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 글자도 쓰지 못해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더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 안 되겠다 싶어 은유 작가님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을 집어 들었다. 그동안 내가 고민하던 마음을 첫 장부터 어루만져 주신다.
"내가 나를 설명할 말들을 찾고 싶었다. 나를 이해할 언어를 갖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잘 전달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잘 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의 시간, 그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다이어리에 오늘 해야 할 리스트 ' 글 쓰고 업로드'는 체크가 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어떻게든 하고 싶은데 또 다시 진행되지 않는 글에 끄적거림만.. 물음표만 남아있었다.
출처 pixabay
이 새벽 나는 나의 고민을 적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나가려 한다. 인생을 마주하며 수많은 글들을 읽으면서 다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님들도 늘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였고 글을 썼지만 쳐다도 보기 싫을 만큼 자신의 글을 보기 싫었던 때가 있었다고 하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나갔고 마침내 그것이 책으로 나왔다고 말씀하셨다.
지난 시간,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학창시절 '필독도서 고등학생 추천 100선' 이런 숙제로 소설을 대할 때면 마음에서부터 '책은 학교 공부의 연장선'으로 지루하고 따분한 존재였고, 글쓰기는 언어영역 점수 고득점인 사람들, 논술로 대학 수시에 붙은 친구들만 하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는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글이 사람과 사람과의 마음이 맞닿게 하고 공감 속에서, 또 교류 속에서 힘을 얻게하고 다시금 살 수 있게 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다.
책과는 거리가 멀었고 언어영역 점수는 '말해서 무엇하랴' 점수였고 글 쓰는 것이라면 범생 친구들이 하는 것이라 치부했던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겠다...! 는 꿈이 생긴것이다.
나만 보고자 하는 글은 쓰지 말라고 한다.
읽히는 글을 쓰라고 한다.
모든 이의 삶이 각자 살아온 그림이 다르기에 개인이 줄 수 있는 메시지는 고유하다는 것.
그 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내게 했다.
때론 불안한 감정이 휘몰아치면 미친 듯이 써 내려가기도 했다. 나만 보고자 쓴 글이라 육두문자와 어법, 문법 모두 친절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장속을 비집고 들어앉아있던 찌꺼기들을 끄집어내 게워낸듯한... 이상야릇하면서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뒤돌아서면 '시원~하다 게워내길 잘했다' 싶을 만큼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쓰고 있나 보다.
오늘은 불안하다기보다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얼른 제출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쓴다. 쓰면서도 누군가는 나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쓴다. 그렇기에 친절하지 않은 문자들은 거르고 그저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심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어느 날은 이런 일도 있었다. 거친 호흡으로 글쓰기에 몰입하는데 남편이 한마디를 한다.
"여보 그 호흡 좀 안 하면 안 돼? 좀 거슬려!"
그렇다. 나는 글쓰기를 명상하듯 심호흡을 거칠게 몰아쉬며 쓰고 있었다.
나만의 몰입구도각이었다. 불편을 초래할 만큼... 남편에게 사과하고 소리 없는심호흡으로전환했다. 그렇게 몰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