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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 Jul 22. 2024

팜원유 공장(CPO Mill)의 폐수와 바이오가스

회사에서 탄소배출 관련 사업을 경험하면서, '문과생이지만 엔지니어들과 미팅할 때 말이 통하는 수준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장과 다음 장에서 설명하는 바이오가스 이야기에는 화학식 같은 다소 실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문과생으로, 화학식 좌변과 우변에 숫자가 맞는다는 것만 알아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습니다. 수많은 바이오가스 관련 사례 중 하나인 팜원유 공장(CPO Mill)의 메탄 감축 사례를 한 번 보고 나면, 전체적인 바이오가스 정책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앞서 설명한 바이오 '디젤'은 사람이 먹을 수도 있는, ‘아까운’ 식량을 차량용 연료로 쓴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이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 바이오가스입니다. 특히 이번에 다룰 바이오가스는 공장 폐수에서 나오는 메탄가스(Methane, CH4)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인데, 이건 사람이 먹을 수도 없고, 이용하지 않으면 어차피 공기 중으로 날아갈 것이었기 때문에 별로 아까울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공기 중으로 날아갔더라면 환경을 파괴했을 메탄을 포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됩니다.


바이오가스를 알기 위해서는 폐수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 팜원유(CPO)를 만드는 CPO Mill 공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여느 공장과 같이 공장에서 팜원유를 만드는 CPO Mill에서도 폐수가 발생하는데, 이를 전문 용어로 POME(Palm Oil Mill Effluent)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앞서 HVO의 원료에서 POME가 잠깐 나왔는데, HVO를 만들기 위해서는 폐수인 POME에 남아 있는 기름을 추출해서 사용합니다. 인도네시아 팜 업계에서는 이걸 ‘더러운 기름’이라는 뜻으로 ‘Minyak Kotor’라고도 부릅니다. 더러운 기름이 바이오디젤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바이오가스를 설명하는 이번 글에서 말하는 POME는 추출된 기름인 Minyak Kotor가 아닌, 폐수 그 자체를 말합니다.


CPO Mill 전경 (본인 촬영)


팜원유 공장에서 나온 폐수는 여러 단계를 거쳐 정화된 후, 수질이 일정 수준을 충족하면, 강으로 방류하거나 다시 팜농장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수질 정화 과정에는 BOD(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 혐기성 분해, 호기성 분해, 용존 산소 등등 수많은 지식들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다루고, 일단 여기서는 '폐수를 정화하는 과정에서 메탄(CH4)이 발생한다.'는 것만 알아두도록 하겠습니다.


메탄은 교토 의정서에 지정된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로,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에 21배 더 해로운 온실가스입니다. 그렇다면 폐수 처리 과정에서 도대체 저렇게 해로운 메탄이 왜, 어떻게 발생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정화되지 않은 폐수(POME)에는 유기물이 들어있고, 폐수를 정화하기 위해 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유기물의 한 종류인 포도당을 예로 든다면, 포도당의 화학 구조는 C6H12O6인데요. 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혐기성(Anaerobic) 분해라고 합니다. 혐기는 ‘공기를 혐오한다’, 즉 분해 과정에서 산소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식에서 보다시피, 메탄(CH4)과 이산화탄소(CO2)가 나옵니다. 바로 이렇게 메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폐수 처리 시설은 호기성(Aerobic) 분해로도 유기물을 분해하는데요 호기는 반대로 ‘공기를 좋아한다’는 뜻으로, 분해 과정에서 산소가 개입합니다. 이땐 메탄이 발생하지 않는데, 화학식이 아래와 같습니다.



이처럼 호기성 분해 과정에서는 메탄이 발생하지 않고 이산화탄소와 물만 나오게 됩니다.


폐수 처리 과정에서는 혐기성과 호기성 분해가 모두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해로운 메탄이 발생하지 않는 호기성 분해만 하면 되지 왜 혐기성 분해를 해서 메탄을 뿜어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텐데요. 폐수(POME)의 오염도가 높을 때에는 호기성 분해가 어려워, 오염도가 심한 폐수 처리 초반에는 혐기성 분해로 오염도를 어느 정도 낮춰야 하고, 오염도가 어느 정도 낮아지면 호기성 분해로 넘어가게 됩니다.


바이오가스 발전소(Biogas Plant)는 팜유 폐수 처리 시설 중 메탄(CH4)이 발생하는 부분(혐기성 분해 시설)에 설치해서, 메탄을 포집하여 전기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전기만 만드는 게 아니라, 메탄의 배출을 막아 지구 온난화를 막는 역할도 하니, 일석이조의 효과입니다.


메탄을 감축해 환경을 보호했다는 것을 UN으로부터 인증받으면, 그 인증을 팔아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환경 보호 활동이 돈이 되는 것인데요. 여기서 나오는 것이 탄소 배출권(CER, Certified Emission Reduction) 개념입니다. 참고로 탄소 배출권은 할당 배출권, 상쇄 배출권, 외부 사업 배출권 등이 있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배출권은 외부 사업 배출권입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ETS, Emission Trading System)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고 싶은(공장 같은) 업체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사야 하고, 온실가스를 줄인 업체는 줄인 만큼을 ‘권리’로 만들어서 팔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인데, 쉽게 이야기해서 “환경을 보호한 회사에게 환경을 파괴하는 회사가 돈을 줘!”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팜원유 공장(CPO Mill)의 바이오가스 발전소에서 감축한(환경 보호) 메탄의 양은,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고자 하는(환경 파괴) 공장에게 배출 권리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이 방법들을 UNFCCC(UN 기후 변화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UNFCCC와 IPCC 마크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아직 지어지지 않았는데 탄소 배출권의 양을 계산할 때에는, 이 발전소가 얼마만큼의 메탄을 감축할 것인지 추정합니다. CPO Mill 바이오가스 발전소에서 메탄을 얼마나 감축했는지 계산하는 방법은, UNFCCC의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방법론 중 'Methane recovery in wastewater treatment'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CDM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가진 선진국이 개발도상국 투자해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만큼 탄소배출권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시행하는 CDM 체제는 이제 개발도상국에도 감축 의무를 부여해 좀 더 많은 주체들이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SDM(Sustainable Development Mechanism) 체제로 바뀌는 과정에 있습니다. 하지만 팜원유 공장의 폐수에서 메탄을 포집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사업 방법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CDM 방법론을 통해 메탄의 감축량과 탄소 배출권의 양은 ‘Baseline Scenario’, 즉 메탄을 포집하는 장치가 없었을 때의 탄소 배출량(배출 많음)과 ‘Project Scenario’, 즉 발전소를 지었을 때의 탄소 배출량(배출 적음)을 비교하여 구할 수 있습니다. 방법론으로 계산된 이 둘의 차이만큼을 감축량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계산법은 주로 아직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지어지기 전에, 탄소 배출권이 얼마나 나올지 추정하는 단계에서 사용합니다.


하지만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이미 지어졌다면, 방법론으로 계산할 필요 없이 발전소에서 메탄 감축량을 직접 측정하여 탄소 배출권의 양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에는 소각되거나 전기로 사용된 바이오가스, 메탄의 밀도, 메탄이 얼마나 누출 없이 잘 소각되거나 전기로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요소들이 고려됩니다.


팜농장의 바이오가스 발전소: Lagoon Type (위), Tank Type (아래) (출처: The Business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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