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의식
긴 줄을 선사람들은 저마다 담배를 꺼내서 빅터에게 보여준다.
너털웃음을 짓는 빅터가 숫자를 말하며 담배를 담는다.
숫자를 듣고 코디가 번호표를 넘겨준다.
금요일은 변기와인이 가장 잘 팔리는 날이다.
점심시간이 끝나면 와인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번호표를 받는다.
수첩을 꺼내든 코디는 정신없이 숫자를 체크한다.
뒤에서 지켜보던 시드가 뒤통수를 내리친다.
목에는 불그스름한 천을 메고 인상을 쓰고 있다.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카운터를 건넨다.
줄이 줄어들지 않자 빅터가 코디의 뒤통수를 한 번 더 내리친다.
빅터가 카운터를 빼앗아가고 수첩과 펜을 넘긴다.
빅터와 제임스의 일이었던 주말의 와인장사는 코디가 맡게 되었다.
코디는 오렌지색 명찰이다.
그의 범죄경력은 마약에 취해 동네마트에서 초코바나 훔치는 경범죄이다.
대부분은 하루 종일 대마를 피며 온라인게임으로 어린애들과 싸움이나 했다.
교도소의 평균연령대보다 어리고 최연소 범죄자인 브래드와 비슷한 나이이다.
’ 어떻게 할 것 같애?‘
와인주문을 하던 루크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코디의 대답을 기다린다.
말을 하려다 옆의 빅터를 보고 목소리를 낮춘다,
‘아마 오늘 밤일 거야’
핑크색명찰의 루크는 만족한 얼굴로 사라졌다.
코디는 주문이 끝나고 빅터에게 수첩을 넘겨주었다.
운동장으로 나서자 대부분은 운동을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서 있었다.
덩치 큰 사내들이 모여서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운동장의 끝에 홀로 앉아있는 브래드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체구는 쪼그려 앉아있으니 더 작고 갸냘퍼보였다.
무리에서 빠져나온 코디가 브래드에게 다가갔다.
어린 나이 외엔 공통점이 없지만 왠지 안타까움에 말을 건다.
‘오늘 밤에 조심해’
브래드가 돌아보자 코디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한숨을 쉬며 바닥을 바라보니 발옆에 무언가 떨어져 있었다.
신발로 떨어진 것을 밟고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브래드에게 관심이 없었다.
손을 바닥으로 가져가 조심스럽게 양말 안으로 쑤셔 넣었다,
기계음을 내뱉는 스피커소리에 깜짝 놀라 어깨가 들썩였다.
교도관이 손짓했다.
브래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줄을 선다.
’오늘 너무 춥지?‘
빅터가 브래드의 어깨를 감싸며 속삭인다.
눈이 커진 브래드는 그대로 굳어버린다.
‘앞으로’
빅터의 손을 뿌리치고 교도관 앞에 선다.
신호에 따라 양손을 뻗고 시선을 피한다.
‘뭐 숨긴 거 없지?’
브래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교도관을 올려다보았다.
‘빨리 좀 합시다’
다리를 체크하는 교도관에게 빅터가 소리친다.
핑크명찰이지만 시드의 오른팔인 빅터는 힘이 있었다.
교도관이라도 시드를 거스르기 쉽지 않다.
기분 나쁜 표정으로 브래드를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다음을 외쳤다.
브래드는 방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었다.
침대에 누워 자세히 보니 펜이었다.
‘뭐 하니?’
다정한 목소리의 빅터가 브래드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펜을 잡은 손은 베개 깊숙이 밀어 넣었다.
이불밖으로 고개를 내민 브래드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다.
‘너무 겁내지 마’
빅터가 브래드의 다리를 매만졌다.
그의 손이 닿은 곳부터 머리뒤쪽까지 소름이 끼쳤다.
손은 점점 올라와 허리춤을 매만졌다.
펜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손을 보았다가 그를 쳐다보았다.
기분 나쁘게 웃으며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눈을 꼭 감으며 펜을 잡은 손을 가슴가까이 가져갔다.
탕
철창을 내리치는 소리에 눈을 뜬다.
코디였다.
’ 시드가 빨리 오래 담배개수가 안 맞는데 ‘
아쉬운 표정의 빅터는 브래드의 머리를 한껏 망가트리고 방을 떠난다.
얼어있는 브래드를 바라보다 코디도 사라진다.
아침 알람소리가 나며 커튼이 자동으로 열린다.
눈을 뜨자 향기로운 냄새에 기분이 좋다.
