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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날 Jul 29. 2024

탄소 배출량 계산 방법

앞선 글들에서 팜원유 공장 폐수의 메탄 배출과 GWP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도 화학이 아닌 경제학 전공자인데요. "여자친구한테 멋지게 보이고 싶어서 '어떤 한 곡'을 피아노로 치고 싶어! 그런데 그거 하나 때문에 피아노를 기초부터 배울 생각은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탄소배출권을 알고 싶어서 이러이러한 화학식을 알고 싶어! 그런데 화학을 기초부터 배울 생각은 없어!"라고 생각하는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한 글입니다.


출처: CDM Methodology Booklet


앞서 이야기한 UNFCCC의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방법론 중 'Methane recovery in wastewater treatment'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일단 바이오가스에 앞서, 폐수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물이 얼마나 더러운지' 파악하는 개념에 대표적으로 COD(Chemical Oxygen Demand, 화학적 산소 요구량)와 BOD(Biochemical Oxygen Demand,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있습니다. '폐수', 즉 더러운 물과 깨끗한 물을 구분 짓는 요소는 많이 있을 텐데요, COD는 폐수에 들어있는 오염물질인 '유기 물질량'과 관련한 지표입니다. 유기 물질인 포도당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포도당의 화학 구조는 C6H12O6인데요. 산소가 개입하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할 수 있습니다.



앞선 글에서 보았던 호기성 분해와 같은 화학식입니다. 이 화학식에 따르면, ‘포도당 1개(1 mole)를 분해하기 위해 산소 6개(6 moles)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포도당의 분자량은 180g/mol, 산소의 분자량은 32g/mol입니다. 그렇다면 포도당 1개(180g) 분해하는 데 산소 6개(6 × 32g)인 192g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제곱미터 = m3, 1mole = 1개 로 표현하겠습니다.)


다시 COD로 돌아와서, COD는 폐수에 들어있는 오염물질인 '유기 물질량'과 관련한 지표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예를 들어 폐수 1m3에 오염 물질인 포도당이 1개 들어있다고 치면, 이 1개의 포도당을 분해(정화) 하기 위해 6개의 산소가 필요하고, 이 6개의 산소는 바로 위에서 이야기했듯 192g입니다. 그러면 이 폐수의 산소 요구량, 즉 COD는 192g/m3가 됩니다. 폐수 1m3에 포도당이 10개 들어있으면 COD가 1,920g/m3가 되겠네요.


COD 단위로 ppm( mg/L)을 많이 쓰기도 하는데, UN의 탄소 배출량 계산에서는 ton/m3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폐수를 리터(L)로 표시하다 보면 폐수 성분에 따라 질량이 얼마인가 하는 문제도 있을 것이고, m3로 정의하면 가로, 세로, 깊이만 재면 폐수 부피를 쉽게 확인할 수 있으니 부피 단위로 m3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COD에 대해 이야기하면 따라오는 게 BOD라는 개념인데요, COD에서 C가 Chemical이라면 BOD에서 B는 Biochemical입니다. BOD는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산소의 양이고, COD는 미생물이 분해하지 못하는 유기물까지 모두 분해하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입니다. 그래서 보통 COD가 BOD보다 더 큽니다. 폐수의 오염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COD와 BOD에 대해 모두 알아야 하지만, CPO Mill의 바이오가스와 탄소 배출권을 위해서는 일단 COD만 알아도 충분합니다.


다시 바이오가스 이야기로 돌아와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메탄(CH4)은 폐수의 호기성 분해가 아닌, 혐기성 분해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혐기성 분해 화학식을 다시 써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화학식을 보면 산소 개입이 없죠. 대신 오른쪽을 보니 메탄이 3개 나옵니다.


그러면 “포도당 1개(1 mole)를 혐기성 분해하면 메탄 3개(3 moles)가 나온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메탄의 분자량은 16g/mol이라, 메탄 3개의 분자량은 3 × 16g = 48g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예시를 다시 들어 폐수 1m3에 유기 물질인 포도당이 1개 들어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포도당 1개를 분해하기 위해는 6개의 산소, 즉 192g의 산소가 필요하므로, 이 폐수의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는 192g/m3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거꾸로 생각해서 1m3 폐수의 COD가 192g/m3라면, 여기에 1개의 포도당이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1개의 포도당을 혐기성 분해한다면 3개의 메탄(48g)이 나오게 됩니다. 이것을 정리하면, ‘COD가 192g/m3 인(포도당 1개 갖고 있는) 폐수 1m3를 혐기성 분해하면 48g의 메탄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48 나누기 192 하면 0.25가 되니, 같은 말로 ‘COD 1g/m3인 폐수 1m3에서 나오는 메탄은 0.25g’이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이것을 UNFCCC에서는 단위만 kg으로 바꿔서 이렇게 표현합니다.


