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견딜만 하죠?

by 샴스 Shams

새벽에 30분마다 깼다. 자는 동안 다리를 몇 번씩 부르르 떨었다. 근육이 자는 동안에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 떨리는 현상이 있다고 하는데, 전혀 제어할 수 없는 떨림이 밤새 이어지니 잠을 좀처럼 편히 잘 수 없었다. 미세한 움직임이어도 다리에는 큰 통증이 왔다. 잠에서 깨면 시간을 확인했다. 30분이 지나있었다. 다시 잠든다. 다시 깨면 또 30분,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니 다시 분주해지는 5시가 찾아왔다.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어제는 마취가 덜 풀려서 그랬나 보다. 생각보다 견딜 만하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꽤나 아팠고, 아무것도 하기 힘들었다. 간호사나 의사들은 “많이 아프세요?” 대신에 “통증은 견딜 만하죠?”라고 물었다. 그러면 “네.... 견딜만 하긴 한대....”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견디고는 있으니까…. 진통제가 발달해서 괜찮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결국 환자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매우 사적인 감각. 설명할 수도 없었고, 공감받을 수도 없고, 오롯이 스스로 견디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고통. '견딜 만'은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고통.


무통 주사를 몇 번 더 눌렀다. 버튼을 누르면 펜타닐이 쏟아져 들어온다고 한다.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로 아편계인데, 같은 아편계 진통제인 모르핀보다도 100배 정도의 진통 효과가 있다. 저렴한 가격과 강력한 효과 때문에 중독을 겪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다고 한다. 엄청난 진통제임이 틀림없는데, 오늘만큼은 아무리 눌러도 영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심지어 부작용으로 인해 좀 어지럽고 메스껍기까지 하니 안 그래도 힘든 밥 먹기가 더 힘이 들었다. 비급여 219,500원짜리… 젠장… 기분이라도 좋으면 몰라... 부작용에 시달리느라 글씨를 조금만 오래 읽어도 어지럽고 졸렸다. 온 힘을 다해 노트북을 켜서 드라마를 틀었다. 자극적이고 긴장감이 높은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서도 꾸벅꾸벅 졸았다. 그래도 덕분에 잠시나마 통증을 잊을 수 있었다.


이제 소변을 봐야 하는 때가 왔다. 수술하고 소변을 제때 보지 않으면 소변줄을 달아야 한다고 했다. 소변줄이 그렇게 고통스럽다고 하니 그것만은 절대로 피해야 할 노릇이었다. 어떻게 볼일을 보냐고 했더니 좌변기를 가져다주겠다고 한다. 초록색 가운데 옴폭하게 파인 플라스틱 바가지(?) 같은 게 왔다. 그것을 엉덩이와 침대 사이에 찔러넣는다. 온힘을 다해 겨우 그 위에 앉는 데 성공했다. 이제 볼일을 보려는데,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조금 낑낑대다가 꾸~욱 힘을 주니 그제야 똑똑 소변이 떨어진다. 더 이상 힘을 주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애를 썼다. 오줌을 누는데 이렇게 애써본 적이 있던가? 밥 먹는 것도, 소변을 보는 것도, 몸을 일으키는 것도 살면서 한 번도 애써보지 않은 것들이었는데 하나하나 애쓰면서 살아보니 이제야 얼마나 큰 특권을 누리면서 살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연진아.. 그동안 참 편하게 살았지?




화요일 연재
이전 03화[D DAY] 액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