부드럽게 만져지는 시트를 한번 쓸어본다.
정신을 차리고 한참이 되었지만 인기척이 없다
높은 침대에서 내려와 준비된 슬리퍼를 신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물을 마신 건 것까진 기억나는데 말이다.
마티아스를 불러보지만 정적만 흐른다.
창문은 열 수 없었자만 다른 방은 열어볼 수 있었다.
물론 마티아스의 흔적은 없었다.
방마다 있는 화장실과 자쿠지에도 흔적은 없었다.
클래식노래가 흘러나오며 안내방송이 시작되었다.
아침식사가 준비 중이니 샤워하라는 방송이었다.
불쾌한 표정으로 몸의 냄새를 맡고 샤워장으로 들어간다.
그가 들어서자 하단에서 은은한 불빛이 돌며 안내방송이 나온다.
특이한 점은 여자의 목소리가 아닌 남자의 목소리로 방송되었다.
고급스러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샤워실은 터치스크린으로 물줄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터치스크린에서는 언어를 선택할 수 있었다.
러시아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보이스지원으로는 영어, 한국어, 광둥어, 말레이시아어가 가능했다.
영어를 선택하자 특유의 악센트로 안내가 시작되었다.
따뜻한 물이 머리부터 쏟아지며 눈을 감는다.
시간이 흐르자 샴푸가 필요한지 묻는다.
대답을 하자 물이 멈추고 샤워기에서 샴푸가 흘러나왔다.
화이트머스크향과 함께 거품이 잘났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샤워기에서 물이 나왔다.
샤워젤을 알아듣지 못해 몇 번이나 소리쳤지만 끝내 받아내지 못했다.
물은 온천수처럼 따뜻하고 특유의 유황향이 났다.
샤워젤 없이 몸을 타고 내려가니 피부가 보드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권장샤워시간이라는 안내방송에 급히 거품을 걷어냈다.
샤워가 끝나자 기계음을 내며 서랍장이 올라왔다.
서랍장에서 십자가 심벌의 흰 수건을 꺼냈다.
펼치니 제임스의 발목까지 닿고 화이트 프롤러향이 났다.
머리를 말리며 침대방으로 들어가자 제임스의 사이즈에 맞는 옷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엉망이던 침대는 시트까지 말끔하게 바꿔어 있었다.
누군가 있을 것 같아 주변을 살펴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침대옆 큰 거울에서 옷매음새를 고치자 노크소리가 들렸다.
대답을 하자 어린 남자가 서있었다.
벨보이의 정장이 아닌 목카라에 흰 디자인이 있었다.
제임스가 맞다면 신부복이었다.
카라엔 수건에서 본 심벌의 브로치가 달려있었다.
제임스에게 종이를 건넸다.
준비가 끝났다면 따라오라는 종이였다.
호텔에 어떤 방침인지 어린 소년은 표정이 없었다.
말을 시켰지만 문밖에 가만히 서있었다.
그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는 제법값이 나가 보인다.
이 호텔의 콘셉트에 불만을 가지기엔 보수는 꽤 주는 것 같다.
호텔을 나서기 전 휴대폰이나 소지품을 찾는다.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문 앞에 서있는 소년이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제임스는 포기하고 그를 따라나선다.
그를 따라 복도를 걷는데 일반호텔과 다르다.
대게 복도를 중심으로 방이 여러 개 있고 규모가 크기 힘든데 다른 방의 문은 멀리 위치해 있다.
비싼 호텔은 다르다고 느끼며 복도가 갈라진다.
미로같이 복잡하고 문마다 열쇠로 문을 열어야 했다.
소년신부를 따라나선 것을 슬슬 후회할 때쯤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물론 신부품에서 나온 열쇠로 문이 열렸다.
문이 닫히자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어 발아래가 아찔했다.
5성급 호텔이냐는 물음에 신부는 묵묵히제임스의 깃을 정리해 주었다.
신부가 가진 열쇠가 찰랑거리며 소리를 낸다.
제임스는 질문하지 않기로 한다.
도착음과 함께 유황냄새가 더 진해졌다.
십자가심벌의 데스크로 들어간 신부는 카드와 바구니에 물건을 챙겨 제임스를 안내했다.
바구니와 수건을 받아 든 제임스는 락커룸으로 들어간다.
기존의 다른 락커룸과 다르게 큰 크기와 공간이 넓어서 압도당한다.
손에 쥐어진 키를 들고 락커를 열었다.
아무렇게나 옷을 벗고 문을 닫았다.
