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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kddo Aug 03. 2021

막걸리 같은 맥주 a.k.a 노동주

여름에 마시기 좋은 맥주를 알려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맥주가 취미인 소소한 사람입니다. 


건설 일 하시는 분들께서 술심, 밥심으로 일한다고도 하시는데 요샌 일 잘 안될 때는 시원한 맥주 한잔 놓고 일하고 싶어 지기도 하네요. 재택 근무가 점점 길어지니 낮술 한잔의 유혹에 매번 흔들리기도 하구요.  막걸리 좋아하시나요? 고된 일을 마치고 술을 나눠 마실 때 막걸리만큼 좋은 술이 없죠. 농사를 하는 사람들이 새참으로 마시는 술을 농주(農酒)라고 한다고도 하는데요. 이건 비단 우리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닌가 봅니다. 


오늘은 농주로 시작된 맥주 종류가 있다고 해서 한 번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세종(Saison, Farmhouse Ale)이라는 맥주인데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프랑스어로 계절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영어명으로는 농가의 에일이라는 뜻을 가진 맥주입니다. 벨기에의 농부들이 가을에 빚어두었다가 다음 해 농번기인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기 위해 만들었던 것이 그 시초라고 해요. 밝은 색을 띄는 편이고 맛은 대체적으로 상큼하고 도수가 낮아 먹기 편한 스타일입니다. 막걸리가 양조장마다 맛이 천차만별이듯이 만드는 양조장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딱 이거다 표현하기는 어렵네요.


굉장히 전통적인 술이라서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그 맥이 끊길뻔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다행히 벨기에의 여러 양조장에서 현대적으로 되살려서 보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맥주 전문점에 가셨을때 세종 듀퐁(Saison Dupot)이라는 브랜드를 발견하신다면 꼭 한번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가장 교과서적인 세종을 만들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세종이라는 스타일을 되살리고 사랑받을 수 있는데 큰 역할을 한 양조장이거든요.


재미있는 점은 미국의 맥주 덕후들이 이 스타일 맥주에 영감을 받아 창조적으로 미국식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맥주 스타일 중에는 세션 비어 (Session Beer)라는 종류도 있는데 낮은 도수에 목 넘김이 좋아서 가볍게 마시기 좋은 맥주를 통틀어서 부르는 용어랍니다. 그 유래에는 세종 맥주가 영향을 끼쳤다고 하네요. 편의점에서 혹시 드셔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덕덕 구스 IPA(DuckDuck Goose IPA) 같은 경우 Session IPA로 분류되는 맥주라서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시기 좋습니다. 


이 맥주의 문제는 일을 할 때 좀 힘내자고 마시는 노동주인데 많이 마셔서 일을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지속 가능한 음주를 위해서는 적당히 조절해야겠죠? ㅎㅎ 첨부한 사진 속 맥주는 몇 해 전 역삼동에 있는 세브도르 라는 샵에서 구해 마셨던 세종입니다. 친구네 집 방문할때 와인 선물하듯이 한병 사들고 가기도 좋더라구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또 뵐게요. 


Brouwerij De Glazen Toren - Saison d'Erpe-M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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