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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 Jul 26. 2024

메탄은 얼마나 해로울까? (GWP)

앞선 글에서 메탄을 감축해 환경을 보호한 만큼 탄소 배출권을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럼 배출권을 세는 단위가 있을까요? 얼마나 배출했는지 알아야 가격을 매겨서 거래를 할 테니 말이죠. 그래서 배출권은 단위가 있는데, 그것이 '톤 CO2e'입니다. 이는 '이산화탄소 1톤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냅니다. 이산화탄소 1톤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1톤 CO2e라면, 메탄 1톤이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21톤 CO2e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21배 나쁘다는 뜻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메탄의 GWP가 21이라는 뜻입니다. GWP는 Global Warming Potential의 약자로, 이산화탄소(CO2)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정도를 '1'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나타낸 값입니다. 그런데 이 GWP는 측정하기에 따라 값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가 거듭되면서 GWP가 다르게 발표되곤 합니다.

(출처: Greenhouse Gas Protocol)


위의 표를 보면 메탄(Methane)의 GWP가 SAR에서는 21, AR4에서는 25, AR5에서는 28이라고 돼 있는데요. 여기서 SAR, AR4, AR5는 각각 SAR(1995년 발표, Second Assessment Report), AR4(2007년 발표, Fourth Assessment Report), AR5(2014년 발표, Fifth Assessment Report)를 의미합니다.


SAR이 발표된 1995년에는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21배 해롭다고 했는데, AR5가 발표된 2014년에는 28배 해롭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탄소배출권을 계산할 땐 최신 자료인 2014년 자료, 즉 28배를 쓰지, 왜 1995년 자료인 21배를 쓰는 것일까요?


100톤의 메탄을 포집한 업자가, 1995년 기준으로 한다면 21배인 2,100톤 CO2e만큼의 탄소배출권을 얻겠지만 2014년 기준으로 한다면 28배인 2,800톤 CO2e만큼의 탄소배출권을 얻을 텐데 말이죠.


사실 바로 위의 말에 답이 나와있는데, 시중에 나오는 탄소배출권의 양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면, 메탄 100톤을 경감한 업자에게 28배인 2,800톤 CO2e의 탄소배출권을 줬다고 한다면, 결국 이 사람은 이 2,800톤 CO2e를 탄소를 배출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팔 것이고, 이것은 2,800톤 CO2e의 탄소 배출로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21배인 2,100톤 CO2e 만의 탄소배출권을 준다면, 같은 원리로 2,100톤 CO2e 만의 탄소 배출로 이어질 것입니다.


탄소배출권을 발행해 주는 UN 입장에서는 메탄의 GWP를 28배로 인정해 줘서 탄소배출권이 시장에 더 많아진다면 환경을 더 파괴하는 일이 되니, 경계할 수밖에 없겠죠. 물론 이런 이유로 GWP를 28이 아닌 21로 정의한다고 명시된 걸 보지는 않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런 이유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UNFCCC(UN 기후 변화 협약)에서는 '21년 1월 1일부터, SAR, AR4, AR5 중 가장 낮은 값의 GWP를 쓴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UNFCCC에서 쓰라고 이야기하는 GWP 값은 아래 표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했듯 메탄의 GWP는 21로 돼 있습니다.


UNFCC에 나와 있는 원문은 이렇습니다.


(중략) they shall apply as global warming potential (GWP) values, the lowest value from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assessment reports for each greenhouse gas (GHG) for a 100-year time horizon.


온실가스의 종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외에도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육불화황(SF6) 등 많이 있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메탄에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그런데 위의 GWP 표를 보면 메탄에 비해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육불화황과 같은 온실가스들이 GWP가 훨씬 더 높음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얼마나 지구 구 온난화에 더 해로운지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메탄의 GWP는 21이라고 했는데, 이는 100년 동안의 기간을 두고 그 영향치를 봤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20년 동안의 기간을 두고 본다면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해롭다고 합니다. 

(출처: University of New Hampshire)


위의 표를 보면 AR5 기준으로 메탄의 100년 동안의 영향을 나타내는 GWP는 28이라고 돼 있는데(앞서 봤듯 메탄의 GWP는 SAR에서 21이고, AR5에서는 28이었죠), 20년 동안의 영향을 나타내는 GWP는 그보다 훨씬 더 높은 84라고 돼 있습니다.


국제 사회(UNFCCC 포함)에서 지금은 메탄의 해로움을 100년 동안의 영향으로 분석해서 GWP 21~28로 나타내고 있지만, 어느 날 100년보다 20년 동안의 영향이 더욱 중요한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메탄의 GWP가 84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면 메탄을 100톤 포집하던 업자는 탄소배출권을 2,100~2,800톤 CO2e만큼 받다가, GWP가 84가 되면서 8,400톤 CO2e만큼을 받게 되겠습니다. 이 때는 앞서 설명한 탄소배출권이 시장에 너무 많아졌을 때 환경이 더 많이 파괴될 수 있다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야겠죠.


지금까지 바이오가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탄소배출권을 정확히 몇 CO2e만큼 받는지에 대한 방법론은 좀 더 복잡한데,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다음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COD와 메탄, 그리고 GWP의 개념 정도만 알면, 전문가 레벨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전문가와 의사소통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디 어디 의정서, 어디 어디 프로토콜 이런 것들을 뉴스에서 봤을 때, 왜 이런 논의가 중요한지도 알고, 이런 논의에서 다다른 합의에 따라 GWP가 바뀌면 탄소배출권의 수량이 바뀔 수 있고, 이것이 시장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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