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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blue Mar 26. 2018

네 번째 잡념 #롱디가 힘든 이유

_각자의 밤이 달라서 ㅣ you의 리투아니아 생활기

하루의 시작과 끝이 다르다는 것
우리의 밤이 조금이라도 같았으면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았을걸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감정이 더 많았을걸




                                                                      리투아니아에서의 네 번째 잡념 #롱디가 힘든 이유




내 나이 스물 셋.


연애 경험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지만

롱디는 처음 해본다, 아니 하고 있다.


시차는 7시간

비행기로는 약 14시간

얼굴을 못 보는 기간은 약 6개월


솔직히 처음에는 할 만하다 생각했다


그래, 요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실시간으로 카톡을 주고받고

스카이프로 영상 통화도 하고

택배도 2주면 도착하는 그런 좋은 세상인데




오히려 처음에는

1년 동안 매일 붙어있다가

잠시 떨어지니까 다시 연애 초반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서로 더 애틋해지고 더 조심스러워지고,

한 마디 한 마디에 설레는 그런 느낌.


그렇게 우리가 떨어진 지 약 두 달,

솔직히 힘들지 않다는 말은 거짓이다

남들이 보기에 두 달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

그래도 가끔은 힘들다 정말로


우리의 사랑은 여전히 이쁘지만

가끔 슬플 때가 있다




우리의 밤이 다를 때,

시차 덕분에 우리 각자의 밤은 너무 다르고

내가 밤을 맞이하면 오빠는 아침을 맞이한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다르다는 것

우리의 밤이 조금이라도 같았으면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았을걸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감정이 더 많았을걸


같은 아침을 맞이하고 같은 밤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임을 

이제야 깨닫는 것은 그나마 행운인 걸까




가끔 일상의 빈자리가 느껴질 때,

1년 동안 나의 일상 속에 짙게 물들어 있던 사람이

갑자기 한꺼번에 사라져 버려서

그 빈자리가 나에게 너무 크게 다가온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이쁜 하늘을 보며 길거리를 걸을 때

기쁘거나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아플 때


일상의 별 거 아닌 순간 속에서

문득문득 오빠가 떠오르고

지금 이 순간 함께였으면 더 좋았을걸

이란 씁쓸한 마무리.




오빠의 온기가 그리울 때,

폰 너머로 보이는 오빠의 얼굴도 너무 좋지만

실제로 손을 뻗어 쓰다듬고 싶은데

우리 사이에는 딱딱한 액정뿐이다.


혼자 길거리를 걷다 보면

오빠가 갑자기 등장해서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고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수고했다고 꼭 안아줬으면 좋겠다


여기는

내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는 사람도 없고

귀엽다며 볼을 꼬집어 주는 사람도 없고

날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도 없다


어린애의

투정 같은 글이라 부끄럽지만

3개월 뒤에는 오빠랑 웃으면서 

이 글을 보고 싶다





                                        2018.01.18~ KAUNAS, LITHU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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