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대 마이오세 두호층
어쩌면 저 바위 틈 어딘가에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녀석들이 눈을 감고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아슬아슬 붙어있는 돌들은 일순간 크게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리고 곧 파도를 따라 고향의 바다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나와 잠깐 인사를 나누었던 이 녀석도 아마 지금쯤은 고향으로 갔을 것이다.
바닷물이 스미고 빠지는 기반암 위에 희미하게 남은 상어 이빨 화석의 흔적이다. 오래 전 여기서 바위를 붙잡고 있었던 상어 이빨 화석은 "여기 내가 있었다."는 표식만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마치 쇼생크 탈출의 브룩스처럼
그늘 진 작은 바위에 걸터 앉아 살랑살랑거리는 파도에 실려온 짭쪼롬한 바닷 바람을 안주 삼아 캔맥주 한 잔을 들이켰다.
눈앞엔 바다, 발밑엔 화석, 한손엔 맥주, 바로 여기가 낙원이다.
물질하는 해녀와 포스코로 들어가는 거대한 화물선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긴 풍경이다. 목적을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묘한 공통점이 느껴졌다.
밝은 유백색 이암뿐만 아니라 짙은 회색의 이암에서도 물고기 화석을 볼 수 있다.
신기한 것은 회색의 이암에서 발견되는 물고기 화석은 종종 색유리나 사탕처럼 투명한 물질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햇빛을 잘 받으면 황금색으로 빛나기까지 한다. 이는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골격이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투명한 방해석으로 성분이 치환 되었기 때문이다.
걸어가던 중 깨진 이암 사이에서 황금색이 잠시 반짝였다. 매우 짧게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었지만 이를 놓치지 않고 빛이 나던 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대갈장군 물고기 화석이 숨어있었다.
바위에 구멍을 파는 갈매기 조개도 요행히 화석을 비켜서 집을 지었다. 꼬리 쪽이 떨어져 나간 게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흠 잡을 것이 없는 멋진 화석이다.
큰 머리와 입, 체고에 비해 짧은 체장, 특히 크고 날카로운 지느러미 가시가 돋보였다. 작은 물고기를 사냥해 잡아먹는 어식 어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바다와 만나는 자연 그대로의 멋진 절벽이 드러난 해안가의 전경이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데크보다 이쪽이 훨씬 운치있고 좋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느긋하게 걸으면서 천만 년도 더 넘은 화석을 구경할 수 있다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면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참으로 대단한 호사를 누리는 일이라고 아니할 수가 없다.
포항...
바닷가...
화석...
이곳에서의 멋진 경험과 즐거운 추억이 화석처럼 오래도록 남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