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십대 회사원 김씨 Jul 09. 2023

질문의 힘

 우수한 인재란 누구인가?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을 보통 우수한 사람,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럼 어떤 사람이 좋은 대학을 가는가? 주어진 질문에 대해 적절한 답변을 빠른 시간 안에 찾아내는 사람 그러니까 잘 기억하고 문제를 잘 푸는 사람이다.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회사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쉽지 않다. 가장 수치화 하기 쉬운 것이 학벌과 성적이다. 그래서 회사 인재 선발은 많은 부분 여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선발된 '우수한 인재'들의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아니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하자면 자주 있다. 


 왜 그럴까? 왜 그들은 업무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질까? 이들은 답을 빠른 시간에 찾는 것에는 능하다. 하지만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 직면하면 이를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우리는 질문에 답하는 것만 그것도 남들 보다 빠른 시간에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세상의 많은 부분은 특히 창의력이 필요한 업무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답을 아무도 모르기에 창의적이어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이런 인재는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바로 질문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다음의 경우에 질문한다. 


 첫번째 호기심이 있을 때 질문한다. 

 궁금하면 답을 얻기 위해 질문한다. 질문의 대상은 스스로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질문은 다른 질문을 끌어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호기심은 끝없는 질문을 만들어 낸다. 이런 질문들은 깊고 더 새로운 사고를 유발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한다. 모든 연구의 동기는 이러한 호기심인 경우가 많다.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모두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문제 해결에 대한 가장 큰 동기가 없는 사람이다. 


 내 첫번째 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팀 내에 정말로 유능한 친구가 있었다. 펩에서 제조되는 전자 제품은 다양한 불량에 시달리게 마련인데 이 친구는 매우 어려운 불량의 원인도 쏙쏙 찾아내 해결책을 제시해서 모든 사람들이 엄지를 내밀 수 밖에 없는 인재중의 인재였다. 워낙 일을 잘하니 이 친구에게 새로 들어온 신입을 두 명이나 붙여줬다. 이 친구의 업무효율도 높이고 신입들 교육도 시킬 겸해서. 어느 날 출근했더니 이 친구가 신입 두 명을 앉혀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거 왜 이런 것 같아? 의견을 말해봐. 전에 비슷한 것 본적 있잖아. 왜 대답이 없어?”

두 신입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한숨을 한번 쉬더니 원인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숨을 쉬면서 하소연인지 불평인지 모를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현상 정말 재미있지 않냐? 너희는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 궁금하지 않아? 난 정말 궁금해서 집에도 못 갈 것 같은데? 왜 그런지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궁금해서 잠이 안 올 것 같아.”


 이 친구가 회사 업무를 하는데 있어 자신의 호기심을 해소하는 것이 매우 큰 동기 중 하나이다. 그러다 보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고 끊임없이 왜 그럴까를 고민하니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척척 찾아내는 것이다. 새로 들어온 신입들이 머리가 나빠서 이 친구를 못 따라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 첫 직장은 한국에서 최고의 회사 중 하나라서 입사 경쟁이 매우 치열한 회사다. 그러니 어설픈 사람을 신입으로 뽑았을 리 없다. 다들 고만고만한 우수한 인재 중 발군이 되려면 호기심과 그에 따른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질문을 하는 두번째 경우는 의심이 들 때이다. 

 과연 이것이 맞는가? 저 의견이 타당한가? 내가 믿고 있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대가의 의견이니까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하는가? 우리는 의심이 들 때 질문한다. 의심이 커질수록 질문은 늘어나고 구체화 한다. 우리는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하고 해답을 찾아나간다. 


 과학은 이러한 의심을 통해 커다란 변곡점을 거치며 발전해 왔다. 흔히들 알고 있는 페러다임의 변화는 이러한 커다란 의심에서 시작되었다. 과연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 맞는가? 전자는 입자가 맞는가? 그럼 파동이 맞는가? 생물은 창조된 것이 맞는가? 우리가 지금 상식으로 알고 있는 지동설이나 양자역학, 진화론은 한때 소수의견이었고 기존의 학설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되었다. 기존의 학설로 설명 안되는 부분이 있을 때 이것이 오류가 아니라 새로운 사실로 들어가는 틈새라는 것을 간파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어댄 과학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석사를 마치고 박사학위를 시작하는 첫번째 세미나에서 였다. 지도교수님이 매우 신랄한 질문을 날리며 공격했다. 아. 이제 내가 석사가 아니라서 봐주시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첫번째부터 너무하시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질문을 마치고 교수님께서 마지막 코멘트를 하셨는데 이것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와 똑 같은 실험을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나?”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 새로운 아이디어니까 하고 있겠지. 그럼 이 실험은 이 세상에서 자네가 가장 잘 알거야. 다른 누구도 이런 실험을 한적 없으니까. 그럼 노벨상 수상자가 와도 자네가 생각하기에 아닌 것은 아닌 거야. 자네 생각이 맞다면 당당하게 ‘No!’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이 말씀을 지금까지도 연구자로서의 기본 자세로 삼고 있다. 내 연구 결과가 No. 라고 나왔다면 노벨상 수상자와도 맞설 수 있는 것 이것이 진정한 연구자의 자세이다. 항상 의심하라. 그것이 대가의 의견일지라도. 그리고 그 전에 내가 주장했던 것이라도 새로운 결과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닌 것이다. 모든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의 주장도 의심한다.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건전한 회의주의자 (Skeptic)가 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남들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묶여 새로운 답을 찾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생각하고 질문해야 벽 뒤에 숨어 있는 새로운 길로 가는 틈새를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들이 생각하는 방식이다. 앞서 말한 빠른 시간 안에 정해진 답을 찾는 것은 바로 이 벽을 찾아내는 능력일 뿐이다. 벽을 부수고 나가고 싶다면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정말 이것이 맞을까? 안타까운 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이렇게 의심하는 사람을 왠지 삐딱한 사람, 말이 많은 사람 취급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바로 당신이 찾는 인재 일 수 있다.


 질문의 힘은 그것이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든 의심에서 시작되었든 우리를 낯선 길에 들어서게 만든다. 창의적인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의식적으로라도 질문하길 바란다. 참고로 나도 고등학생 때까지는 질문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했다. 대학에 와서 전공과목에 대한 흥미가 이런 타고난 성격을 이겨내고 교수님들께 질문하게 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문 받았을 때 ‘왜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기꺼운 마음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준다. 그러니 당신이 생각하기에 바보 같거나 이상한 질문이라도 궁금하면 또는 당신이 생각하기에 아닌 것 같다면 질문하시기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구글에서 동아시아인이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