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말스러운 미소를 띤 홍매화가 하늘을 향해 서 있다.
꽃이 한창이다. 텅 빈 뜰 한가운데서 혼신의 힘으로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홍매화는 다른 매화보다 향기가 강하다.
죽음을 맞이한 사람의 육신도 불길 속에서 저 홍매화처럼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향기를 남기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버지는 꼬박 일 년을 중환자로 지내셨다.
서서히 육신을 하나둘 의료기기에 맡기더니,
급기야 의식마저 잃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게 되었다.
“어서 일어나서, 예전처럼 호통도 좀 쳐보세요.”
내 말이 들렸던 걸까. 아버지는 눈물을 또르르 흘리셨다.
의사는 의식이 없는 환자의 눈물에 의미를 두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 후 아버지의 상태는 급속히 나빠졌고,
의사는 사망을 선언했다.
아버지의 몸에서 기계들을 떼어내는 동안,
나는 밖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마치 어미의 몸과 분리되기 위해 탯줄을 자르는 아기처럼,
아버지는 이승과의 인연을 끊고 계셨다.
칠순 잔치를 삼 년 앞두고 떠나신 아버지는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느라,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셨다.
그때 나는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처음으로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다.
우주의 시간을 1년으로 줄이면 인류의 역사는 단 1초,
지구의 하루로 줄이면 인간의 시간은 겨우 56초라고 한다.
찰나를 살다가 다시 영원으로 돌아가는 인생이라면,
나의 삶도 결국 물거품 같은 것이 아닐까.
그 생각도 잠시, 문상객을 맞느라 정신이 없었다.
삼일의 시간은 금세 흘렀고,
당신이 생전에 미리 준비해 두신 자리에 조용히 모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