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KCHIC Dec 11. 2017

04

<카페에서>

2017, DYED, Gyodong, Daegu


창 밖으로 겨울이 가득 차 있다.


 몇 주 전만 해도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하더니 어느덧 앙상한 가지들만 거미줄처럼 엮여있다. 눈이나 내렸으면. 혹여 눈이나 내린다면 그 핑계로 함께 거닐 수 있을까. 함께 거닐다 손이라도 잡을 수 있을까. 그러다 눈이라도 맞출 수 있을까. 눈이나 내린다면.


 카페 앞 통 창문이 큰 프레임과 같다 생각할 때 즈음, 그 프레임 안으로 네가 들어온다. 아니, 너의 작은 회색 스파크가 들어온다. 잠시 멈추는 듯하다 일자 주차를 하려는지 앞으로 나왔다가 오른쪽으로 앞바퀴를 끝까지 꺾는다. 이윽고 후진을 하는데 아귀가 안 맞는지 계속 전진과 후진을 반복한다. 귀엽다. 아마 운전이 서툰가 보다, 생각했다. 그녀의 완벽한 유리창 틈새로 자그마한 꽃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나의 마음을 간지럽힌다. 귀엽다.


 몇 분의 실랑이 끝에 주차를 완성하곤 차 밖으로 나오는 네가 보인다. 검은색 가죽 재킷에 핑크 스커트. 소주와 딸기 초콜릿, 김밥과 딸기 우유 같다.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리는 느낌. 아름답다. 왠지 모르게 너에겐 예쁘단 말보다 아름답다고 하고 싶다. 예쁘단 말은 순간 휘발될 말이지만 아름답다란 말은 내내 기억 속에 아로새겨질 말 같다. 넌, 그대로, 아름답다.


 너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진다. 네가 가까워질수록 그와 비례하게 두려움이 엄습한다. 나는 너만 있으면 완벽하지만 넌 아닐 것 같아 괜히 궁금한 게 많아진다. 이 카페가 맘에 드는지, 커피는 어떤 걸 좋아하는지, 오는데 힘들진 않았는지, 밖이 많이 춥진 않았는지, 이곳의 온도는 적당한지, 너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다 나와 마주친 너의 두 눈에 미소가 번진다. 너의 눈에 그렇게도 원하던 눈이 내려앉는다. 첫눈에 너를 나의 눈에 담는다. 눈을 담은 네가 나의 앞에 앉아 추워서 혼났다, 여긴 어떻게 아는 곳이냐 조근조근 묻는다. 나는 그저 가만히 너의 눈에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응시한다. 눈이 부시다. 오늘은 어떤 겨울 속이라도 꽤 포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공간그리고사람 #BYPAKCHIC

이전 03화 0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