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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회사원 김씨 Jul 02. 2023

구글에서 동아시아인이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이유

 구글에는 1만여명의 아시아인이 근무하고 있지만 인도인을 제외하면 임원으로 승진하는 인원이 거의 없다. 영리하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한중일 삼국의 인재들이 왜 구글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일까?

 이에 한중일 출신 구글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그 원인을 찾기 위해 회사 지원을 받아서 컨설턴트까지 동원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세가지 원인을 뽑아 냈다. 


첫째, 권위에 복종하는 문화

대부분의 한중일 삼국 출신들은 부모에게,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한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준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구글까지 이른 사람들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상사의 지시에 따르고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은 정말 잘한다. 그러나 비전을 제시하고 팀원들을 이끌어 내는 리더로 올라가려면 더 이상 남이 아닌 내가 무엇인가 목표를 정하고 이끌어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한 것이다.  


둘째, 동료들과의 관계형성.

사람들은 타인을 ‘따뜻함’과 ‘능력’을 기준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아시아계 직원들은 스스로 따뜻하고 능력 있다고 자평했지만 동료들은 똑똑하지만 차갑다는 상반된 평가를 했다. 어째서 일까? 그들은 잘 웃지도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 받지도 않는 아시안 동료들이 여유 없고 냉정해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생각해 보라 똑똑한데 냉정한 사람이 내 상사로 온다면 회사생활이 즐겁겠는가? 다들 이런 사람은 동료로도 상사로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세번째, 약점을 보여주는 용기

아시아인들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몰라도 아는척하고 질문도 잘 하지 않으며 자신의 약점을 내보이기 꺼린다고 한다. 이들은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체면이 깎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한다. 그래서 실패의 위험이 큰일을 피하고 안전한 일 무난한 업무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실패의 위험이 큰 도전적인 업무를 맡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큰 과업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조사를 보며 리더십을 잘 요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리더는 자신만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팀원들과 친밀한 소통을 할 줄 알며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끊임없이 질문할 줄 알고 위험이 큰 과업에 대해서도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할 수 있는 결단력과 실패에 따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나는 리더로서 어떤 강점이 있을까 생각해 봤다. 비전, 소통, 능력은 평범함 수준인 듯 하다. 호기심이 많아 질문은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니 그럭저럭 합격 수준. (사실 같은 팀원들 입장에서는 피곤한 리더일 수 있다.) 마지막 실패를 무릅쓰고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것, 이것은 내가 꽤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게 말해서 도전정신이 높고 나쁘게 말하면 무모하다. 더 냉정히 표현하자면 좀 멍청하다. 머리 좋은 사람,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아마 맡지 않을 어려운 일을 나는 흔쾌히 맡을 수 있는 사람이다. 아마 내가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무모함이 큰 기여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데 나 같은 유형의 리더는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그리고 앞으로 점점 더 적어질 듯 하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서 요즘 한국사람들도 점차 체면을 덜 중요 시 하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회 전체가 극한의 경쟁으로 가고 있고 이로 인해 점점 더 위험을 피하고 안정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듯 하다. 한번만 삐끗하면 사다리 아래로 떨어지고 다시 올라오기 힘든 상황에서 누가 위험을 무릅쓰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한살이라도 젊을 때 실패를 해보라고 도전정신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꼰대스럽고 현실과 동떨어진 주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너무 똑똑하지 않고 나처럼 조금 멍청해서 이것 저것 재지 않고 무모한 도전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동료가 한 명쯤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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