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습작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팰럿Pallet Mar 22. 2020

도둑 고양이

2013년도 자작시

도둑 고양이


날이 저물어 사방이 어스레하다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어둠을 틈타 집 앞 쓰레기봉지를 찢었다.

어미없는 도둑고양이 짓

그 짓거리라 말하는 입술들이 모여

골목에 채워진 허기가 도둑질로 배설되었다


얘야,

주검같은 쓰레기를 풀어헤치며

애기처럼 울다가

울음도 제대로 못 배웠다는 소리 들을까 부다.


얘아,

발길질 피하려고 그렇게 성급히 먹다간

뒷집 담 넘어가기도 전에 채하겠다.


담을 넘고 쓰레기를 찢어놓는다고

넌 도둑이래고

문을 열고 따뜻한 우유 한접시 먹는

난 고양이란다.


찢어지는 또 하나의 쓰레기봉지

애처로운 울음소리를 닦아 놓아도

그 자리엔 죽은 고양이 한 마리가 놓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