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고양이
날이 저물어 사방이 어스레하다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어둠을 틈타 집 앞 쓰레기봉지를 찢었다.
어미없는 도둑고양이 짓
그 짓거리라 말하는 입술들이 모여
골목에 채워진 허기가 도둑질로 배설되었다
얘야,
주검같은 쓰레기를 풀어헤치며
애기처럼 울다가
울음도 제대로 못 배웠다는 소리 들을까 부다.
얘아,
발길질 피하려고 그렇게 성급히 먹다간
뒷집 담 넘어가기도 전에 채하겠다.
담을 넘고 쓰레기를 찢어놓는다고
넌 도둑이래고
문을 열고 따뜻한 우유 한접시 먹는
난 고양이란다.
찢어지는 또 하나의 쓰레기봉지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닦아 놓아도
그 자리엔 죽은 고양이 한 마리가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