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쓰는 #요가일기
5개월 만인가.
다시 집 앞에 있는 요가원을 찾았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직업 특성상, 프로젝트에 들어가면들쑥날쑥한 시간과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운동을 루틴대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하는 동안엔 운동을 아예 하지 않는다.아마도 핑계겠지만,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건 나에게 좀 버겁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시 요가원을 찾은 것이 5개월 만이다.
그 사이 요가원 선생님이 바뀌어 있어서 그런지 요가원 문턱을 다시 넘는 게 또 쉽지 않았고, 망설여졌다. 하지만, 어쨌거나 요가는 해야 한다. 요가는 내 몸에 꼭 맞는 옷처럼 나의 몸이 편안하고 즐거운 운동이다. 삶이 흐트러져 있을 때 정돈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다. 정돈이 필요했다.
일과 육아, 그리고 개인적인 욕망이 마구 뒤섞인 지난 몇 개월 동안 이 정돈되지 않은 기분으로 대충 앉을자리만 치워가며 살았다. 일이 끝나고도 한동안 되는대로 기분을 해소했다. 그러나 전혀 개운하지 않았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추석을 보낸 후, 끝내 게으르던 마음을 다잡고 미라클 모닝 수업을 신청했다.
am 6:00. 실로 이 시간에 스스로의 의지로 일어난 것이 얼마만이던가. 다시 타이트한 요가복을 입으며 그래, 이 느낌이지, 기분 좋은 긴장을 오랜만에 느낀다. 추석이 되며 부쩍 추워졌다. 후리스를 여미며 집 문을 나선다. 집 앞 5분 거리에 요가원이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이제, 드디어, 내 몸 만한 매트 위에 나를 세운다. 요가는 이 작은 매트 안에서 광활한 자유를 누리는 운동이자 수련이다.
내가 요가를 좋아하게 된 것은 '나마스떼'(Namaste)라는 인사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해석을 해보자면 Namah (존중)과 Aste (당신에게)를 합친 단어로 당신을 존중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은 좀 더 넓은 의미이겠으나, 요가 수업 때 들었던 뜻은 이러했다.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 모든 사람마다 그 속에 신이 있다니. 참으로 경건하고 따스한 인사다.
자, 이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이마를 대고 엎드려서 양팔을 좌우로 펼치고 왼쪽 다리부터 가볍게 들어 오른쪽으로 넘긴다. 이때 시선은 왼쪽을 바라보고, 왼팔도 들어 오른팔 쪽으로 넘어간다. 두 손이 깍지를 낀다. 견갑골을 조이면서 가슴을 열어낸다. 대각선 뒤로 뻗은 다리는 쭉 뻗어 가슴부터 발끝까지 길어진다. 그리고 반대편도.
테이블탁을 거쳐 다운독으로 올라간다. 두 팔은 쭉 뻗고, 엉덩이는 하늘 위로, 배꼽도 최대한 등으로 붙인다. 손바닥은 바닥을 밀고, 발바닥 역시 바닥에 닿도록 한다. 다운독은 요가에서 기본이자 중요한 동작이다.오랜만에 하면 무릎 뒤가 당기면서 발 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다시 발바닥을 바닥으로 끌어내려본다.
다운독에서 오른쪽다리를 들어 구부리고 가슴 쪽으로 끌어온다. 왼쪽 발 힐업. 등을 동그랗게 말아본다. 세 숨. 오른쪽 발을 손 사이 내려놓고 왼쪽 무릎을 땅에 내려놓는다. 왼쪽 발등도 내려놓는다. 오른쪽 다리를 뒤로 쭉 펴보고, 다시 앞으로 보내며 왼쪽 허벅지를 최대한 늘린다. 요가를 하지 않았을 때 전혀 쓰지 않는 근육들. 아. 내일은 근육통 예약이겠지.
비둘기 자세로 이어지며 한쪽 팔씩 교차로 머리 위로 쭉 들어 올린다. 그리고 이제 양팔을, 양팔을, 들어, 올, 리라는, 데.. 중심을 잡을 수 없다. 이것은 포기. 그러나 요가에서 영원한 포기는 없다. 수련이 이어지다 보면, 언젠가는 하게 되어있다. 몸이 열리고, 알아서 움직인다.
이 요가원에 처음으로 온 날인데, 선생님이 머리서기(시르사아사나)를 시키신다. 선생님, 저 이거 성공해본 적 없는데요...ㅠㅠ 정수리를 바닥에 대고, 발이 가슴 쪽으로 걸어 들어온다. 최대한 최대한 가깝게. 그리고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다른 한쪽 다리도 구부린다. 내 하체를 내 상체에 올려낸다. 말이 쉽지. 겁도 나고, 코어에 힘도 없어서 하기 어렵다. 선생님이 잡아서 올려주신다. 조용한 요가원에 나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른 수련생들이 웃었다.. 아악 선생님 무서워요.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요...하지만 도와주신 덕분에 간접적으로나마 시르사아사나를 성공해 본다. 그래, 계속하다 보면 혼자 할 수 있을 거야. 묘한 자신감이 생긴다.
요가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성취감이 상당한 운동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세가 어느 날 가능해지고, 영원히 닿을 것 같지 않던 발끝과 손끝이 만나고, 저게 된다고? 하다가 나 또한 조금씩 휘어지고 구부려진다. 그러나 이 모든 건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진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이 기억하며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 작은 변화가 얼마나 기쁜지.
요가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개운함. 이 개운함이 정말 좋다. 새벽에 일어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도 요가다.
새로운 정돈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