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찾았다

Strangers Afoot

by Pale Cactus



‘저기 같은데’

단발머리의 제인이 집을 가리킨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

제인의 유일한 흑인친구인 돈테가 고개를 낮춘다.

‘미쳤냐’

제인이 급히 앞바퀴를 돌렸다.

‘확인을 안 하면 저번처럼 혼난다고’

돈테가 검은 뿔테를 치켜세우며 제인을 노려본다.

고급주택 마을이라 집사이 간격은 크지만 CCTV가 있을 수 있어서 집을 빙 둘러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자연친화적인 높다란 초록빛식물사이엔 따사로운 햇빛만이 가득하다.

돈테는 빨리 찾기 위해 위아래를 기웃거렸고 제인은 맘에 들지 않았다.

질질 자전거를 끌다가 멈춰 섰다.

’ 여기다!‘

제인의 목소리에 돈테가 입을 막았다.

’ 여기 중앙에 봐 ‘

가지가 부러진 쪽에 빈틈이 있었다.

제인이 돈테의 머리를 밀어 넣었다.

발버둥 치던 돈테가 멈추더니 제인의 팔을 내리쳤다.

붉은 벽돌에 하얗고 큰 창이 햇빛이 안을 비추었다.

창문너머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주방이 보이고 중앙엔 긴 식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핸드폰을 꺼내 사진과 비교하며 천천히 다가갔다.

인기척에 둘의 등뒤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무슨 일이니?’

마티아스가 다가간다.

‘튀어!’

거칠게 자전거를 드리프트 해서 아이들이 사라진다.

한참을 페달을 밟아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남자가 점처럼 작아져있다.

바라보기만 하고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언덕을 넘어 속도를 늦춘다.

’그냥 신부님 같은데 왜 도망가 ‘

돈테의 말에 제인이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다.

’ 산속에 사는 흰십자가놈들이잖아. 그냥 신부가 아니야 저놈들‘

-발견 위치 눈 속의 십자가 놈들





마티아스가 자리를 비운틈에 찻장을 열다가 의심스러운 곳을 발견한다.

몇 개 없는 컵을 치우자 버튼이 보인다.

조작음과 함께 문이 열리며 칼들이 전시되어 있다.

침을 꼴깍 삼키며 칼을 하나 집어든다.

적막한 주변을 한 번 더 살피다 칼을 천천히 매만지다.

온라인성폭행범이라는 오명에 교도소에선 유일한 낙이 시드가 보던 무기잡지를 훔쳐보는 것이었다.

그중 단연 최고의 칼은 Extrema Ratio (익스트리마 라티오)이다.

워낙 대중적이라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들어보니 무게감도 적당하고 휘두를 때 손잡이가 안정적이다.

’ 물…‘

로난의 목소리에 재빨리 뛰어들어갔다.

‘그 칼 치워 ‘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로난의 희미한 의식으로 제임스를 쳐다본다.


’ 걱정하지 마 아직은 아니니깐 ‘

제임스는 칼을 한번 쳐다보고 로난을 노려봤다.

’ 넌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 로난은 화제를 돌리기로 한다.

‘네가 할 일이 있는데 핸드폰 줘봐’

‘내 꼴을 봐 핸드폰이 있겠냐고!’

맞는 말이었다.

‘핸드폰이 필요하신가요?’

어느새 돌아온 마티아스가 등뒤에서 말한다.

마티아스 켈러는 알프스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눈과 바위밖에 없는 곳에서 자란 탓에 그의 몸은 어릴 때부터 다부졌고 손에는 늘 사냥용 도끼가 들려있었다. 열여섯 살에 그는 민병대 훈련장에서 한 번도 빗나가지 않는 사격으로 이름을 알렸고 스무 살엔

근위대로 뽑혔다. 케일은 여섯 해 먼저 근위대에 들어왔고, 마티아스는 뒤늦게 합류했다. 그때부터 케일과 함께 근위대의 주요 인물로 활동하고 있다.

‘그.. 그래주면 감사하죠. 신부님’

‘성직자 목깃만 목에 걸면 다 신부야? 마피아 같은 저놈은 또 누구야’

로난이 목소리를 쥐어짜며 소리친다.

‘조용히 시킬까요?’

날카로운 표정에 제임스가 마티아스를 막아선다.

‘아닙니다 신부님 제가 잘 말해보겠습니다.’

재빨리 로난을 눕힌다.

‘악 아파 건드리지 마’

로난을 노려보며 몸체를 누른다.

’ 미친놈아 니 눈엔 성직자 옷깃만 보이고 허리춤에 총이랑 도끼가 안 보이냐? 그리고 샷건을 맞고 살아난걸 행운으로 알라고 ‘

로난은 발버둥 치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몸통전체는 물론이고 양팔에도 붕대가 감겨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저 덩치는 또 뭐야’

로난이 성난 치와와처럼 울부짖었다.

케일이 온화한 미소로 방에 들어왔다.

’ 정신이 들었네요 기도할까요?‘

로난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분명히 저들은 자신을 쏜자들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을 도와주는 자들이니 일단 눈을 감는다.

제임스가 붕대 때문에 모아지지 않는 로난의 손을 억지로 모아 기도를 도와준다.

케일의 손에 쥔 성경은 겉보기엔 그저 오래된 가죽제본이었다. 표지 위 새겨진 십자가는 세월에 닳아 은빛으로 번들거렸고 모서리마다 붙은 금속장식이 낡은 흔적을 감추고 있었다.





