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다,라는 성취감

처음쓰는 #요가일기

by PAKi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했다'는 건 '안했다'와는 차원이 다른 성취다. 어떤 일을 하지 않으면 0이지만 했다는 건 0은 아니라는 뜻이다. 시작 이후의 일을 논할 수 있다는 거다.



요가를 시작해야지, 마음 먹은 후로는 수업을 거르지 않는다. 수업에서 내가 잘했고, 못했고를 떠나 그저 했다, 라는 사실 하나로 나는 좀 더 괜찮은 인간이 된다. 요가를 하는 날은 이미 무언가를 하나 이룬 날이 된다.



오늘은 요가원에 가기 전 러닝을 했다. 러닝을 시작한 건 올 초의 일이었다. 그냥 한번 달려보고 싶었다. 달려보면 어떻게 되나 궁금했다. 처음엔 500m도 뛰지 못했다. 아니 500m가 뭐야, 100m도 못가서 걷고 싶었다. 너무... 너무!! 걷고 싶었다. 러닝이라는 운동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언제든 너무도 간단히 멈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충동을 참아내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하루 하루 지날 때마다 나는 조금씩 더 멀리 뛸 수 가 있었고, 약 3주가 지났을 때 나는 3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인간이 되어 있었다. 살도 좀 빠졌고, 하체도 탄탄해짐이 느껴졌다. 이야, 이것은 돈 안 드는 운동 중 으뜸이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20분 정도 뛰었는데, 예전만큼 피치가 올라가진 않았지만 '뛰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뻤다. 좋아. 이 역시 하나의 성취다.



러닝을 마치고 요가원으로 직행했다. 오늘은 '하타(hatha)' 수업이 있는 날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쉬지 않고 몸을 쓰는 '빈야사'를 더 좋아하는데 비해, 하타는 어딘가 어렵게 느껴진다. 자세를 유지하고, 인내를 가져야 하는 요가다. 예전 다른 수업에서 하타를 배웠을 때 부장가아사나(코브라자세)를 무려 20분을 유지해야 했다. 내 생애 가장 긴 20분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하타가 두렵다고 해서 하루에 한번 할 수 있는 요가수업을 건너 뛸 수는 없다. 해 본다.



두 다리를 쭉 펴고 허리를 곧게 세워 앉는다. 오른쪽 발바닥을 허벅지 안 쪽에 붙이고, 깍지 낀 손의 손바닥을 바깥을 보게 하고,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이 때 엉덩이는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어깨는 낮추고, 턱은 당긴다. 이어서 같은 다리 자세에서 전굴. 특히나 뻣뻣한 나로서는 몇 일만 수련하지 않아도 전굴 자세에서 애를 먹는다. 그러나 호흡과 함께 들숨 날숨 내쉬다보면 점점 나는 대지와 가까워진다. 반동을 이용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호흡에 기대어 나를 낮추어 내는 것이다. 이 순간이 신비롭다. 누군가 등을 지그시 누른 것처럼 나는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간다. 그러나 완전한 자세가 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요원하다.



오늘도 여지없이 다운독 자세. 어깨를 좀 더 바닥에 닿도록 해야 한다. 아직 발꿈치가 평온하게 바닥에 닿지 않는다. 선생님의 교정을 받고 그 자세에서 유지. 오른쪽 다리를 들어 손 가운데로 놓는다. 왼쪽 무릎과 발등을 바닥에 둔다. 오른쪽 무릎을 손 사이로 나오는 동시에 왼쪽 허벅지를 바닥으로 낮춘다. 이미 허벅지에서 피로감이 느껴진다. 양 손을 오른쪽 무릎으로 올려야 하는데, 오늘은 그럴 수는 없겠다. 그러나 언젠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다.



선생님의 음성에 맞춰 자세를 바꾸어 나간다. 오로지 그 설명에만 귀를 기울인다. 말에 따라 동작을 바꾸어낸다.



집중.



집중하지 않으면 금세 흐트러지기 때문에 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 산만함을 떨쳐내는 이 기분이 좋다.



그리고 수업의 마지막. 사바아나사. 송장자세, 시체자세라고 하는 이 자세는 완전한 휴식이다.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잠이 들어도 좋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이 수련에서 나는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다. 휴식도 연습이 필요하다.



요가 수업 끝.

나마스떼.



그래. 비록 잘했다는 아닐지라도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인생에서 잘했다는 드물어도 했다는 자주 있으니까.



했다, 라는 성취감.

오늘도 느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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