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린다.
"어서 오세요."
그런데 손바닥 만한 작은 틈 사이고 다리 하나가 비집고 들어왔을 뿐 문이 열리지 않는다. 거기에는 한 손에는 지팡이를 든 남성이 문을 열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분명했지만, 무척 길게만 느껴졌던 몇십 초. 나는 서둘러 문 앞으로 갔지만 이미 그가 문을 반쯤 여는데 성공한 후였다. 그제야 문을 잡고 그를 환영한다.
"안녕하세요."
그는 활짝 웃으며 말한다.
"안녕하세요. 요 앞에 한의원에서 가보라 해서 왔어요."
"네, 잘 오셨어요!"
그를 자리에 안내해 주고는 나는 늘 하는 멘트로 메뉴를 소개해주려고 한다.
"김치찌개 1인분에 3000원이고요, 원하시는 사리 추가 하시면 풍성하게 드실 수 있어요. 계란 프라이랑 김은 저에게 말씀해 주시고…"
말이 막힌다. 가능한 티를 내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저기서 직접 하시고 가져오시면 되는데 …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식기랑, 밥이랑, 콩나물 반찬도요."
찌개 나르는 것 빼고 모든 것이 셀프인 이 식당은 혼자서 운영하기엔 좋지만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썩 편한 곳은 아님이 분명하다. 다행히 여유가 있는 시간이다. 주문을 받고 식기를 가져다 드렸다. 질문 거리가 많아진다.
"밥은 얼마나 드릴까요? 콩나물 반찬은요? 계란 프라이는 반숙이 좋으세요 완숙이 좋으세요?"
이것저것 질문시간이 끝나고,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불러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서는 그에게 신경 쓰는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다. 밥이나 콩나물 반찬이, 혹시 육수는 부족하지 않은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많이 관심을 가지면 오히려 불편해하실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결국 한번 참지 못하고 다가가서 더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하니 콩나물을 더 달라고 하신다. 콩나물 가득 담아서 가져다 드리고서는 이제 정말 괜찮겠지. 하고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그가 벌떡 일어난다.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물을 한잔 마시려고요."
네! 하고 재빠른 몸짓으로 물을 한잔 떠서 그에 손에 쥐어준다.
그가 나에게 겸연쩍게 웃으며 말한다.
"고마워요. 내가 다리가 불편해서… 죄송합니다."
앗 역시나 나의 과도한 친절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를 죄송하게 만든 걸까?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전혀 죄송하실 일이 아니에요!"
다급하게 말해보지만 그는 이미 뒤돌아서 자리로 돌아가고 있고, 뒤통수만 보일뿐이다.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식사를 마치고, 맛있게 먹었다는 말을 전하며, 한의원에 매주 3일은 온다며, 앞으로 자주 오겠다고 말은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식당을 빠져나갈 때는 재빠르게 문 앞으로 가서 먼저 문을 열어 줄 수 있었다. 그를 다음 주에 볼 수 있을까? (나는 이곳에서 매주 1회 자원봉사 중이다.) 내가 없는 날이나 바빠서 오늘 정도의 서비스를 할 수 없는 날 방문하게 된다면, 이 식당을 과연 편하고 안전하게 생각할 실까?
그의 죄송하다는 말이 아팠다. 언제까지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죄송하게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지하철 앉을 때 혹시나 민폐가 될까 봐 앉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언제쯤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까? 미안하지 않은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이곳에서 일하면서 가장 슬픈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