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 Aeterna, 빛의 이름으로
차가운 새벽 고요함 속에 날카로운 곤충의 소리에 눈을 뜬다.
아무리 일찍 자도 일어나는 것은 적응되지 않는다.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킨다.
작은 사이즈의 침대에 구겨진 몸을 천천히 늘린다.
비몽사몽 한 머리를 가누며 얼굴을 쓸어내린다.
방안임에도 찬 공기가 코안으로 스며들며 기침이 난다.
침대옆 작은 책상에 성경책이 놓여있다.
앞에는 마티아스의 이름이 적혀있다.
옆에 작은 물통이 있지만 거의 바닥나있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기지개를 켠다.
어깨를 돌리고 목을 비틀어봐도 정신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는다.
걸음을 재촉하니 관내 운동장에 도착했다.
달리기 트랙과 파릇한 잔디가 잘 갖춰진 운동장에 들어선다.
땅에 떨어진 분필을 집어 바닥에 선을 긋는다.
분필을 내려놓고 자세를 잡고 전속력으로 달려 나간다.
여전히 차가운 새벽공기에 마티아스의 숨소리만 가득하다.
온몸이 녹아내릴 듯 땀으로 범벅되고 숨은 차다 못해 헛기침에 몸을 가눌 수가 없다.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보는 하늘은 고요하고 반짝이는 별이 가득하다.
사제들이 있는 방에 희미한 불이 꺼진다.
공부를 하는 사제들은 이제야 막 잠에 든다.
분필을 들어 스무 번째 줄을 긋고 뛴다.
마지막 한 바퀴를 끝낸 직후 넘어가는 숨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아침예배를 위해 모인 신부들이 그 모습을 보고 놀란다.
평소 대화도 나누지 않는 어린 소년신부들이기에 어색하다.
어색함에 일어나려 하지만 쉽지 않다.
눈치를 보며 마지막에 예배당에 들어가 끝의자에 앉는다.
웅성대다가 뒤를 힐끗거린다.
대표인 것 같은 소년이 마티아스 앞에 선다.
숨을 고르던 마티아스가 고개를 들자 코를 막고 문을 가리킨다.
쫓겨난 마티아스는 방으로 향한다.
잠이 들었다가 깨어난다.
예배가 끝난 예배당으로 들어가 청소를 시작한다.
일반인도 쓰는 공용화장실도 청소하다.
찝찝함과 한 몸이 된 마티아스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옆 강단으로 간다.
전날 행사로 어지럽혀진 강당은 크기가 운동장 4개를 합쳐 논 것만큼 켰다.
집게를 쓰기엔 손이 더 더럽다고 느껴졌다.
한 소년신부가 돕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들었다.
마티아스는 손사래를 치며 소년을 쫓아냈다.
반드시 혼자 끝내 야한 다고 고집을 부렸다.
청소를 마친 마티아스는 운동장을 지나 텃밭으로 걸어간다.
준비한 바구니에 필요한 채소를 넣고 식당으로 가져다 놓는다.
연결된 호스의 전원을 돌려 농작물에 물을 준다.
호스가 닿지 않는 곳은 양동이에 물을 받아서 마저 물을 준다.
한 번 더 물을 받아 뒤쪽으로 간다.
작은 집에 들어가자 하얗고 보드라운털의 토끼들이 잠들어있다.
물을 넣어주고 먹이를 부어준다.
인기척에 냄새를 맡던 녀석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먹이통에 고개를 박고 먹으며 찍찍 소리를 낸다.
작은 다리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 한 마리를 집어든다.
보드랍고 따뜻한 촉감에 미소가 지어진다.
발버둥을 치며 다리를 휘저으니 웃음이 났다.
통증에 내려다보니 피가 난다.
손바다 안쪽 연한 살이 찢어져있다.
순간 분노로 토끼를 세게 움켜쥔다.
등에 피범벅이 된 토끼는 몸부림치며 한 번 더 물려고 덤볐다.