‘찾았나?’

빨간색 명찰의 시드는 뾰족한 칫솔 뒷부분을 매만지며 내려다본다.

같은 빨간색 명찰의 재소자들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옹기종기 서있다.

’하,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기다리는 건데 모르나 봐 ‘

히죽 웃으며 천천히 일어난다.

노려보는 시드의 시간은 멈췄고 무리의 사람들은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숨도 내뱉지 않았다.

순간의 그의 눈은 반짝 빛나며 무리에게 다가갔다.

‘잠깐 방법이 있어 ‘

시드가 갸우뚱거리며 노려본다.

급히 뛰어나가서 브래드를 목덜미를 끌고 들어온다.

브래드는 어린 나이로 마약판매와 포주혐의의 최연소 재소자다.

시드의 가슴정도의 키에 깡마른 브래드의 큰 눈에 두려움이 서려있다.

’ 너 갱단멤버지?’

눈도 깜빡이지 못하고 세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

브래드를 낚아채 벽으로 밀어서 칫솔의 날카로운 부분을 목에 가져갔다.

두발은 허공에서 허우적대며 두려움에 시드를 쳐다본다.

칼보다 날카롭지 않지만 14살 아이를 죽이기엔 충분하다.


‘대답?‘

감옥밖에서는 하찮은 플라스틱이지만 이 무기만 있다면 경동맥을 찌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가 처음 감옥에 온날 달려들었던 놈 중에 목을 잘못 찔려서 목소리를 잃어버린 녀석도 있었다.

인어공주라고 놀리지만 생명을 잃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지낸다.

하지만 그는 모른다 시드가 의도적으로 후두를 찔려서 목소리만 잃은 것을

브래드는 울부짖으며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 제임스 알지?‘

시드의 광기 어린 눈이 브래드의 얼굴옆으로 밀착됐다.

처음 듣는 이름에 다른 재소자를 쳐다보지만 모두 눈을 피한다.

목에 뾰족한 부분이 살을 밀고 들어온다.

시드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눈을 질끈 감는다.


’네 알아요 찾을게요 찾아요!’

거칠게 브래드를 무리 속으로 던진다.


‘시간은 얼마나 필요해?’


‘일주일이요’


‘3일 줄게’


공포감에 다리가 풀려 시드를 올려다본다.

시드손의 칫솔에 피를 한번 보고 목을 매만진다. 끈적한 촉감과 불쾌한 피냄새에 구역질이 났다. 사람들을 밀치고 뛰어나간다.

‘자 3일 후 저 녀석이 안 오면 너희도 죽고 저놈도 죽는 거야 알았지?‘

저마다 눈치를 보며 대답을 한다.





‘엄마 돈테랑 통화하게 해 줘 ‘

대낮이지만 이미 싸구려 술에 취한 엄마는 웅얼거린다.

‘내 에어조던 밑창에 마지막 약이 있을 거야 제발’

뒤에 서있는 재소자의 눈치를 보며 속삭인다.

마약이라는 단어에 전화박스에서 몸을 내밀어 소리친다.

브래드는 갱단이지만 특별히 용감하거나 타락하진 않았다.

그는 단순한 코너보이(Cornerboy)이기 때문이다.

시드의 부탁이라면 더욱더 숨겨야 한다.

어머니는 마약중독으로 고속도로에서 브래드를 출산하고 노숙생활을 하며 자랐다.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아버지를 향한 의문이 있었지만 각박한 하루하루에 포기한 지 오래다.

가끔 운 좋으면 정부기관의 시설에서 지낼 수 있었는데 그때 알게 된 사람들이 브래드에게 마약심부름을 시키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몰랐지만 잘못인 것을 알았을 때는 그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매춘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는 엄마와 떨어져 있을 때 살아남을 방법이 필요했다.

이번부탁할 갱단의 멤버는 브래드와 처지가 비슷한 아이들이다.

언제 입었는지 알 수 없는 작은 사이즈의 짧은 원피스를 입은 브래드의 엄마가 검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마약과 폭력 혹은 자빠지면서 사라진 이는 볼썽사납다.

하지만 매춘을 할 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까이 가면 냄새도 심해 브래드도 엄마의 포옹을 피하기 일쑤였다. 엄마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고 꼭 엄마의 이빨을 고쳐준다고 약속했지만 감옥에 갔다. 엄마는 몇 년 후 나올 브래드를 기다리며 제인과 돈테에게서 맥주를 받아 든다.


’ 알아냈어요 ‘

시드를 쳐다보지만 몸이 굳어서 숨을 참게 된다.

소재지를 들은 시드가 브래드의 어깨를 감싼다.

작고 마른 어깨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움츠려든다.


’ 잘했어 네가 모두를 살린 거야 ‘

시드가 칫솔뒷부분으로 빠르게 브래드의 뺨을 긁는다.

어설프게 찢어진 피부는 피가 나지 않지만 아리다.

빨간 명찰이 무색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개를 못 들고 곁눈질말한다.

파르르 떠는 브래드의 머리를 흩트린다.


시드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진동음이 들린다.

화면을 확인하고 브래드를 한번 쳐다본다.


‘자. 이제 네 말이 맞는지 내기를 할 거야 ‘

브래드는 대답하지 못하고 입만 뻥긋거렸다.


’ 규칙은 간단해 네가 거짓말을 하면 장님이 되는 거지 ‘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