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성공의 조건

실력이 있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 손자병법

과제의 성패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구성원의 역량을 가장 큰 요인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과제가 성공하면 자신이 뛰어난 사람이라서 그런 결과를 얻었다고 착각하기 쉽다.


과제의 성공 요인을 더 잘 알려면 과제를 실패해 봐야 한다. 성공했을 때와는 달리 실패하게 되면 왜 실패했는지 열심히 요인 분석을 하게 된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했을 때와는 반대로 원인을 자신을 뺀 외부 환경에서 찾기 마련이다. 즉 내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여러 다른 외부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환경이 무르익지 않은 것 보통 때가 안 맞은 경우를 들 수 있다. 특히 신기술이나 신제품의 경우 이 원인이 크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스타일러의 경우 초기에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최근 혼수의 필수 아이템이 된 식기세척기와 건조기도 몇 년 전까지는 몇몇 가정에서만 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 전까지 기술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제품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필수품이 된 것은 시장환경과 사용자의 니즈가 바뀌어서이다. 과거 10년전 이 제품들을 연구하고 제품화해서 시장에 내 놓은 사람들은 다들 실패한 과제 취급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매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과제이다. 10년전에는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을 뿐인 것이지 당시 과제 담당자들이 무능했던 것이 아니다.


친환경 소재 관련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우려는 20년도 더 전에도 이슈가 되었다. 그때도 플라스틱이 썩지 않는 것을 다 알았고 환경오염 이슈가 있다는 것을 다 알았다. 그래서 이미 수십년 전부터 재활용이나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왔다. 여러분들이 모르는 곳에서 많은 기업들이 관련 연구를 과제화 하고 상품화하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아서 팔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이 조금 비싸도 환경을 생각한 제품을 살 것을 고려하고 있고 각국 정부들도 관련 규제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에 과제를 연구하던 사람들이 실력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시기가 무르익지 않아서 실패한 것이다.


손자병법의 총론에 해당하는 첫장 시계편(始計篇)에는 오사(五事)와 칠계(七計)라는 것이 나온다.


故 經之以五事 校之以七計 而索基情

(고 경지이오사 교지이칠계 이색기정)

一曰道 二曰天 三曰地 四曰將 五曰法

(일왈도 이왈천 삼왈지 사왈장 오왈법)


그러므로 다섯 가지 일로써 헤아려 보고 일곱 가지 계교로써 비교하여 그 상황 정세를 탐구하여야 한다.

다섯 가지 일이란, 첫째 도요, 둘째 하늘이요, 셋째 땅이요, 넷째 장수요, 다섯째 법이다.

- 손자병법 4 (고려원, 정비석, 한무희 공편, p16)


첫번째로 말한 도는 회사로 말하면 비전과 비슷할 듯 하다. 상하가 모두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가?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고 이를 함께하기로 동의하였는가? 등등. 회사에서는 상위 조직의 목표가 수립되면 그에 맞추어 하위 조직의 목표를 조정 (align)한다. 모든 조직의 목표는 같은 선상에서 나란히 배열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선 밖으로 나간 과제는 아무리 성과를 내도 인정 받지 못한다.


두번째로 말한 천은 보통 시기를 이르는 시 (時)와 함께 붙여 천시 (天時)라고 불린다. 앞서 누누이 설명한 제대로 된 때를 만나야 성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세번째로 말한 지는 병법상으로는 지형이나 공간적인 특성을 말하지만 많은 경우 지리 (地利)라고도 표현되어 환경적인 이로움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이해하기 편하다. 내가 얼마만큼 싸우기 편한 곳인가 내가 싸우기에 이로운 장소인가가 전쟁에서 중요하듯 과제에 있어서 우리 회사가 가진 기술과 역량 장점이 부각될 수 있는 과제인가가 성패에 중요한 요인이다. 예를 들어 진행하려는 과제의 업스트림을 이미 회사가 보유하고 있거나 다운스트림에 있는 중요 제조사가 마침 동일 그룹 내에 있는 관계사라 캡티브 유저를 확보할 수 있다면 일단 과제를 진행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 관련된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유사한 사업을 이미 하고 있다면 과제의 성공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네번째로 말한 장은 장수 즉 과제의 리더를 말한다. 네번째에 이르러서야 사람이 나온다. 즉 올바른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과제를 지휘하는가가 중요하다. 역량 있는 구성원, 그렇지 못한 구성원 모두를 이끌어 성과를 내는 조직을 만드는 것 이것이 리더십이다. 결국 성공의 깃발을 꽂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이것은 너무나 잘 아는 것이라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듯 하다.


마지막으로 말한 법은 조직, 명령체계, 유형적 지원을 말한다. 회사 내에 조직이 잘 갖추어져서 다양한 조직과 협조하여 도움을 받아야만 성과에 이를 수 있다. 다른 팀들과 활발한 협업이 이루어지는 조직문화를 가진 회사는 그렇지 않은 곳 보다 훨씬 빠르게 성공에 도달 할 수 있다. 또한 장비, 비용 등 다양한 물적 지원이 없다면 과제를 빠른 시간 안에 해 낼 수 없다. 오로지 사기와 열정만으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성공에 이를 수 없다.


결국 일의 성패는 시기가 무르익었는가, 일을 할만한 제반 환경과 기술이 갖추어 졌는가 그리고 마지막이 사람의 실력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성공의 원인도 실패의 원인도 모두 여기에 있다. 시기, 환경, 실력.

그러니 성공해도 모든 원인을 내가 아닌 밖에서부터 철저히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과제를 부여 받아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성공의 원인을 오직 나의 실력에서 찾아 천시, 지리, 조직의 지원 등을 무시하고 덤볐다가는 반드시 오만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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