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딘 Feb 15. 2024

육아대디의 시작

새로운 역할과 책임으로 변화된 삶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고 지내던 회사 대표님이 자유로운 출퇴근과 휴가 시간을 제안하며 나를 회사로 초대했다. 월급은 낮았지만, 아이를 돌보며 회사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를 받아들였다. 아이가 아프면 집에서 쉬고, 코로나에 감염되어 10일간 출근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월급을 지급하였다. 그러던 중, 정부의 대출규제 이슈로 인해서인지 회사에 자금이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매주 업체로부터 독촉 전화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황이 곧 개선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하던 아르바이트도 갑자기 끊기고, 진행하던 공사들도 지체되기 시작했다. 그때, 대표님이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회사가 어려우니 대표님께서 육아휴직을 권고하셨다. 나는 받아들였고, 이 기회를 이용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기로 했다.


 아이는 10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어린이집에 다녔고, 아내는 3월부터 유치원 보조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나는 5월까지 회사를 다녔고, 6월부터는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그동안 집에서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며, 집안일을 돌보았다. 어쩌면 나는 이때부터 전업주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과 기대가 교차했다. 어려움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이 시간이 앞으로 다시 안올 소중한 경험이 되고 있다.


 아내는 오후3시까지 유치원일을 하고 이후엔 학습지 선생님을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지금 21개월 남자아이를 육아 중인 아빠가 되었다. 인생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가며, 계획은 세우지만 항상 그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나 또한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내 계획이 모두 이루어진 적은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일들도 결국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여기게 되었다.


 나에게 있어 큰 사건은 몇 가지 없었다. 독립하고,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그런 사건들 중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사건은 역시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인생만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 아닌 정말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다. 아직 21개월밖에 안 된 아이는 벌써부터 장난꾸러기다. 어쨌든 지금의 나에겐 또 다른 삶이 이미 시작되었고, 이렇게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소중한 추억이 되고 있다. 하루하루가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는 외줄 타기 같지만, 그럼에도 하루하루 매일매일 감사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마음의 병이 없을 수는 없었다. 이곳은 내 마음의 쓰레기통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한다. 

하루 중 평화를 만끽하는 시간


작가의 이전글 아이와의 산만한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