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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팰럿Pallet Dec 07. 2017

40대의 문턱에서

행복한 지금 위에서, 퇴직 이후를 생각하다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의 한 가족의 가장

직장 생활은 아직은 문제없지만, 하루하루 불안한 소문들이 회사가 미래가 밝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고,

나이로 인한 것인지, 실력으로 인한 것인지, 제도 때문인지 모를 답답함 속에 업무와 내가 만들어 내는 산출물들은 불만족스럽기 이를 때가 없다.

그래도 한 푼 두 푼, 아끼고 아껴서 잘 모은 덕에 거의 은행 꺼나 다름없는 아파트 하나는 마련 해 두었고, 토끼 같은 자식과 아내는 큰 갈등이나 고민거리 없이 우리 집의 울타리를 잘 다져주고 있다.

아직은 그렇다. 30대니깐.

하지만, 이 행복한 시간을 '시절'로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흔히들 하는 고민을 한다.


큰돈이 다 무슨 소용이 있나, 귀농해서 소소하게 먹고사는 데만 신경 쓰며 살까.

귀농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귀농 역시 '돈'이 있어야 가능했고, (나도 농부의 아들이지만) 농업이라는 것은 사업보다 만만치 않은 상황도 충분히 벌어진다. 마을 속의 공동체 역시 그렇고.


에이 아니다, 공부를 해서 다른 제2의 직업을 가져보자. 

하지만 이미 다니고 있는 직장의 안전판은 나에게 현재의 '절실함'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 절벽 앞에서 시작하는 마음 이어야 했지만, 이미 배가 불러있고 등이 따신 터라 절벽은커녕, 그 근처 금잔디 언덕에 누워서 햇볕을 쪼이고 있는 내 모습만이 보였다.


가진 돈을 좀 털어서 상가나 오피스텔을 해 볼까. 

일단 뭘 하려고 해도 대출은 추가로 받아야 했고, 각종 세금과 유지보수 비용, 감가상각 등을 고려하면 2%도 안 되는 수익률에 다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장사를 해 볼까.

이미 장사를 하고 있는 지인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니, 이런 질문을 했다. 진짜 악착같이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으로, 아이템보다는 돈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과 '아 이런 거 해보고 싶은 게 꿈이었는데' 혹은 '이런 거 하면 잘 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자기만족에 가까운 생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전자인지 후자인지 물어왔다. 난 전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도 없었고, 후자가 아니라고 딱 자를 수도 없었다.


현재의 직장을 다니며, 소소하게 꿈을 키워보자. 

그래서 그림도 배우고, 책도 많이 읽으며 꿈에 다가가는 연습을 했지만, 조금만 회사가 바빠지거나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면 ‘꿈’을 채워야 할 마음의 자리는 이미 ‘걱정’으로 만석이었다.



그리고 지난주에 팀에서 또 한 명의 퇴사자가 나왔다.

나와 비슷한 걱정을 하고, 그 무게에 눌려 있는 동갑내기 동료였고, 

그의 결정은 활기도 자유로움도 없지만, 좀 더 많은 연봉과 안정된 근속 연수를 보장하는 회사로의 ‘이직’이었다.


얼마 전 보았던, SBS 스페셜의 주제도 ‘퇴사’ 였는데, 퇴사한 그들을 따라가 보니,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살지만, 현실의 삶은 ‘마음’을 제외하고는 팍팍해지거나 단순해져야 했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 시간을 오래 버틸 수 있는 ‘돈’이 없었기에 결국은 ‘재취업’을 택하여 일했던 회사와 비슷한 회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다큐멘터리가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도 ‘현재에 감사하고 초심을 생각해보자’는 것 같았는데, 납득이 되면서도 고개는 끄덕여지지 않았다.


Brunch나 portal site에서 수도 없이 ‘퇴사’와 관련된 글도 찾아보았고, 미래에 대한 ‘준비’에 대한 글도 찾아보았다. 때로는 누군가를 만나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퇴사’와 ‘준비’를 들어보기도 했다. 고민의 범주가 크게 다르지 않아 서로 공감했지만, 확률로 보면 5%도 되지 않을 ‘큰 성공’을 부러워만 했다.


퇴사라는 단어 자체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단어지만, 사실은 매우 무거운 단어이다. 새로운 입사나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된다. 퇴사를 도피처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퇴사를 위해 좀 더 '잘' 준비하는 게 필요하겠다.

난 언제일지 모를 퇴사를 위해 한 가지 하고 있는 게 있다. 그건 먼저 계획을 세우는 것. 그리고 그 계획에서 현재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보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책이기에 책으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의 브랜드와 스토리를 만드는 것을 고민해보고 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이 곳에도 기록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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