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어른 노릇 1

by 하울

올해 추석은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 하라 했다.

전염병이 창궐하자 집 단속, 몸 단속을 잘하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쏟아진다.

의료진의 조목조목한 설명이 덧붙자, 며느리들도 이제는 당당히 시댁을 가지 않아도 되는 명분을 얻었다.

내가 새댁이던 시절, 명절 전날은 잔칫집이었다.


마당엔 가마솥을 걸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투망으로 건져 올린 미꾸라지를 푹 삶아 푸성귀를 썰어 넣은 추어탕은 온 집안의 자랑이었다.

남자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면, 며느리들은 노동력을 우려내듯 허리를 굽혔다.

집안이 넓어 식구도 많았다.


서른 명 가까이 모이면 현관은 신발로 덮였다.

“고기를 더 내와라!” “전 좀 더 썰어 달라!”

명절은 늘 전쟁 같았다.


그땐 생각했다. ‘언제쯤이면 나도 며느리 역할에서 벗어날까.’

삼십 년이 흘러, 이제 며느리가 생겼다.

세상은 달라졌다.

이제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본다.


냉장고 속 검은 봉지를 예쁜 통으로 바꾸고,

행주질에 힘을 주며 주방을 단장한다.

처음 명절을 쇠러 오는 며느리에게 어수선한 모습을 들킬까 두려워서다.


명절이면 시부모를 위해 수선을 떨던 며느리는,

이제 며느리를 위해 분주한 시어머니가 되었다.


남편의 손도 빌렸다.

욕실 청소를 맡기고, 문틀의 먼지까지 닦으라 했다.

투덜대던 남편도 어느새 베란다까지 닦고 있다.

“청소 당번이냐”는 불평 속에도 은근한 즐거움이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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