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다.
뇌와 척수 속, 몸의 움직임을 지휘하던 세포들이 하나둘 사라지면서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고, 결국 숨 쉬는 근육마저 멈춘다.
의식은 끝까지 또렷하지만, 몸은 점점 말을 듣지 않는다.
이 병은 10만 명 중 1~2명꼴로 나타난다.
보통 50대 후반 이후에 시작되고, 남성이 여성보다 조금 더 많다.
병의 이름은 프랑스의 신경학자 샤르코(Jean-Martin Charcot) 가 붙였고,
야구선수 루 게릭(Lou Gehrig) 이 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며 널리 알려졌다.
그는 ‘강철 같은 사나이’라 불렸지만,
결국 근육이 무너져내리는 병 앞에서는 인간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된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약 10%는 유전으로, 나머지는 이유 없이 찾아온다.
뇌 안의 단백질이 엉겨 신경세포를 망가뜨린다는 가설이 있을 뿐이다.
유전, 환경, 신체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추정된다.
증상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손끝의 힘이 빠지며 시작되고,
누군가는 말을 잇기 어렵거나 음식을 삼키지 못한다.
결국 대부분은 움직임을 잃고, 호흡기에 의지해 살아간다.
감각은 멀쩡하다.
몸이 서서히 굳어가는데, 그 모든 과정을
환자는 끝까지 느끼며 지켜본다.
그것이 이 병의 가장 잔혹한 부분이다.
진단에는 특별한 단서가 없다.
근전도 검사와 MRI, 여러 소거검사를 통해
비슷한 병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이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병명을 듣기까지 긴 시간을 떠돈다.
치료제는 아직 손에 꼽힌다.
진행을 늦추는 약 릴루졸,
산화 손상을 막는 에다라브원,
그리고 일부 줄기세포 치료제가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완치’라는 단어는 아직 이 병의 사전에 없다.
진단 이후 평균 생존 기간은 3~4년,
그러나 어떤 이는 10년, 혹은 그 이상을 버틴다.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이 그랬다.
반세기 넘게 병과 공존하며,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우주의 수학을 써내려갔다.
루게릭병은 우리에게 묻는다.
“몸이 멈춘 뒤에도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