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 리뷰 1탄 :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

by 샴스 Shams


[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이 개봉했다.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귀멸의 칼날에 도저히 관심이 가지 않았던 나지만 이번에는 그 인기를 이기지 못하고 정주행을 하고 말았다. 만화책으로 시작해 애니로 넘어가 계속 보고 있자니 생각보다 재밌게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화려한 액션, 매력적인 (그리고 많은..) 캐릭터들, 선과 악을 넘어 억울함을 이해하고 해원 하는 스토리 등등. 이 만화를 좋아하게 된 것이 조금 부끄럽고 짜증 날 정도인데 왜냐하면 귀멸의 칼날은 여지없이 소년만화의 정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 여성캐릭터들이 소비되는 방식은 신물 나도록 전형적이다. 힘이 부족해 독을 사용하는 충주 시노부나, 힘이 너무 센 나머지 결혼할 상대가 없어서 주가 되었다는 미츠리 같은 캐릭터들만 봐도 그렇지만, 젠이츠와 이노스케가 시끄럽게 떠드는 동안 매우 과묵한 카나오나, 아예 입이 틀어 막힌 네즈코를 보면 이 만화에서 어떻게 여성의 목소리를 삭제하는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여성들이 없어진 자리에는 남성들의 유대가 남는다. 탄지로-이노스케-젠이츠의 우정, 그리고 주들의 동료애 등. 무한성 입성 후 젠이츠를 제외한 남성 캐릭터들은 여럿이 힘을 모아서 혈귀를 처지하는 동안, 시노부는 홀로 싸우고, 이후 카나오가 다시 도우마와 1:1로 맞닥뜨리는 장면을 보며 답답함이 남았다. 복수를 한다는 점에서 이 둘과 도우마와의 조우는 개연성이 있었다. 그렇지만 상현 2 정도의 강한 괴물과 혼자 대면한다는 설정은, 동시에 일어나는 상현 3, 아카자에게 기유, 탄지로가 협공하는 장면과 대비된다. 이들은 함께 싸우면서 서로에게 감탄하고, 배우고, 성장하고, 동료애를 쌓는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아서 끝까지 봐야겠지만 시노부와 카나오는 어떻게 될까? 기유와 탄지로처럼 동료애를 쌓고 멋지게 성장하며 싸우게 될 수 있을까?


무한성 이전에도 싸우는 남성-연약한 여성은 캐릭터에서부터 드러난다. 몇몇 주를 제외하면, 합동훈련 편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귀살대원들은 젊은 남성이다. 설사 싸우는 여성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는 '싸우는'이 아니고 '여성'에 방점이 찍혀있는 캐릭터 디자인인 듯하다. 남성 캐릭터들은 다양한 몸집과 디자인, 그리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지만, 여성들은 하나같이 마르고 예쁘고 사랑스러우며,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하다. 왜 멋진 여성 여성 캐릭터는 없는가? 진격의 거인의 미카사와 애니가 그리워질 따름이다.


그 구도는 스토리에서도 계속된다. 나비저택에서 다친 탄지로 일동을 돌보는 것은 시노부의 츠쿠코인 아오이와 키요, 스미, 나호 이 간호사의 임무였다. 심지어 아오이는 귀살대지만 싸울 수 없다는 설정이다. 환락의 거리 편에서는 남성을 여성으로 만들어서라도 여성을 싸움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을 위해 마치 상사의 명령에 따르듯 목숨을 불사하고 잠입해 정보를 수집하는 텐겐의 아내 세명까지. 싸우는 남성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사랑스러운 여성들이라니. 미츠리는 상현과 대등하게 싸우지만, 그는 후방을 맡았고, 안타깝게도 무이치로가 쿗코와 싸우는 것과 비교되게 미츠리와 한텐구와의 싸움 장면은 대부분이 생략된다. 결국 네즈코를 제외하면 혁혁하게 대결하는 여성캐릭터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무한성 편까지 본 소회이므로 이후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겠다!)


물론 너무 이해가 간다. 이건 소년만화니까. 소년들의 차오르는 뽕(?)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까. 그럼에도 진격의 거인을 보다가 이걸 보려니 아무래도 그런 부분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그나마 미츠리를 제외하면 섹스어필이 거의 없고, 연애 구도 또한 많지 않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만화들 보다는 나았지만. 어쩜 소년만화 주제에 주들 중에서 여성이 있기라도 했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럼에도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이 있다. 바로 탄지로가 보여주는 남성성이다. 기존의 '강함'과 '정의'를 강력하게 추구하는 소년만화의 남자 주인공이 가진 면모와는 다른 점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하여 이 만화가 페미니즘 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차치하고, 탄지로가 보여주는 새로운 남성성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영감을 받은 참고도서는 성폭력 상담소에서 최근 발간한 '폭주하는 남성성'!


[2부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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