락커 안의 페쉬테말(얇은 수건)을 허리에 두른다.
바닥의 화살표를 나간다.
앞에서 기다리던 신부가 다시 안내문을 건넨다.
안내장엔 사우나의 정의와 이용가능한 탕의 종류가 나열되어 있었다.
사우나의 탕종류보단 신부가 왜 말을 못 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빠르게 앞서가는 신부를 따라가자 입구에 다다른다.
숨 막히는 수증기 속 송진냄새에 이끌려 탕으로 들어간다.
온도별로 탕이 나눠져 있었고 물이 나오는 곳엔 양의 머리조각, 사자머리, 버펄로머리등이었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 유황냄새를 뚫고 들어온 상쾌한 향에 이끌린다.
가지런히 놓인 나뭇가지와 벤치가 보였다.
자세한 품종은 알 수 없었지만 모양새가 조금씩 다른 나뭇가지가 몇 가지 나열돼있었다.
그중 하나를 집어 들어 코를 파묻었다.
어느새 따라온 신부는 고개를 저었다.
제임스에게서 나뭇가지를 뺏어서 제임스를 내리쳤다.
깜짝 놀란 제임스가 제지하자 벤치로 손짓한다.
대리석으로 된 벤치는 눕자 피부에 착달라붙어서 기분이 좋았다.
소매를 걷고 탕에서 물을 길어와 제임스에게 물을 뿌렸다.
꽂혀있은 나뭇가지를 한 움큼 뽑아서 제임스를 내려쳤다.
몇 번을 반복하니 눈이 감겼다.
잠들 기직 전 신부가 투명한 음료를 권유한다.
잠결에 잔을 받아 든 제임스가 의심의 눈으로 신부를 바라봤다.
신부는 작게 한숨을 쉬며 음료를 조금 마셨다.
잔을 내미는 신부에게서 천천히 잔을 받는다.
신부를 노려보지만 신부는 개의치 않고 제임스를 기다린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렇지 않은 신부를 확인하고 잔을 입에 가져간다.
진한 레몬향과 함께 짠맛이 입안에 가득 찼다.
그만 마시려는 제임스의 컵을 추켜올린다.
비슷한 체급이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만둔다.
그도 그의 일은 하는 것일 뿐 아닌가
빈 잔을 받아 든 신부가 곧바로 다른 잔을 가져온다.
이번 잔은 붉은색음료가 담겨있었다.
제임스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한다.
신부가 갸우뚱하더니 잔을 코앞까지 가져다 댄다.
술이 아니었다.
신부가 한번 더 시범을 보이려고 잔을 들자 제임스가 제지한다.
잔을 가까이 가져오자 풍부한 과즙향이 난다.
뜨거운 향에 숨이 막히던 기도에 달콤하고 향긋한 향이 흘러들어온다.
처음엔 달콤하다 혀끝에 남은 쓴맛에 미간이 구겨졌다.
컵을 받아 든 신부는 쟁반을 들고 사라진다.
입맛을 다시며 탕을 둘러본다.
양, 사자, 버펄로등 동물의 머리로 조각된 탕은 고급스럽다.
잠시고민을 하다 버펄로머리의 탕으로 들어간다.
버펄로머리조각상은 가까이서보니 더 거대했다.
특히 양옆의 뿔은 크고 웅장해서 양손을 뻗어도 닿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하다 포기한다.
버펄로 입에서 흘러나오는 곳에 머리를 집어넣고 고개를 휘저었다.
한참을 물장구치던 제임스 뒤로 신부가 쟁반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
확 하고 놀란 제임스의 목소리가 메아리쳐진다.
요깃거리를 가져온 신부에게 친근을 표시하지만 미동도 없다.
입에 음식을 넣고 씹으며 말을 건다.
’ 그보다 마티아스는 어디 있어?'
신부는 미동도 없다.
제임스는 갑자기 오기가 생긴다.
'우리 아버지도 여기 있나?’
순간 신부의 얼굴이 굳는다.
’ 뭔가 알고 있구나?‘
신이 난 표정의 제임스는 신부를 올려다본다.
신부는 앞을 응시하다 제임스를 내려다보고 천천히 뒷걸음친다.
신부는 제임스의 말에 뒷걸음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시선은 제임스의 등뒤에 머물러있다.
신부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몸을 돌린다.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사람들이 발이 보인다.
제임스는 자극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일어난다.
뒤를 돌아보니 신부는 사라졌고
멀리서 무리의 사람들이 제임스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