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만 쓰라 - 전국책
리더의 역할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
리더십에 대한 강의를 들어보면 리더에게는 정말 많은 것이 요구된다.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기본으로 장착해야 하고 소통 능력도 뛰어나야 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야 한다. 이상은 보통 리더십에 대한 강의에서 많이 등장하는 리더의 덕목이다. 그러나 나에게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역량 중 가장 중요하고 실제 리더가 가장 신경쓰는 것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조직 구성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것’ 이라고 답할 것이다.
모든 조직 특히 회사는 효율성을 중요시 한다. 결국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해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투입된 자원 대비 성과를 가지고 그 조직의 능력을 가늠한다. 결국 필요 이상의 자원을 배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정말 정말 급하거나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고서야 원하는 대로 자원을 끌어다 쓰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모든 조직이 자원 부족으로 허덕인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리더의 임무 중 자원의 분배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조직에 할당되는 자원은 크게 돈과 인원이 있다. 투자에 필요한 돈, 비용 처리되는 돈 등등. 돈을 많이 확보할수록 일을 하기 수월해 진다. 사실 많은 일들이 돈으로 해결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이다. 리더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자원이 바로 인력이다. 얼마나 유능한 사람을 끌어오는가에 따라서 일의 효율이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1.5인분의 일을 해내고 어떤 사람은 0.7인분의 일을 해내다. 어떤 사람은 조직의 분위기를 흐려서 전체 조직의 역량을 10% 떨어뜨리기도 한다. 문제는 조직 리더가 인원 선발에 대해 어느 정도 재량권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인원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끌어 모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 어디에도 ‘어벤저스’ 같은 팀을 운용하는 팀장은 없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어벤저스급의 팀원으로 조직을 꾸려 놓고 개개인의 역량의 합보다 못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이언맨이 헐크를 싫어해서 매일 치고 받고 싸운다면 제대로된 팀플레이가 가능하겠는가?
결국 이 모든 것을 감안해서 조직을 최적화 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큰 임무이다.
어떻게 최적의 조직을 만들 수 있을까?
첫번째,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파악해서 각자 잘하는 일을 맡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도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A라는 업무를 잘하고 어떤 사람은 B라는 업무를 잘한다. 업무를 잘하는 이유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서 일 수도 있고 업무의 성격이 그 사람의 성향과 잘 맞아서 일수도 있다. 예를 들어 화학연구 업무에 경영학을 한 사람을 뽑을 수는 없다. 또 영업 업무를 매우 내성적인 사람에게 맡기는 것 보다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니 리더는 구성원의 전문성과 성향을 파악하여 가능하면 가장 적합한 사람을 써야 한다. 물론 100% 맞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그래서 리더의 임무가 중요한 것이다. 어찌 되었든 100%에 그나마 가까운 사람을 찾아서 맡겨야 하니까.
두번째, 구성원간 성향을 파악하여 서로 성향이 안 맞는 구성원은 최대한 업무가 겹치지 않도록 배치해야 한다. 이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것이 성향이 안맞아도 사이가 좋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성향이 맞아도 그냥 사람이 싫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험에 의거하여 가능하면 맞을 것 같은 사람끼리 같이 일하게 하고 항상 대안을 생각해 놔야 한다. 여차하면 바로 떨어뜨리는 것이 팀웍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니까. 또 다른 문제의 경우는 팀원이 리더와 성향이 안맞을 때이다. 조직에서는 이미 나에게 한사람을 배당했다. 그런데 내가 싫어서 써먹지 못한다. 이건 사람이 없다고 변명을 할 수도 없고 사람을 쓰자니 리더가 고달프다.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은 모든 리더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최적의 인재가 없어 불만인 리더에게 전국책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이래서 못쓰고 저래서 못쓴다고 하면 아무도 써먹을 사람이 없다. 그래서 단점만 쓰고자 한다면 요 임금 같은 성인도 써먹을 곳이 없다고 일갈한다. 반대로 설명하자면 장점만 가려 쓰고자 한다면 걸주(桀紂) 같은 폭군도 써먹을 곳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리더는 자신의 호불호도 잊어야 한다. 누군가 능숙하지 못한 모습 어리석은 모습이 있어도 이 부분은 눈 감아야 한다. 오직 장점이 무엇인지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 입장에서 봤을 때는 S급 인재(人材)도 F급 인재(人災)도 한명이다. 즉 나에게 주어진 인원의 숫자만 고려되지 개개인의 능력을 고려해 주지는 않는다. 리더는 주어진 자원의 수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니 불평을 할 시간에 구성원의 장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참을 인(忍)자를 수십개 써 내려가고 몸 안에 사리가 쌓일지라도 리더니까 해내야 한다. 이것은 스스로를 다스리는 일종의 수행일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