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이벤트
어려서부터 나는 호기심이 많았다. 세상은 온통 신기한 것들 투성이었고, 사물의 이름과 정체, 원리가 궁금했다. 늘 주변 어른들을 붙잡고 자꾸 물어대기 일쑤여서 나를 적잖이 귀찮아했다. 또 책에서 읽은 과학 실험을 그대로 따라 해보는 걸 좋아했다. 결과가 뻔히 예상되는 것이어도 좋았다. 직접 손으로 해보고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으니까. 그런 예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한 예를 들자면, 과산화수소수(H₂0₂)가 이산화망간(MnO₂)과 만나면 산소(O₂)가 나온다는 글을 보고 따라 해본 기억도 난다. 소독약인 과산화수소수는 집에 있는데 이름도 생소한 이산화망간을 어디서 구할까 하다가 건전지 속에 들어있는 시커먼 흙 같은 게 이산화망간이라는 걸 알고, 이를 빼내려 멀쩡한 건전지 여러 개를 쥐어뜯어 놓기도 했다. 물론 실험은 실패였다. 이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소독약으로 쓰는 묽은 과산화수소수라 농도가 매우 낮았고, 건전지 내 이산화망간도 비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한때 매년 만우절만 되면 설악산 흔들바위가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외국인 여럿이 밀어서 굴러 떨어졌다는 이야기말이다. 때문에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그렇게 문의전화가 많이 왔다고 한다. 돌이켜 생각하니 나도 만우절에 한번 속아 넘어갔던 적이 있다. 장난기 많은 친구하나가 목소리를 깔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때는 전화에 발신자 표시가 되지 않던 때였다.
"ㅎㅇㅇ씨 맞습니까? 여긴 성동경찰서 강력계입니다. 친구 중에 혹시 ㅊㅇㅇ이라고 아십니까?"
"네, 그런데요?" (불안)
"그 친구가 지금 집단 폭행건으로 입건되어 있는데, 경찰서에 좀 나와주셔야겠습니다."
"네에???" (심박수 폭등)
그러고는 웃음을 참지 못해 킥킥대는 친구의 작은 웃음소리를 들었길래 망정이지 하마터면 경찰서까지 갈 뻔했다.
다시 말하지만, 오늘은 만우절이다. 각설하고 이 글을 쓴 진짜 이유를 이제부터 말하고자 한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벌써 8개월이 조금 넘어갔다. 처음엔 진짜 아무 것도 몰랐다. 글을 올리고 나서 'ㅇㅇㅇ님이 라이킷했습니다'라고 알림이 뜨자 '이게 뭐지?'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오늘 문득 그런 호기심이 생겼다.
내 글에 라이킷은 과연 몇이나 읽고 누르는 것일까? 읽지 않고 그냥 1초 만에 누르고 나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는 것 말이다. 물론 둘 다 섞여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이 궁금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앞서 밑밥으로 미리 깐 재미없는 글자들을 헤치고 적어도 여기까지 힘겹게 왔다면 1초 만에 라이킷 누르고 나가는 사람에 해당되지는 않을 테니 다음 사항을 잘 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1. 실험 목적
·읽고 누르는 라이킷과 읽지 않고 누르는 라이킷의 수를 측정하기 위함
·즉 본인글에 찍혀있는 라이킷은 얼마나 유의미한 데이터인지를 확인하기 위함
2. 실험 방법
·실험 참여자(작가님들)의 자발적 동참이 반드시 필요한 일종의 "참여형" 사회 실험
·최소 여기까지만 읽었다면 "절대로" 라이킷을 누르지 않는다
·혹시 라이킷부터 누르고 글을 읽기 시작했다면, "라이킷 회수"가 필수
·댓글을 단 작가님은 라이킷을 누르지 않은 것으로 간주
3. 결과
·연재일인 토요일 이후 일요일에 조회수와 라이킷 수, 비율을 공지
·다만 라이킷을 누른 작가님은 사회적 위신을 고려해 철저히 비공개 처리
4. 중요 사항
·읽지 않고 라이킷을 누른 작가님을 난처하게 만들 의도가 절대 아님 (라이킷 눌러주는 것만도 무한 감사)
·본인 또한 제대로 읽지 않고 라이킷 누르는 경우도 종종 있음을 고백함 (죄송 ㅠ)
·본 실험의 목적은 팔레오의 개인적 호기심 충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
5. 실험 결과에 따른 향후 추이
·라이킷 0~50구간 : 매우 성공적인 실험으로 샴페인 팡팡~^^
·라이킷 51~100구간 : 좋아해야 할지 살짝 애매한 구간
·라이킷 101~150구간 : 실험을 괜히 했다는 후회가 밀려올 것으로 예상
·라이킷 151~200구간 : 평생 이불킥 팡팡~
·라이킷 201~250구간 : 온갖 구차한 이유를 들어 실험 실패를 선언, 심리적 후유증으로 2주간 휴재
·라이킷 251~ : 브런치에서 무기한 잠적 ㅠ
6. 의의
·이 실험 결과를 통해 다른 작가님들도 진짜 라이킷의 비율을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해 볼 수 있음
·소재 고갈로 허덕이는 팔레오의 잡설, 한 건 해결
·오늘은 만우절이니 그냥 웃읍시다
자 이제, 이 실험은 시작되었다.
라이킷이 안 찍히면 느껴지는 불안 초조가 오히려 행복으로 느껴지고,
라이킷이 증가할 때마다 거꾸로 탄식이 나오는,
기묘하고도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그리고 과연 1번 라이킷은 누구일까? 몹시 궁금하다. ㅋㅋㅋ
이글을 읽고 실험에 참여해 라이킷을 누르지 않으신 분들은 물론
누추한 곳까지 찾아오셔서 아묻따 라이킷 눌러주신 분들도 모두, 사랑합니다.~~~ ♡
후기(4월 5일 일요일 작성 예정)
https://brunch.co.kr/@paleo/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