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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해외취업 처음과 끝

나이가 좀 많으시네요.

by John 강

나이가 좀 많으시네요.



나이가 좀 있는 구직자가 회사 면접에 탈락하거나,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을 때, 제일 많이 듣는 말이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이 취업에 실패하면 스스로 제일 많이 하는 변명이기도 하다. 스펙이 부족하시네요, 란 말을 들으면 스펙을 채우면 되는데, 나이는 어려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취업을 포기할 수도 없다.


한국에서도 나이가 많으면 취업이 힘든데, 외국이라고 다를 건 없다. 인도네시아에서 사람을 뽑으면 대부분 중간관리자급을 뽑는다. 중간관리자면 나이가 많다면 좋은 거 아니야?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인도네시아 취업은 20대가 신입으로 공장에 생산관리로 취업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 그런데, 새로 뽑는 경력직 신입이 나이가 30대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어쩔 수 없는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에 신입으로 취업하려면 나이가 많을수록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취업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눈높이를 낮추면 된다.


뭘 포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주말? 주 5일제를 포기하고 주 6일, 주 7일 일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문화생활? 인터넷 정도 간신히 터지는 오지에서 생활할 자신이 있어야 한다. 참고로 벌레가 기본옵션이고 뱀은 애완동물이다.


월급? 한국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하는 것과 비슷한 급여를 주는 곳도 있다.


인간적 대우? 폭언을 일삼는 상사 밑에서 버티는 직원이 없다. 늘 공석이고 늘 채용공고가 올라온다.


너무 극단적인 예시라고 할지 몰라도, 전부 다 사실을 기반으로 말하고 있는 거다. 난 저 중에서 주말을 포기했다. 어떤 형은 문화생활을 포기하고 자카르타에서 3시간 떨어진 사마린다 지역에 취업해 몇 년간 바다만 바라보고 지냈다. 어떤 동생은 한국인이 받는 월급을 포기하고, 현지회사에 한국어 통역으로 취업해, 돈이 없어서 고시텔 같은 방에 살며, 자주 고장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했던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는 곳은 버틴 이를 만나본 적이 없다. 소문으론 술 마시다 상사를 때리고 한국 갔다는 이야기는 몇 개 들어 본 적 있다.


그렇게 하나씩 포기하고 인도네시아에 취업해 버틴 이들이 지금 어디에 있을까? 본인들이 원하지 않아 정확한 회사명을 말할 순 없으나, 대부분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로 이직해 잘 먹고 잘 지내고 있다.


그러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외 취업에 망설이지 말고, 처음 입사하는 회사가 별로라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대장간에서 쇠가 맞을수록 단단해지듯이, 힘든 상황을 버티고 나면 우리도 찬란하게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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