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의 노트

하고 싶은 일만 하기에는 세상 사는 게 너무 불편해

by 페일 블루



노트(note)

명사

1.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도록 백지로 매어 놓은 책 2. 어떤 내용을 기억해 두기 위하여 적음 3. 음악 악보에서, 음의 장단과 고저를 나타내는 기호.




악역


오랜만에 본 친구의 얼굴에는

옛모습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철없음이 사철 피던 사계절도 저물고

산재한 일들이 보험 처리도 되지 않은 채 다리 부종으로 쌓인,


우리의 사정은 오늘을 사느라 여전히 각박했다


친구가 부친의 부고 소식을 전할 때

빈 주머니 사정에 낯만 들이대야 하던,


밥은 먹고 가라며 잡는 손에 일도 없이 바빠야만 했던 날들이 무뎠다


그런 날들로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나만 패였다

거짓말에 거짓말같이 소질이 없는 내가 거짓말처럼 더 자랐다


엄마, 딸을 왜 이렇게 낳았어


하고 싶은 일만 하기에는 세상 사는 게 너무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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