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대 마이오세 두호층
화석의 천국 포항
고생물학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만큼 포항은 화석 위에 지어진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두호층은 그야말로 화석의 노다지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종류의 나뭇잎 화석과 곤충, 해양생물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형 고래화석까지 산출될 정도다. 각양각색의 화석이 대량으로 산출되는 것도 대단한데 보존상태마저 뛰어나다. 게다가 교통 여건까지 좋아 최상의 조건을 갖춘 화석산지다.
포항의 두호층은 홍수와 같은 격변의 순간들마다 대량의 토사가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든 것이 장기간 쌓여 형성되었다. 때문에 육지에서 흘러 들어온 수많은 나뭇잎은 물론 바다에서 활동하던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의 유해가 함께 묻혔다.
이후 경동성 요곡운동의 영향으로 동해 바다 깊은 곳에 잠겨있던 해저 지층이 융기한 뒤 다시 파도에 침식되어 지금과 같은 해안 절벽을 형성하였다.
포항 여남동과 죽천리에 걸쳐 길게 이어진 해안 절벽은 약 1300만년 전 신생대 마이오세 시기에 살았던 고생물들의 화석을 만나볼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장소다.
이매패(조개), 복족류(소라), 불가사리, 게, 갯가재 등이 발견되며, 특히 어류 화석이 종종 발견된다. 이곳의 어류 즉 물고기 화석은 포항의 우현동이나 용흥동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 물고기 화석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형 물고기 화석이 나온다는 것!
현재 바다와 접해있는 이곳은 신생대 시기에 내륙쪽에 있는 지층보다는 다소 깊고 먼 바다였다. 깊은 물에 큰 고기가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때문에 새끼 손가락 길이를 넘지 못하는 잔챙이 물고기 화석이 주로 나오는 내륙쪽과는 달리 여기서는 체장이 수십 cm에 이르는 씨알 큰 물고기 화석들이 제법 나온다.
지층의 아래쪽이 파도를 맞아 계속 침식되다 보면 언젠가는 이처럼 와르르 지층이 무너져 내린다. 이 돌들을 두 눈 똑바로 뜨고 차근차근 살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물고기 화석을 만날 수 있다.
지느러미 가시와 척추쪽 가시모양을 보아 가자미목으로 추정되는 물고기 화석이다. 횟집에서 광어나 도다리 회를 뜨고 남은 골격을 본적이 있다면 유사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시 가자미목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물고기 화석이다. 주위에 혹시 있을지 모를 나머지 파편을 찾아보았지만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했다. 머리 부위까지 온전히 있었다면 30cm는 충분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쪽에 높이 솟아 있는 제2등지느러미의 모양으로 미루어 볼락류일 것으로 짐작되는 물고기 화석이다.
역시 볼락류로 추정되는 물고기 화석이다.
꽁치류로 추정되는 매우 길쭉한 형태의 물고기 두마리가 겹쳐있는 화석이다. 머리와 꼬리가 온전했다면 체장이 약 20cm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도 해안절벽이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나무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무너진 전석에 많은 화석들이 들어있지만, 시간이 지나 더 큰 파도가 치면 이 돌들을 바다로 싹 쓸어간다는 사실이다.
땅으로 무너져 내린 순간, 곧 바다로 쓸려 들어 갈 화석들의 삶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마치 만화 북두의권의 명대사 '너는 이미 죽어있다.'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달리 생각해 보면 바다에서 나고 자랐다가 어느 날 돌이 되어버린 뒤, 육지 한 켠 어딘가에서 까마득한 시간동안 자신이 나고 자랐던 고향의 꿈을 꾸다 결국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가는 한 편의 동화같기도 하다.
- 하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