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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딘 Feb 14. 2024

아이와의 산만한 하루

소중함 속에서의 힘겨움

 월요일 아침 8시 30분, 아이가방과 낮잠이불을 챙겨 들었다. 주말 동안 콧물과 기침이 지속되던 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을 가기 전에 병원을 갔다. 출생률이 역대 최저라 아이가 없다고 하지만, 오픈런한 병원에는 이미 진료를 대기 중인 아이들이 유독 너무 많았다. 진료가 끝난 것은 오전 11시쯤이었다. 어린이집이 병원에서 거리가 있었고, 특히 이날은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어서 어린이집에 돌봐줄 사람이 없었기에 그냥 집에서 호기롭게 가정보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는 놀기 위해 장난감을 들었고, 나는 집안일을 하기 위해 청소기를 들었다. 한창 호기심이 가득한 아이는 집안의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가지고 놀았다. 그날따라 더욱 그래 보였다. 청소를 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하늘에서 우박이 떨어지듯 반려견인 인삼이의 사료를 여기저기 흩뿌려 놓았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순간 짜증이 났고, 아이에게 처음으로 호통을 치고 말았다. 병원에서 집에 돌아온 지 약 1시간도 안된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는 다른 일을 하지 않은 채 아이만 보다 보니 점심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배달음식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내가 먹을 김치찜과 아이가 먹을 계란찜을 사이드로 주문했다. 밥이 왔고, 아이와 먹기 시작했다. 나는 흡입했고, 아이는 보드라운 계란찜의 촉감이 궁금했나 보다. 밥 먹다 말고, 촉감놀이가 시작되었다. 또다시 바닥에 아이는 존재감을 흩뿌려 놓았다. 나에게 쉴틈을 주지 않았고, 이제 겨우 오후 1시도 안 된 시간이었다.


 다행히 그 이후는 잘 지나갔지만, 평소 밤 9시가 되어 잠들던 아이는 엄마가 퇴근 후에 재워 밤 10시 쯤 되어서야 잠에 들었다. 나는 그때부터 하루종일 하지 못했던 반려견의 산책, 설거지, 빨래정리 등의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아내가 아이를 재우고 나왔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공유했다. 특히, 이 날은 오후에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던 병아리 영상을 살짝 보여주었다. 아이가 너무 재미있어했다고 얘기했다. 그 말에 아내는 고생했다고 말하면서도 영상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염려를 말했다. 웃으면서 한말이었지만, 나의 수고가 무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말에 화가 났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기에 그냥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평화로운 하루가 시작된 나는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며, 전날의 화는 풀렸지만, 물론 영상에 대한 나의 생각도 같지만 아내가 내게 준 마음의 스크래치는 남아있다.

우박같이 흩뿌려 놓은 사료를 정리하다가 틈새 부분을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찍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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