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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글을 쓰지 못한 이유.

감정의 배설이 아닌 감정의 되새김이었다.

by John 강

글을 쓰고 나면 후련해질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 있던 이야기를 하나씩 끄집어 내다보니.

가슴속 깊이 묻어놨던, 왜 인도네시아에 가게 됐는지가 떠올랐다.


사랑하던 여자의 외로운 행복에 나는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그녀의 외로움을, 내가 채워 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글을 쓸수록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 났고, 나는 또 떠나야만 했다.

문득 그녀가 보고 싶은 날에, 그녀를 찾아가고 싶은 날에 갈 수 없는 곳으로.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멈추고 다시 떠났다.


지금은 나트랑에서 관광가이드란 직업으로 먹고살고 있다.

생소한 일, 생소한 장소.

그렇게 나는 그녀를... 그리고 글을 잊고 살아왔다.


그러다 문득 오늘 아침에 눈물이 났다.


그녀가 그리워서가 아닌.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했던 내 젊은 날의 초상이 그리워 눈물이 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일의 내가 그리워할 오늘의 나를 기록하기 위해 다시 글을 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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