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처음 삼엽충을 만나다.(상)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직운산층

누구나 꿈에 그리던 곳이 있을 것이다.

지구 반대편의 이국적인 도시, 신비한 바닷속 세상, 혹은 머나먼 은하계 너머 미지의 우주 등...

나역시 오랫동안 꿈에 그려왔던 신비스러운 장소가 있다.

수억 년의 시간을 품은 돌속에 잠든 고대의 생명체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마치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와 같은 곳,

생각만 해도 설레던 그 곳,

바로 강원도 영월의 세송계곡이다.

이곳은 몇 달 전 탐사를 시도했다가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져 실패의 고배를 마신 곳이었다. 큰 기대를 가지고 먼 길을 떠났다가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로 인해 처참한 실패로 끝나버린 기억은 줄곧 트라우마로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실패를 극복할 방법은 오직 하나, 다시 도전한다!

태백과 영월, 상동을 거쳐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달려 계곡입구에 주차를 한 뒤 산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원도 청정 계곡물에 목을 축이고 세수도 할 계획이었으나 여기는 내가 예상했던 그런 계곡이 아니었다. 계곡의 돌은 폐광에서 흘러나온 알루미늄과 철, 황산이온 침전물이 쌓여 본래의 색이 아닌 흰색과 붉은색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마시면 바로 사망각!

흔한 개구리나 수서곤충, 물고기 한마리 조차 보이지 않았다. 환경오염이 대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중 하나라 하겠다. 이는 멋진 단풍으로 갈아입은 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끔찍하고도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내가 화석산지로 가는 정확한 길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계곡 왼쪽에 있는 오솔길을 찾아서 계속 올라가면 된다는 막연한 소문만 가지고 덤벼든다는건 사실 무모한 일이었다. 휴대폰을 보니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준비한 물도 500ml 생수 하나가 전부였다. 그걸 깨달았을 때 나는 이미 계곡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내가 미친게 아닐까?'

계곡을 따라 아무리 올라가도 오솔길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결단을 내렸다.

길이 없으면 내가 길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계곡 왼쪽 급경사 산길로 방향을 틀어 기어 오르기로 한 것이다.

비처럼 쏟아지는 땀은 얼굴을 흠뻑 적셨고, 입안은 논바닥처럼 바짝 말라갔다.

머리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몸은 계속 산을 오르고 있었다.

화석산지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혈혈단신으로 심산유곡을 헤집고 있는 나도 참 보통사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죽음의 급경사지대를 한참 오르니 한숨돌릴 평평한 곳이 나타났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쉬는데 청색빛이 도는 암회색의 돌이 몇 개 보였다. 박물관에서 보았던 삼엽충의 모암과 비슷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망치로 살짝 쳐보았는데 쩍하고 돌이 갈라지는 순간...

나는 그만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 하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