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회사가 전부일까?

모두 안 잘려요

by 설온우

'나도 안 잘리지만 저 사람도 안 잘린다'


우리 회사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정말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나도 안 잘리지만 저 사람도 안 잘린다. 그렇게 안정적인 조직에서 요즘 균열이라고 생각되는 틈이 보이는 것 같다.


후배들이 연달아 퇴직을 알려왔고, 올해에 육아휴직을 신청한 후배도 여럿이다. 실무를 맡고 있는 연구원들만 올해 4~5명이 빠져나가는 상황. 의사결정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난 큰 균열이라고 느껴진다.


회사가 돈이 전부가 아님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사실 회사 성과가 좋아, 연말에 입사 이래로 제일 많은 인센티브를 받았다. 돈이 전부였다면, 어느 누가 퇴직을 고민할까? 하지만 벌써 둘이나 퇴직할 뜻을 보였고, 이를 시작으로 나도 고민하기 시작했으니...... 확실히 돈으로 구성원들의 마음을 돌리긴 힘든 모양이다.


어쩌면 이러한 균열은 당연할지 모르겠다. 능력과 상관없는 포상, 특정 조직에 성과 밀어주기, 후배들의 불만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조직, 이로 인한 피로가 쌓일 대로 쌓여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후배들을 등 떠밀었을 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해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회의감에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지 않느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으리라.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앞으로는 좋아질 거란 말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다 허황된 소리로 들릴 수밖에......


한편으로는 반갑고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안으로는 곪아있지만 겉으로는 멀쩡한 것처럼 보이던 상황이었으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고쳐서 더 단단한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변할 수 있을까?


이상하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애사심이란 게 조금은 있는 모양이다. 좋은 뜻으로 세워졌던 회사기에 앞으로도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였으면...... 난 많이 배워가기보다 소모되고 사용되고 있지만, 후배들은 마냥 성장할 수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다.


혹시나, 혹시나 창업이란 걸 하게 되면...... 돈은 많이 못주더라도 우리 구성원들이 당당하게 이 회사 다닌다고 말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리라.


당장은 이런 자부심 하나 심어주고 싶은 선배건만...... 아주 힘들고 어렵다. 떠나보내야 하는 후배들 뒷모습에 나도 덩달아 외로워져, 마시던 커피가 너무나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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