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 장애인 없는 장애인 화장실

by 샴스 Shams



오늘은 놀라운 날이다. 지난 4일간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일단, 밤사이에 두 번밖에 깨지 않았다. 3시간 연속 통잠을 잔 것이다. 어제 링거를 풀었던 덕분일까? 컨디션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두 번째로는 드디어 대변을 봤다. 살면서 한 번도 변비를 경험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막상 겪으니 여태까지 똥 잘 싸던 스스로가 기특할 지경이다. 화장실 가는 것도 익숙해져서 부목을 댄 다리를 하고도 침상에서 내려와서 휠체어에 올라타는 것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나오는 것까지 혼자서 잘한다.


기쁘고 기특한 와중에 이거 하나만은 꼬옥 말하고 싶다. 입구에 휠체어가 그려진 장애인 화장실은 정말 형편없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일 뿐 하나부터 열까지 불편하다. 특히 나같이 다리를 굽힐 수 없는 자들에게는 더더욱. 다리를 올려놓을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어서 변기에 앉을 때마다 한 손에는 접히지 않는 다리를 들고 한발로 낑낑대며 싸워야 한다. 세면대는 더 웃기다. 휠체어를 집어넣으면 수도꼭지까지 겨우 손만 닿는다. 덕분에 세수는 꿈도 못 꾼다. 거울은 휠체어 탄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 걸려있다. 거울이 있는데 스마트폰 셀프카메라 모드로 얼굴을 볼 수밖에 없다. 입원하고 5일 동안 수건으로 닦는 세수를 두어 번을 겨우, 머리는 감지도 못했다. 세면대가 멀리 있으니 양치는 양치 컵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장애인 화장실을 쓰면서 이게 왜 장애인 화장실인가 생각해본다. 입구를 열 때 소리가 나고, 점자가 있는 버튼이 있을 뿐이지 막상 들어가면 어떤 점자나 소리가 나는 시설이 없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버튼에 마저 없다. 휠체어를 타지 않는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 또한 별달리 준비된 것도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화장실의 거울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지독한 비장애인 중심주의는 심지어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화장실에서도 절절했다.


여긴 정형외과 병동이고, 휠체어 타는 환자가 절반 이상인데, 휠체어 화장실도, 장애인 화장실도 아닌 이 쓸모없는 화장실을 그만 사용하고 싶었다. 목발도 좋은 거로 당근에서 무료 나눔 받아왔는데, 얼른 넘어갈 수 있기를! 제발! 그러나 아침 회진에서 만난 교수님은 야속하게도 일주일은 더 있어야 재활을 시작한다고 전했다. 저런...


링거를 뽑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시작하자 운전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좁은 공간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것. 낮은 턱을 넘는 것, 좁은 공간에 진입하는 것,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익혔다. 여기저기 쏘다니기 시작하니 어깨랑 팔이 아프더라. 하나의 문턱을 넘으면 하나의 어려움이 또 시작된다. 휠체어 뒤에는 목발이 있을 거고, 목발 뒤에는 재활이. 재활 뒤에는 관리가.. 이 어깨 통증은 기나긴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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