벌레하나도 못 죽이고 놓아주던 마티아스는 없었다.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작은 토끼를 노려본다.
벌써 몇 주째 기도와 함께 식이, 침묵, 수면을 통제하는 금욕훈련 때문이다.
발버둥 치는 토끼를 벽으로 던진다.
짧게 소리를 지른 토끼는 자지러지게 소리를 지르다 움직임이 멈춘다.
손의 피를 바라보다 토끼를 집어든다.
축 늘어진 토끼를 들고 농장으로 간다.
토마토가 심어진 땅을 파서 토끼를 묻는다.
묻고 일어나 땅을 밟아서 땅을 고른다.
6피트 5인치가 넘는 키는 들어서는 순간 모두를 압도했다.
굵은 웨이브의 곱슬머리아래에 풍성한 눈썹이 들썩인다.
긴 속눈썹아래의 북해를 닮은 아이스블루의 눈동자가 빛난다.
곧게 뻗은 코는 마스크에 가려졌지만 높다랗다.
‘마티아스’
이어 피스에서 케일의 목소리가 들린다.
방에 설치된 카메라를 바라보며 손을 들어 보인다.
마스크아래로 뺨이 움푹 파여 광대뼈가 도드라졌다.
깊은 그의 눈가는 더 깊고 고고한 인상을 주었다.
케일은 품에서 메모장을 꺼내 마이크에 말을 한다.
평소의 활달하고 긍정적인 마티아스의 눈빛은 사라진 지 오래다.
장난기 어린 푸른 눈은 북극해의 차가운 파란색으로 변해있었다.
마티아스의 옆의 신부가 도구를 건넨다.
작지만 날카로운 의료용 메스이다.
평소 같으면 소리를 꽥 지를 그는 없었다.
차분히 메스를 받아 든다.
의료용 붉은 소독 솜을 팔에 마구 칠해진다.
칼이 닿으며 팔에선 선홍빛 피가 흘러내린다.
얼굴이 천이 씌워진 로난은 몸부림을 친다.
경로를 이탈한 메스는 깔끔한 단면으로 피부를 가른다.
몸부림에 메스의 끝은 엉뚱한 곳에 박힌다.
신부가 메스를 뽑으려 하지만 로난은 소리를 치며 더 몸부림친다.
마티아스가 로난의 물컹한 팔은 뭉개질 듯 짓누른다.
신부가 메스가 꽂힌곳을 잡으려 하지만 로난은 몸부림을 멈추지 않는다.
얼굴이 붉게 물든 마티아스가 꽂혀있는 메스를 잡아 비튼다.
그의 비명소리가 유리창을 너무 다른 방을 가득 채운다.
약에 취해서 샴페인을 홀짝이던 여자가 놀라서 신부를 보자 조용히 음소거시킨다.
‘처음 10분이 가장 힘듭니다. 언제든 돌아가셔도 됩니다.’
소년신부의 눈동자는 영혼 없이 끔뻑였다.
여자는 건너편 일어나는 일보다 어린 신부의 눈동자에서 더 큰 공포감을 느꼈다.
소리 없이 잔인한 행위가 반복되었다.
분명 여자가 폴라로이드사진으로 선택했던 모양 그대로였다.
로난의 천은 반쯤 올라가 있고 심장박동은 요동쳤다.
마티아스와 신부는 더 처참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10분이 지났다.
진정제의 효과는 얼마 가지 않았다.
여자의 귓속은 방금 긴 잠에서 깬 것처럼 웅웅하고 소리가 울렸다.
스피커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그것은 더 사실적으로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좀 더 강한 약이 필요했다.
그녀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신부가 트레이를 밀고 나타난다.
퐁타리에 글라스를 내려놓고 초록색 에매랄드빛 액체를 따른다.
절반을 채 못 채우고 멈춘다.
중앙에 구멍이 있는 수저를 올려두고 도자기에서 각설탕을 꺼내 올린다.