(출처: 2019 Refinement to the 2006 IPCC Guidelinefor National Greenhouse Gas Inventories)


위에 설명한 내용을 짧게 나타낸 것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2019 Refinement to the 2006 IPCC Guidelinefor National Greenhouse Gas Inventories)


앞서 UN이 사용하는 COD의 단위가 ton/m3라고 했는데, 폐수의 부피(m3)에 COD를 곱하면, 이 폐수 정화를 위해 필요한 화학적 산소 요구량이 톤(ton)으로 나올 것입니다.


쉬운 예를 들어, 1m3당 1톤의 산소가 요구되는 폐수라면,(COD = 1톤/m3) 이 폐수 100m3는 정화되는 데 100톤의 산소가 요구될 것입니다. 단순히 100만 곱한 것이니 당연하겠죠. 그리고 이렇게 100톤의 산소가 요구되는 폐수는, 혐기성 분해(정화) 과정에서 25톤의 메탄을 배출할 것입니다. 위에서 계산한 것대로 1kg의 COD 당 0.25kg의 메탄가스가 발생하니, 100톤의 COD에서는 25톤의 메탄가스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25톤은 폐수 처리 시설이 폐수를 100% 혐기성 분해로 정화한다는 가정 하의 메탄 배출량입니다. 예를 들어 폐수 처리 시설이 폐수의 80%만큼만 혐기성 분해로 정화하고 나머지 20%는 호기성 분해로 정화한다고 하면, COD가 80% 줄어드는 혐기성 분해 부분에서만 메탄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폐수 처리 시설에서는 25톤 × 80% = 20톤의 메탄만 발생하게 됩니다.


같은 이야기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괄호 안에 단위를 표시해 두었는데, 아래와 같이 단위를 소거하면, 결국 폐수에서 나오는 메탄 배출량이 총 몇 톤인지 구할 수 있습니다.



위의 설명까지가 폐수에서 얼마만큼의 메탄이 발생하는지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그런데 1kg의 COD 당 0.25kg의 메탄가스가 발생한다는 것은, 조건이 갖춰진 실험실의 이론적인 수치입니다. 소위 'Good Practice'라고 합니다. 실제로 폐수 정화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하는 양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Good Practice에 MCF(Methane Correction Factor)를 곱해줘야 합니다.


MCF는 전문가들이 폐수가 정화되는 환경에 따라 실제 메탄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계산한 것인데요. 대부분의 CPO Mill이 사용하는 폐수 처리 시설, 정확히는 깊이 2m 이상의 혐기성 폐수 처리 시설은 MCF가 0.8입니다.

참고로 호기성 분해 시설은 MCF가 0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듯 호기성 분해, 즉 유기물 분해 시 산소가 개입하면 메탄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메탄이 발생하지 않으니, 그냥 0을 곱해서 메탄 발생량을 0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죠.


그렇다면 실제 폐수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의 양은, 아래와 같이 구할 수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든 것과 마찬가지로 1m3당 1톤의 산소가 요구되는 폐수라면,(COD = 1톤/m3) 이론적으로 이 폐수 100m3가 100% 혐기성 분해(정화)되는 과정에서 25톤의 메탄을 배출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폐수 처리 시설이 COD를 80% 저감 한다면, 20톤의 메탄을 배출할 것입니다. 여기까지를 'Good Practice'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폐수 처리 시설이 실제로 무엇인가에 따라 Good Practice 값에 MCF를 곱해줘야 하는데, 이 폐수 처리 시설이 CPO Mill의 혐기성 분해 시설이라면(MCF = 0.8), 20톤 × 0.8 = 16톤의 메탄을 배출하고, 이 폐수 처리 시설이 호기성 분해 시설이라면(MCF = 0), 20톤 × 0 = 0톤의 메탄을 배출하게 됩니다.


결국 지금까지 계산한 것은, 폐수에서 얼마나 메탄이 발생하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바이오가스 발전소는 이렇게 메탄을 발생시키는 혐기성 분해 시설에서 메탄을 포집합니다. 즉, 공기 중으로 날아갈 뻔했던 메탄을 잡아내는 것이죠.


사업성 검토 단계에서 탄소 배출권이 얼마나 나올지 계산할 때에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수식을 바탕으로 발전소가 없었을 때 공기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배출 많음)을 'Baseline Scenario'로 추정하고, 발전소를 지었을 때의 탄소 배출량(배출 적음)을 'Project Scenario'로 추정해서 둘의 차이를 프로젝트에서 감축한 메탄의 양으로 계산합니다.


CPO Mill 바이오가스 발전의 CDM 방법론(출처: CDM Methodology Booklet, UNFCCC)


마지막으로 앞서 GWP에서 이야기했듯 1톤의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21배 해롭고, 그래서 1톤의 메탄을 감축하면 21톤 CO2e만큼의 탄소 배출권을 인정해 주므로, 감축된 메탄의 양에 21을 곱하면, 바이오가스 발전소를 통해 감축한 탄소 배출권(Carbon Emission Reduction)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지식을 갖추고 있다면, CPO Mill의 폐수 배출량, COD 수치, Baseline과 Project Scenario의 COD 저감 비율 정보를 갖고 있다면 Baseline과 Project Scenario의 메탄 배출량을 비교해, 탄소 배출권이 얼마나 나올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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