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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회사원 김씨 Jun 18. 2023

일상에서 힘빼기

노력이 나를 배신할 때 

 골프를 잘 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 힘 빼고 치라는 것이다. 힘을 빼야 스윙이 자연스러워 지고 그래야 스윙스피드가 빨라져서 더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해보면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가장 하기 어려운 것을 꼽으라고 하면 항상 나오는 것이 힘 빼는 것이니 말이다. 공을 더 멀리 보내겠다는 욕심 때문에 대부분 더 강하게 휘두른다. 그러면 힘이 잔뜩 들어가서 공이 사방으로 멋대로 날아간다. 물론 더 멀리 나가지도 않는다. 나도 어느 유튜버의 비법을 보고 머리 속을 모두 비우고 힘 빼고 쳤더니 스윙을 약하게 했는데 공이 더 멀리 나가는 기적을 맛보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조금만 욕심을 내면 공이 중구난방으로 날아가지만. 


 살아가는데도 힘 빼기가 필요하다. 나도 젊었을 때 의욕만 앞서서 좌충우돌 했던 경험이 많다. 물론 내가 한만큼 성과가 나올 때도 있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를 외치면서 죽자사자 일에 매달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세상일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됐다. 아니 이것은 경험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 몇 번 경험을 하면 자연 몸에서 힘이 빠진다. 더 적절하게 말하면 힘이 빠져 나간다. 열심히 했는데 되는게 없으니 힘이 빠질 수 밖에. 그리고 알게 된다. 아무리 욕심을 내고 얻고자 해도 모두 얻을 수는 없다는 매우 당연한 이치를. 내 노력에 항상 보답을 받을 수 없고, 간절히 원해도 온 우주가 나를 도와주지 않는 다는 것을. 더 정확하게 말해서 욕심 내서 힘쓴 것에 비해 별로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마디로 헛수고 한 것이다. 

 내가 사회생활 20년 넘게 하며 얻은 이 처절한 교훈을 허완 작가는 일찌감치 간파한 듯 하다. 


 우리가 지금 괴로운 이유는 우리의 믿음, 즉 ‘노력’이 우리를 자주 배신하기 때문이다. 나는 죽어라 열심히 노력하는데 고작 이 정도고, 누구는 아무런 노력을 안 하고도 많은 걸 가져서다. 분명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배웠는데, 또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배웠는데 이상하다. 뭔가 속은 것 같다. 잘못 살아온 것만 같다. 그렇다고 노력을 멈출 수도 없다. 노력하지 않으면 그나마 지금 정도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게 맞는지 알 수 없어서 괴롭다. 

 왜 노력이 우리를 배신하는지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도 난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괴로움을 줄이는 법은 안다. 분하지만 ‘인정’해버리는 것이다.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노력한 만큼 보상이 없을 수도, 노력한 것에 비해 큰 성과가 있을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괴로움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허완, 웅진지식하우스, p21)


 내가 이만큼 힘을 줬으니 공이 더 많이 나갈 거야 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열심히 쳐도 공은 멀리 가지 않는다. 심지어 방향도 엉망으로 날아가서 벌타까지 먹고 스코어는 뚝뚝 떨어진다. 차라리 힘 빼고 툭 친 것이 더 멀리 나간다. 노력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노력을 했으니 꼭 큰 성과를 얻어야겠다는 욕심을 내지 말자는 것이다. 허작가의 말대로 내 노력에 비례해 대가를 얻겠다는 기대를 버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쓸데없는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현명한 방법이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나는 아직도 허완 작가처럼 온몸에 힘을 빼고 살지는 못한다. 타고나길 욕심이 많은 성격이라 뭐든 붙잡고 안놓으려 해서 의식적으로라도 손에서 놓으려고 애쓴다. 이런 것 마저도 노력을 해야 한다니 퍽이나 피곤한 인생이다. 욕심을 줄이고 싶은 것 마저도 욕심이 되는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그래도 기대해 본다. 나이가 들며 점차 체력이 줄어들 듯이 내 욕심도 세월에 깎여나가 점차 줄어들기를. 그래서 어느 순간 온 몸에 힘을 빼고 흐느적흐느적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살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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