입구가 좁고 긴 유리병으로 설탕을 녹인다.
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따르고 스푼을 치운다
얇은 유리잔을 들어 올리자 영롱한 초록색이 빛이 난다.
그윽한 허브향과 방금 녹은 설탕의 단내가 섞여서 오묘한 향을 냈다.
유리방의 선명히 보이는 붉은색과 반대로 아름답게 빛나는 잔에 시선이 빼앗긴다.
한모금하자 시선이 확장된 듯 정신이 또렸해졌다.
여자의 호흡은 안정되고 입에 미소가 지어졌다.
눈을 감자 귀에선 평소 좋아하던 리듬의 노래가 들린다.
긴장했던 몸은 따뜻한 온천 안에 들어간 것처럼 긴장이 풀렸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자유롭고 저항이 생겼다.
눈을 뜨자 눈앞에 로난의 얼굴이 보였고 웃음이 나기 시작한다.
웃음은 멈출 수 없어 깔깔대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눈물이 날 정도로 웃어서 숨이 넘어갈 것 같다.
신부가 두 번째 술을 준비한다.
이번엔 작은 수저 위의 각설탕에 불은 붙인다.
타들어가며 여러 색으로 변하며 두 번째 잔을 완성시킨다.
멍하게 불빛을 바라보던 여자는 유리방을 가리키며 웃기 시작한다.
유리방의 마티아스가 신부에게 지시를 한다.
버튼을 누르자 의자가 천천히 눕혀지고 몸부림을 치는 로난은 괴상한 음성을 내질렀다.
잠시 숨을 참으며 노려보던 마티아스가 얼굴을 팔꿈치로 내리찍는다.
로난은 정신 잃고 축 늘어진다.
신부가 묶인 다리를 풀고 밧줄을 발목에 걸었다.
지렛대의 원리로 다리는 저항 없이 위로 고정됐다.
심장은 안정적으로 뛰고 있다.
신부의 신호를 받은 마티아스가 메스를 받아 든다.
날카로운 칼날이 발목으로 스며들고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한다.
재갈이 물려 있지만 고스란히 고통을 느낀 로난이 발버둥 친다.
단단히 고정된 다리를 움직이지 않았고 그의 소리가 방안에 가득하다.
마티아스의 눈의 조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신부는 땀을 닦아주며 헤드폰을 씌워준다.
결의에 찬 눈을 한 마티아스가 계속해서 메스를 움직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에 몸부림치던 로난의 움직임이 잦아들었다.
10분이 지났다.
문이 열리고 수술가운을 입은 외부의 신부들이 들어온다.
사용한 도구를 수거하고 새것으로 바꾸고 바닥의 피를 마포로 훑어낸다.
이미 정신을 잃은 로난의 팔다리를 한 번도 결박한다.
수액을 들어가는 것과 심박수를 체크한다.
시계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급히 의료용 가위로 그의 속옷을 잘라낸다.
외부의 신부들이 방을 떠나자 마티아스와 신부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새로 세팅된 도구들은 전기선이 연결된 도구가 많았다.
작은 전기톱을 건네받은 마티아스는 순간 멈칫한다.
이어 피스를 넘어 케일의 목소리에 눈을 꼭 감았다.
그의 입엔 나무로 된 재갈이 새로 물려있었다.
이번엔 얼굴의 천이 모두 벗겨져있었고 그의 눈을 볼 수 있었다.
페달을 밟자 작은 톱이 속도를 내며 돌아갔다.
마티아스는 마스크 속 침을 삼키며 톱을 가져갔다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리는 그를 내려다보지만 멈추지 않는다.
빠르게 회전하는 전기톱을 로난의 몸통에 닿는다.
다시 음소거를 시킨 신부가 여자에게 알약을 권했다.
여자는 다급히 알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입구가 좁고 긴 유리병으로 잔을 채웠다.
단숨에 마셨다.
여자의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여자가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잠이 든다.
신부는 유리창으로 다가가 지켜보다 커튼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