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설날 Jul 19. 2024

팜유, 차량용 디젤에서 항공유까지

앞서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팜유 생산을 바탕으로, 디젤 사용량의 35%를 팜유로 만든 바이오디젤로 충당하는 B35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보통 '바이오디젤'이라고 일반적으로 칭하는 물질은 지방산 메틸 에스테르, 영어로는 FAME(Fatty Acid Methyl Ester)라고 부르는 물질입니다. 바이오디젤 의무 사용 정책을 혼합률로 정의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FAME는 보통 디젤에 섞어서 사용하는데요. 이걸 디젤에 너무 많이 섞으면 기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FAME 속 수분 함량이나, 점도, 발열량 등 성질이 일반 경유와 달라서 그렇습니다. 즉, 바이오디젤을 일반 경유에 조금 섞는 것까지는 괜찮다고 해도, 아무래도 바이오디젤이 일반 경유보다는 차량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B35처럼 바이오디젤의 혼합 비율이 높아지면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게 됩니다. 간단히 생각해서, 자동차에 식물성 기름을 잔뜩 넣으면 왠지 고장이 날 것 같은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차세대 바이오 연료입니다. 대표적인 연료가 HVO(Hydro-treated Vegetable Oil)인데, 단어 그대로 수소를 첨가한 바이오 연료입니다. 이름에 ‘Vegetable Oil’이 들어있긴 하지만, 사실 우지(Tallow)와 같은 동물성 지방이나 폐식용유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HVO더라도 시장에서는 원재료에 따라 분류하고 가격을 차별화하기도 합니다. 원재료의 가격도 다르고, 환경에 대한 영향도 다르기 때문에 가치가 다르게 매겨지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같은 HVO를 사용한 사람들 중 누가 더 환경을 보호하는지 묻는다면, 식용유로 사용돼 사람이 먹을 수 있었던 식물성 유지를 굳이 HVO로 만들어 용한 사보다는, 어차피 버렸어야 할 폐식용유(Used Cooking Oil)나 팜유 공장의 폐수에서 나온 기름(Palm Oil Mill Effluent)으로 만든 HVO를 용한 사람이 더 환경을 보호한 셈이 될 것입니다. 전자의 경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물성 유지를 HVO로 만들었으니, 다시 사람이 먹을 식물성 유지를 만들기 위해 땅을 개간하고 환경을 파괴해야 하는 것입니다.


HVO Class 분류 (출처: Argus)


다시 성능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와, HVO는 FAME에 비해 수분 함량이 낮고, 저온에서도 잘 얼지 않아, 차량용 외에도 항공유나 석유화학 연료로도 사용될 수 있어, 최근 국내 석유화학, 정유사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HVO는 일반 바이오디젤인 FAME보다 비쌉니다.


또 다른 차세대 바이오 연료로 DPME가 있습니다. DPME(Distilled Palm Methyl Ester)는 사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개념인데, 팜유에서 만든 바이오디젤(FAME)을 증류해서 수분 함량을 줄인 것입니다. 그래서 기계에 무리가 덜 가게 한 것이죠. 이런 증류 처리를 해도 기계적인 측면에서는 HVO가 더 좋긴 합니다. 하지만 DPME가 HVO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차세대 바이오 연료인 DPME든, HVO든, 기존 FAME 설비 외에 또 새로운 바이오디젤 생산 설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투자와 비용이 수반됩니다.


요약하자면, 기계 돌리기에 가장 좋은 바이오연료는 HVO가 제일 좋고 DPME가 중간, 마지막이 FAME입니다. 가격은 반대로 HVO가 가장 비싸고 DPME가 중간, 가장 저렴한 것이 FAME입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미 바이오디젤 혼합률이 35%로, 기존의 FAME 바이오디젤을 더 섞으면 기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수준까지 와있기 때문에 혼합률을 40% 이상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일부 DPME나 HVO를 첨가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B35 정책은 일반 경유 65%, FAME 35%로 가능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앞으로 B40을 하고 싶으면, 일반 경유 60%, FAME 40%가 아니라, 일반 경유 60%, FAME 30% + HVO 10%, 혹은 FAME 30% + DPME 10%로 혼합해야 기계가 고장 나지 않는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FAME보다 비싼 HVO, DPME 가격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운송 연료 비용이 비싸질 수도 있겠네요.


B40을 위해서는 HVO나 DPME가 필요하다는 내용 (출처: Argus)


바이오연료는 차량용 디젤을 너머, 항공유 분야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는 국영 항공사인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이 팜유를 섞은 항공유로 첫 상업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팜유로 만든 이런 친환경 항공유를 SAF(Sustainable Aviation Fuel)이라고 하는데요.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비행은 팜열매 과육이 아닌 씨앗에서 나온 팜핵유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을 다룬 신문 기사들(Reuters, Jakarta Post 등)에는 HEFA(Hydroprocessed ester and fatty acid) 기술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수소 처리를 했다는 점에서 HVO 비슷한 기술입니다.


(출처: European Technology and Innovation Platform Bioenergy)


팜유가 바이오디젤 FAME가 되어 디젤용 차량 연료가 되었는데, 이제는 HVO로 항공유로까지 사용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상업 비행에 사용한 SAF는 왜 팜유가 아닌 팜핵유로 만들어졌을까요? 팜유와 팜핵유는 주로 사용하는 지방산의 종류가 다른데, 친환경 항공유인 SAF를 만들기 위해서는 팜핵유에 풍부한 로르산(Lauric Acid)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앞서 팜핵유에 대해 이야기할 때, 팜핵유와 코코넛유가 로르산이 많아서 ‘라우릭 오일’이라 불리고, 이 둘이 서로 대체재 관계에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팜핵유나 코코넛유가 팜유보다 비싸기 때문에, 저렴한 일반 팜유나 다른 식물성 유지로 SAF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앞으로 개발될 수도 있습니다.


2023년 10월 Palm oil-blended jet fuel로 상업 비행에 성공한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 (출처: Jakarta Post)


앞으로의 기술 개발에 따라 바이오 연료의 가능성은 더 많이 열려 있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비싸거나 저렴하다는 개념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습니다. 다만 FAME, HVO, SAF 정도의 용어만 알더라도, 앞으로 바이오 연료와 관련한 신문 기사들을 읽을 때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전 09화 팜유 대국 인도네시아와 에너지 정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