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의견을 받아 들여야 하는 이유
군대개미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 서식하는 개미로 일정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을 하기 때문에 유랑개미로 불리기도 한다. 이 개미들은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개개의 개미들도 크고 강하기 때문에 이동 중 만나는 대형 곤충들도 먹어 치운다. 군대개미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시력이 거의 없어 후각에 의지하여 방향을 정한다. 바로 앞서 지나간 개미가 남긴 페로몬을 쫓아 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대개미는 종종 개미방아 (Ant Mill)라고 불리는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선두의 개미가 방향을 잃고 원을 그리기 시작하면 뒤에서 쫓아가던 개미들도 뒤따라 원을 그리며 맴도는 것이다. 앞을 볼 수 없기에 그저 앞선 개미를 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개미방아에 말려든 무리는 끊임 없이 원을 그리다 지쳐서 죽게 된다.
우리는 의사결정에 있어 맹목적으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다수가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생각들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인 “샬런 네메스”는 그의 책 “반대의 놀라운 힘”에서 의사결정에 있어 다수의 ‘합의’가 잘 못된 결론이 이르게 할 위험이 있고 소수의 ‘반대가 오히려 유익할 수 있다고 한다.
회의 중에 누군가 의견을 내고 다수가 수긍을 하게 되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굳이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는 의견에 반대를 표해 집중 포화를 맞고 싶지 않은 것이다. 회의가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쉽게 합의에 도달하는 것 보다 진정성 있는 반대 의견을 진지하게 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만약 군대 개미가 개미방아를 만들었을 때 그 중 한 개미가 다른 방향으로 나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부 개미는 그대로 개미방아를 따르겠지만 일부 개미는 다른 방향으로 나간 개미를 쫓아서 개미방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반대가 당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커다란 울림을 주며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결국 후대에는 다수가 공감하는 ‘상식’으로 여겨지는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법학자이자 대법관 홈즈 판사 (올리버 웬들 홈즈 주니어)는 다수의 판결문에서 다른 대법관들과 다른 소수 의견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간결하면서 명쾌한 의견은 당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후대의 연방법 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그렇게 수정된 법은 현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표현의 자유’ 즉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아닌 이상 발언 자체는 처벌 될 수 없다 말할 자유, 비판할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자유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그의 의견은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너무나 자명한 것이지만 당대에는 소수의견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다수의 사람이 모여 논의를 할 때 그리고 그 중 다수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 때 잠시 생각을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 지금 이 의견에 나는 과연 동의하는가?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말 맞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그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의견이 옳아서가 아니라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민주적 의사결정이 다수결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의 원칙은 다수의 의견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만약 다수의 의견이 이것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그것은 '민주'가 아니라 다수에 의한 '전제'일 것이다. 더 나은 방향을 원한다면 우리는 소수의 의견을 꼭 듣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반대의견을 반드시 논의하는 과정을 도입해야 한다. 다수의 그림자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된다. 그래야 모두가 개미방아에 빠져 죽을 때까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