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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대 회사원 김씨 Aug 27. 2023

반대의 힘

소수 의견을 받아 들여야 하는 이유 

 군대개미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지에 서식하는 개미로 일정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이동을 하기 때문에 유랑개미로 불리기도 한다. 이 개미들은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개개의 개미들도 크고 강하기 때문에 이동 중 만나는 대형 곤충들도 먹어 치운다. 군대개미는 끊임없이 이동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시력이 거의 없어 후각에 의지하여 방향을 정한다. 바로 앞서 지나간 개미가 남긴 페로몬을 쫓아 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군대개미는 종종 개미방아 (Ant Mill)라고 불리는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 선두의 개미가 방향을 잃고 원을 그리기 시작하면 뒤에서 쫓아가던 개미들도 뒤따라 원을 그리며 맴도는 것이다. 앞을 볼 수 없기에 그저 앞선 개미를 쫓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개미방아에 말려든 무리는 끊임 없이 원을 그리다 지쳐서 죽게 된다.


 우리는 의사결정에 있어 맹목적으로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다수가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생각들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인 “샬런 네메스”는 그의 책 “반대의 놀라운 힘”에서 의사결정에 있어 다수의 ‘합의’가 잘 못된 결론이 이르게 할 위험이 있고 소수의 ‘반대가 오히려 유익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기보다, 다수 의견이 진실일 거라고 단정할 때가 지나치게 잦다. 문제는 너무 경솔하게 단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작정 다수를 따른다.”


 “옳지 않은 반대의견이라도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반대 의견은 다수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의 행동에 제동을 건다. 합의가 반대의 목소리에 부딪히는 순간, 사람들은 독립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더욱 중요한 대목이자 이 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반대의견이 우리가 더욱 다양하게 사고하도록 자극하고 편향적으로 사고하지 않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반대 의견이 발생하면 우리는 더욱 많은 정보와 대안을 고려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생각하게 된다.”


 회의 중에 누군가 의견을 내고 다수가 수긍을 하게 되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굳이 많은 사람들이 수긍하는 의견에 반대를 표해 집중 포화를 맞고 싶지 않은 것이다. 회의가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쉽게 합의에 도달하는 것 보다 진정성 있는 반대 의견을 진지하게 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만약 군대 개미가 개미방아를 만들었을 때 그 중 한 개미가 다른 방향으로 나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부 개미는 그대로 개미방아를 따르겠지만 일부 개미는 다른 방향으로 나간 개미를 쫓아서 개미방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소수의 반대가 당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커다란 울림을 주며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결국 후대에는 다수가 공감하는 ‘상식’으로 여겨지는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법학자이자 대법관 홈즈 판사 (올리버 웬들 홈즈 주니어)는 다수의 판결문에서 다른 대법관들과 다른 소수 의견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간결하면서 명쾌한 의견은 당대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후대의 연방법 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그렇게 수정된 법은 현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표현의 자유’ 즉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아닌 이상 발언 자체는 처벌 될 수 없다 말할 자유, 비판할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자유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그의 의견은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너무나 자명한 것이지만 당대에는 소수의견일 뿐이었다.  


 그러므로 다수의 사람이 모여 논의를 할 때 그리고 그 중 다수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 때 잠시 생각을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 지금 이 의견에 나는 과연 동의하는가?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말 맞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그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의견이 옳아서가 아니라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민주적 의사결정이 다수결에 의해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의 원칙은 다수의 의견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만약 다수의 의견이 이것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그것은 '민주'가 아니라 다수에 의한 '전제'일 것이다. 더 나은 방향을 원한다면 우리는 소수의 의견을 꼭 듣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반대의견을 반드시 논의하는 과정을 도입해야 한다. 다수의 그림자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서도 안된다. 그래야 모두가 개미방아에 빠져 죽을 때까지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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