에 갇힌 투명한 유령이 된 듯하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
머리로는 대답하지만,
입은 굳게 닫힌 채 바람 한 점 새어 나오지 않는다.
한밤의 사념들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살아온 모든 날들이 눈앞에서 뒤섞인다.
어느 날은 아버지의 공책 냄새가 나고,
어느 날은 오빠의 제상 앞 촛불이 흔들린다.
때로는 첫아들의 울음이
때로는 남편의 마지막 선물이
내 안에서 다시 피어난다.
그 모든 향기와 울음이 나를 붙잡고 있다.
정신은 또렷하다.
그것이 이 병의 잔혹함이다.
내 몸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차갑게 목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밤마다 꿈속에서 나는 걷는다.
발가락이 땅을 딛고, 팔이 공기를 가른다.
그러나 눈을 뜨는 순간,
그 모든 것이 환상임을 깨닫는다.
그때마다 심장이 쑥 꺼진다.
숨이 가빠온다.
산소가 아니라 절망이 내 폐 속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쓰고 싶다.
손끝이 말을 잃은 대신,
내 눈동자가 문장을 써 내려간다.
마지막 한 문장이라도 남기고 싶다.
나는 이 병을 미워한다.
그러나 이 병이 아니었다면
나는 ‘살아 있음’이라는 말의 무게를 몰랐을 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도
사랑하고, 회상하고, 용서하고,
그 모든 것을 여전히 느낀다.
이제 나는 곧 호흡기를 단다.
그때부터는 내 숨조차 기계의 박자에 맞춰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나다.
이 정신이 깨어 있는 한,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남긴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작게나마 숨 쉬어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내 안의 불씨는 꺼지겠지만,
그 불은 누군가의 가슴으로 옮겨 붙을 테니까.
나는 루게릭 환자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그저 살아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