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팰럿Pallet Aug 14. 2018

왜 우린 작가도 아닌데 글을 쓰려할까

숫자를 피해, 글자를 찾아가는 글쓰기에 대해

혹시, '숲속의 작은 집'이란 프로를 혹시 본 적이 있는지 묻고싶다.

바쁘고 꽉 짜여진 일상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나만의 속도로 잠시 살아보는 내용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콘셉트로 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단순하고 느린 삶을 경험해보는 예능 다큐이다.

처음에는 제주도 어느 들판. 양지바른 곳에 마련된 별장과 같은 작은 오두막과 대자연. 그리고 그 속의 소소한 시간들을 보며 마음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 언젠가 잠시만이라도 저런 시간을 보내야지 하는 마음을 먹기도 했다. 이 프로를 보는 내내 그야말로 힐링이 되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적어도 내 손에 휴대폰을 들려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소품들을 하나씩 검색을 해 보았는데..

"저 소품들이나 옷들 좀 봐. 하나같이 다 비싼 제품들이네. 세상에 저 도끼는 20만원 가까이하네! 저 비싼 도끼를 해머로 저렇게 내리찍는다고? 와~ 방송이니까 가능한 거 아닌가."

'숲속의 작은 집'에서 박신혜씨가 그 비싼 도끼를 망치로 쾅쾅 찍고 있는 장면


왜 글을 쓰려할까

갑자기 글쓰기 이야기다.

박신혜가 도끼를 해머에 가까운 망치로 내리찍는 장면과 글쓰기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최근에 나는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을 부쩍 많이 사서 보고 있다.

왜 이렇게 글은 잘 쓰지 못하고, 글쓰기에 대한 책들만 보고 있을까.

그리고 왜 글을 쓰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다가 은유 님의 <쓰기의 말들>에서 이런 구절을 만나게 되었다.

어른에게 글쓰기는 사회적 표정을 조심스럽게 벗겨 내는 행위였다. 돈과 나를 맞바꾸는 거래가 본격화되기 이전의 '나'를 만나는 일, 자기의 사회적 표정과 대결하며 본래의 표정을 되찾는 일이 어른의 글쓰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무엇이든지 돈으로 통역하는 대화가 하루에 가득하다.

숲속의 작은집 프로를 보면서도 그렇고, 아내와의 대화에서도 '그건 너무 비싸', '그걸 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그게 돈이 얼마인데'라는 말이 습관처럼 나오고, 회사에서도 KPI, MAU, acquisition 등 숫자로 치환하는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쏟아내고 상상의 숫자를 만들어낸다. 그 숫자의 대화를 통해 내 월급의 숫자가 올라가고, 내 통장에 숫자가 차곡차곡 쌓인다.

쌓여서 길고 길어진 숫자만 있으면 풍요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숫자가 쌓일수록 마음 한 켠은 빈곤해진다. 그래서 숲속의 작은집과 같은 프로를 보며 다시 위로를 받으려고 하고,

무의식 중에도 내가 빈곤해지고 있음을 깨닫고 있기에 나는 글을 쓰고 있고 그리고 어떤 숫자도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어른의 글쓰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돈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고, 그 어떤 걸로도 나의 가치를 통역하고 싶지 않으니깐 말이다.


그럼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지금 여러분의 책상을 한구석에 붙여놓고, 글을 쓰려고 그 자리에 앉을 때마다 책상을 방 한복판에 놓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도록 하자. 인생은 예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중. p.124

글을 쓴다는 건 범우주적인 위대한 계획이 아니다. 그저 어느 한 구석에 앉아서 자신이 가진 생각을 조용히 정리하거나, 혼자 스스로에게 하소연하는 행위이다. 즉, 대단한 게 아니다.

근데, 글을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힘든 점은 뭔가 '대단'한 것을 하는 사람과 같은 마음가짐이다. 누군가에게 대단한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마음이 차오르는 순간, 자기의 사회적 표정과 대결에서 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나를 지켜보는 숫자를 의식하는 글쓰기가 된다. 예를 들면, 좋아요 숫자, 구독 숫자, 읽은/방문한 숫자, 판매수량, 베스트셀러 순위 등등


취미 글쓰기라면

평범한 사람이고, 아직 독서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자랑하는 글쓰기까지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어찌 보면 축복일지도 모른다. 자랑할 게 없다면, 내 주변과 오늘 나를 중심으로 스쳐간 한 장면에 대해서 쓰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걸 누구보다 솔직히 쓸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솔직한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게 누가 읽게 될 때 창피하게 느껴질까 봐 이것저것 꾸미기 시작할 때 어려움과 지루함이 시작된다.

솔직하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면, 그다음은 채울만한 내용이 필요하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만으로는 일기나 수필 이상의 것을 쓰긴 어려울 테니, 독서량을 늘려야 한다. 필요한 카테고리와 주제의 독서가 집중되어야 하고, 때로는 환기해 줄 수 있는 주제의 독서가 필요하다.


전업으로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이미 그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난 평범한 직장인이라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전업하는 분들 중에서 인상에 남는 작가들은 다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 스타일을 만들려면, 모방을 해야 할 테고, 모방을 하려면 맘에 드는 책들을 가까이해야 한다. 그리고 읽는 것에서 머물지 말고 주변 사람들 또는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치우친 길로 빠져들지 않아야, 그 바닥에서도 '꼰대'소리를 듣지 않겠지.



 



---


이 글은 스스로를 반성하는 일기다.

글을 왜 쓰려하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그 물음에 답을 정리하기 위해 쓰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운과 노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