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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회사원 김씨 Jul 30. 2023

한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난 '질풍가도'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빠른 리듬,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한화 이글스 치어리딩을 떠올리면 낯익은 리듬에 몸을 절로 움직이게 된다. 언제 들어도 흥이 폭발해서 나른하고 지친 오후에 힘내기 딱 좋은 곡이다. 요즘 표현으로 노동요라고 부르는 그런 느낌의 노래다.


 어느 월요일 아침. 1월이라 무척이나 춥고 해는 늦게 뜨기에 출근길은 어둡기만 했다. 워낙 아침잠이 없어서 첫차를 타고 출근하다 보니 역에서 회사로 가는 길에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고요하고 춥고 어두운 길에 따뜻한 가로등의 빛마저 차갑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 즈음 회사 프로젝트에 이것 저것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었다. 주말 내내 기억의 뒤쪽으로 애써 몰아 넣어 뒀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며 휴식을 방해했다. 월요일 출근길은 불안하고 외로웠다. 푹쉬고 오는 출근길에 벌써 힘이 다 빠져버린 듯 했다. 힘이 나는 노래가 필요했다. 


 '질풍가도'를 틀고 이어폰의 볼륨을 높였다. 언제나 처럼 내게 힘을 주길 바라며. 그런데 전주가 끝나고 나온 노랫말에 갑자기 울음이 터져 버렸다. 말 그대로 그냥 터져 버렸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웠다. 


 “한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게-

끝없는- 대지에- 다시 새길 희망을 안고 달려갈거야 너에게-“ 


항상 듣던 가사인데, 별 것 없는데 갑자기 왜?

아! 항상 사기를 북돋아 주던 가사가 오늘은 토닥토닥 위로해 주는 말로 다가왔다. 괜찮다고, 용기를 내라고. 쉽게 쓰러지지 말라고. 아마도 그때 내가 꼭 듣고 싶었던 말은 한번 더 용기를 내 보라는 그 말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흥겨운 락을 들으면서 어두운 출근길에 엉엉 울고 있었다. 뭔가 웃픈 상황이 지나자 쑥스러움과 함께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생각해 보니 별거 아니네. 뭘 그리 고민하고 있나? 걱정은 일단 해보고 나서 해도 늦지 않은 거지. 

갑자기 용기가 질풍처럼 솟아났다. 그래도 벌개진 눈으로 밝은 회사에 들어갈 용기는 없어 한동안 회사 건물 앞을 배회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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