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책 얘기이고 어떤 면에선 그게 우리 현실인데.
회사나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극도로 '어둠'에 대해 공포감을 가진 사람들을 종종 발견한다. 이를테면 어떤 모임에서 '나는 식탐이 많아서 운동을 좋아하는데 언니는 왜 하게 되었냐'라고 물었을 때, '저는 평소 생각이 많은 편이라 운동하면 머리가 맑아져서 좋다'라고 말했더니, '생각이 많다'라는 말 한마디를 듣자마자 그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아 그렇구나'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 어느 날에는 회사 동료에게 내가 재밌게 본 책에 대해 얘길 해줬다. 스토리는 부잣집에서 태어난 소년이 집안이 망하자 부모를 버리고 도망갔고 훗날 어른이 되어 부모를 찾아봤는데, 그 부모는 이미 소년이 떠난 걸 발견한 후 살아갈 의욕을 잃고 이미 수십 년 전 동반 자살을 해버린 이야기였다. 그냥 소설일 뿐인데 실제로 청소년 자녀가 있는 동료는 너무 우울하다면서 못 듣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만나는 남자에게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책을 본다고 했더니, '너는 또 왜 그렇게 우울한 책을 보냐'고 싫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냥 책이야, 책이라고 ㅠㅠ
또 모임에서 알게 된 어떤 친구도 내 글 몇개를 봤는데, 내용은 '부모님이 자꾸 같이 여행가지고 하는데, 가기 싫다'뭐 그런 얘기도 별로 우울한 내용도 아닌데 그걸보고 '나보고 왜그렇게 우울한 생각을 하냐'고 하는 것이다. 이유는 즉, 가족 , 특히 부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표현했다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일이 진짜 많다. 아무래도 나는 혼자 평생 살게 될 거라고 얘기를 자주 했는데 주변에서는 또 그럴 일 없을 거라면서 부모님도 장군님이 나타날 거라면서 '너무 우울한 생각을 하지 말라'라는 것이다. 나는 '장군님이 아니라 술주정뱅이만 남아있고 그게 내가 처한 현실'이라고 당연한 얘기를 했는데 뭣 때문인지 사람들은 밝고 긍정적인 것들이 아니면 외면하고 현실은 보려 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이제 장기 불황에 길로 들어섰고 그것이 삶의 여러 부분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과 다른 패러다임이 펼쳐질 것이며 그것에 대해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미리 시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혜로는 사람들은 여러 책도 읽으면서 다양한 불행해 대해 간접 체험을 미리 하는데, 반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짧은 여가시간을 폭식과 폭음을 하며 낄낄거리고 어둠을 피해 도망 다니다가 노년기나 중년에 갑작스레 예상치 못한 우울한 뭔가가 찾아왔을 때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버린다. 내가 볼 때는 그건 '우울'이 아니라 그저 '삶의 일부'인데도 말이다.
중년에 고독사 하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4배가량이 높다는 기사를 보았다. 여성에 비해 일자리도 많고 힘도 센 그들이 왜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까?그것은 어둠에 대항하는 능력이 여성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입시미술을 배울 때 선생님께서는 어둠을 잘 정리해 줘야 그림이 밝게 살아나고 멀리서 봤을 때도 단단해 보인다고 말씀해 주셨다. 한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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