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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 Aug 02. 2024

팜유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친환경 연료들

팜유는 인류에게 꼭 필요한, 사실 앞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르는 자원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열대우림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로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이오디젤과 바이오가스 외에도 팜씨앗껍질(PKS, Palm Kernel Shell)이나 섬유질(Mesocarp Fiber)을 활용한 바이오매스 자체 발전 등으로 원가도 절감하고, 팜사업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면서 환경 파괴도 최소화하려는 최근의 트렌드가 있습니다. 바이오매스 연료는 발전에 사용되는, 현대적인 의미의 땔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열매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는 팜씨앗껍질(PKS, Palm Kernel Shell)과 열매 과육에서 팜유(CPO)를 짜고 남은 섬유질(PMF, Palm Mesocarp Fiber)이 있습니다.


앞서 5장에서 설명드렸듯, 이들은 보일러 연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PKS의 경우, 바이오매스 발전으로 일본에서 수요가 많아,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판매되기도 하고, 팜유를 만드는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바이오매스 발전 연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PKS는 7장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종자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보통 좋은 종자인 테네라는 PKS가 얇고, 그렇지 않은 듀라는 PKS가 두껍습니다. 섬유질인 PMF는 대부분 공장에서 자체 바이오매스 발전 연료로 사용합니다.


이 외에도, 포도를 다 먹고 난 빈 송이 같은 빈 열매 다발(EFB, Empty Fruit Bunch)은 보통 팜농장에 다시 뿌려서 비료처럼 사용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바이오매스 발전 연료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EFB는 부피가 너무 커서 발전소에 넣기 어려운데, 파쇄, 건조, 압축의 과정을 거친 목재 연료인 펠릿 형태로 만들면 바이오매스 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EFB 펠릿은 발전소에 악영향을 미치는 알칼리 성분과 회분이 많고, 물에 닿으면 쉽게 풀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EFB펠릿을 바이오매스 연료로 만들기 위한 활용하기 위해 반탄화(Torrefaction)와 같은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람풍대학교에서 연구 중인 EFB 펠릿 (본인 촬영)


정리하자면, 팜열매에서 나오는 팜씨앗껍질(PKS), 섬유질(PMF), 빈 열매 다발(EFB)이 바이오매스 발전 연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팜열매 외에도, 기름야자나무 자체에서도 바이오매스 연료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기름야자나무의 줄기/잎사귀 부분을 Oil Palm Frond 혹은 줄여서 Frond라고 부릅니다.


기름야자 나무와 농장에 뿌려진 오래된 Frond (본인 촬영)


팜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이 Frond를 지속적으로 잘라내야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팜열매를 수확할 때마다 Frond들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이 Frond는 보통 팜농장에 다시 뿌려서 땅의 수분을 유지하거나 천연 비료처럼 사용하게 됩니다.


팜나무의 몸통 부분은 OPT(Oil Palm Trunk)라고 부릅니다. 팜나무는 심은 지 25~30년 정도 되면, 생산성을 위해 베어내고 다시 심는 재식재(Replanting)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렇게 재식재를 하면, 기존에 있던 베어낸 나무의 몸통 부분은 잘게 쪼개져서 바이오매스 연료로 쓸 수 있습니다.


재식재를 위해 베어지고 분쇄된 기름야자 나무 (본인 촬영)


이렇게 분쇄한 나뭇조각들을 그대로 땅에 두면 썩으면서 유기농 비료 역할을 합니다. 이 역시 가공하면 펠릿으로 만들어 바이오매스 연료로 쓸 수도 있는데, 높은 회분이나 낮은 열량 등 아직은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이런 OPT는 팜열매처럼 정기적으로 생산되는 게 아니라, 재식재라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바이오매스 연료로서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는 단점 또한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재식재가 활발히 이뤄질 시기가 오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쓰임새가 연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기름야자나무에서 만들어지는 바이오매스 발전 연료들, PKS, PMF, EFB, Frond, OPT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PKS, PMF는 이미 팜유 생산 과정에서 바이오매스 연료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EFB, Frond, OPT는 기존에 바이오매스 연료보다는 농장에서 비료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펠릿 기술로 부피를 줄이고 규격을 통일할 수 있게 되면서, 바이오매스 연료로서의 가능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최근 바이오매스 연료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요. 특히 바이오매스 연료로 원목이 사용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환경 보호하자면서 멀한 나무 베어내고 발전하는 게 환경 보호인가?”라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기름야자나무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 연료의 경우, 바이오매스(OPT) 연료를 얻겠다고 일부러 멀쩡한 나무를 베어 내지도 않을 테고, PKS, PMF, EFB, Frond 모두 팜유 생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산물들이니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부족한 열량을 개선하거나 발전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회분과 같은 성분을 최소화하는 연구가 성공한다면, 바이오디젤, 바이오가스 외에도 바이오매스 연료로서의 더 큰 쓰임새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연구들이 잘 돼서 팜유 생산이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아지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팜유 생산 공정의 Recycling Waste (출처: Sinar 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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