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은 혼자 차지하지 말라 – 채근담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심리학을 매우 재미있게 설명하기로 유명하다. 나도 TV나 유튜브로 그의 강연을 종종 찾아 보곤 한다. 그 중 한 강연에서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의 특징을 설명하고 이후 이들보다 더 위험한 존재에 대해 이야기 했다. 바로 나르시시스트이다. 다들 나르시시스트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 정도로 알고 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기에 김경일 교수의 말에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아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르시시스트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보다 더 위험한 이유는 이들이 범죄에 까지 이르지 않고 그 중간에 멈추기 때문에 사아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처럼 사회에서 격리되지 않고, 이로 인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을 매우 힘들게 하니 정말 조심해야 하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김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은 스스로 자기애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이 칭찬을 독점하고자 하는 것에 더해 남들을 깎아 내려 자신의 아래로 끌어 내려야 만족한다고 한다. 그러니 그냥 자신만 사랑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끌어내려 자신의 발아래에 놓기 위해 진심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공감 능력 따위는 없을 것이다. 남과 공감하는 사람이 남들을 나쁘게 평가하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니까.
이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애가 파괴될 것이니 당연하다. 문제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을 인정하는 것도 나약함이나 열등함의 표현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 할 때 이를 실패자의 변명 정도로 생각한다고 한다.
아마 주변에서 이런 사람 한두명쯤 본적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다. 모든 팀원이 합심해서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끝낼 수 있었다. 팀장인 당신이 팀원들을 격려한다. 회식자라에서 팀원 중 한명인 A에게 덕담을 건넨다.
“A씨 수고 많았어요. 이번 프로젝트 성공에 A씨의 기여가 참 컸어요.”
그러자 A가 대답한다.
“팀장님 제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랑 함께 일한 B가 얼마나 일을 못하는지 아시지요? 정말 제가 그 사람 데리고 일하느라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파트에서 하는 일은 뭐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잖아요? 나는 C나 D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어요.”
A가 일을 잘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니 백번 양보해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보통은 이렇게 대답하지 않는다.
보통 제일 흔한 답변은 아래와 같을 것이다.
“뭐 팀장님이 잘 이끌어 주시기도 했고 팀원들도 다들 한마음으로 노력했잖아요. 저도 고생은 했지만 덕분에 많이 성장했습니다.”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조금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갑자기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를 수도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팀 E가 그런 사람인 것 같은데. 맞아. 그냥 자기 잘난 맛에 살지. 조금 재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다. 사회생활이든 회사생활이든 대인관계를 해온 사람이라면 누군가 최소 한명 정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도 동료 중에, 상사 중에, 팀원 중에 이런 사람을 보아왔다. 이런 사람이 일을 잘하기까지 하면 정말 안하무인이 된다. 나보다 상사면 모든 공을 독식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가 한게 뭐 있어? 다 내가 아이디어 내고 알려준 것이잖아?”
부하직원이면 위의 예시와 같이 동료를 깎아 내리며 자신의 공로를 어필할 것이다.
동료라면? 사실 이쪽이 제일 피곤하다. 상사야 뭐 똥 밟았다 생각하고 지내다 보면 그 또한 지나갈 것이고 부하직원이라면 일 잘하는 동안은 그냥 나만 알고 칭찬 해주면 큰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 물론 팀웍을 해치지 않게 잘 살펴야 해서 조금 피곤할 수는 있지만 이런 사람 컨트롤하는것이 상사의 임무 중 하나니까 다 안고 가야 한다. 그런데 동료라면 끊임없이 주변을 깎아 내리기 때문에 나 또한 타겟이 될 수밖에 없다. 나르시시스트 동료가 차라기 광역기로 도발을 하면 모든 팀원에게 역으로 타겟이 되어 무시하기 편한데 콕 집어서 한두명을 타겟으로 한다면 정말 피곤해 질 수 밖에 없다. 뭐 이런 경우는 휘말리지 말고 일단 버텨봐야 한다. 회사 생활 오래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회사 내에 평판 퍼지는 것 순식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평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회사 내에서 이들의 입지가 그리 탄탄하지는 않다.
채근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성과를 혼자 차지하고 책임은 남에게 넘기려는 나르시시스트. 우리가 피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나르시시스트도 경계해야 한다. 공을 나에게로 돌리고 과를 남에게 넘기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것을 일상으로 하는가 아니면 봐가면서 하는가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안다. 누가 이런 사람인지. 그리고 그런 평판은 금방 퍼지게 마련이다. 당신이 그러하듯이 누구도 그런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니 항상 명심해야 한다. 명성은 조금이라도 나누어야 화를 피할 수 있다. 공을 독차지하고 빠르게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 남들의 시기와 질투가 함께 쌓여가서 언젠가는 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책임은 조금이라도 나누어야 남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좋을 때만 동료인 사람을 동료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