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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 나트랑

맛집과 멋집

by John 강

맛집과 멋집


며칠 전 돼지내장 구이집에서 노란 똥이 묻어있는 내장 구이를 먹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때의 실패는 SNS를 안 했기 때문이란 생각에 이번엔 SNS도 보고, 오픈 톡 방에 올라오는 글도 보며 심사숙고해서 고른 식당이다.


사실 불안하다. 한국인이 많이 가는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꼬치 집. 심지어 한글과 중국어가 적혀있는 메뉴판. 원래 내가 가진 기준에서는 절대 가지 않을 집이다. 그래도 꼬치 집이니 기본은 하겠지 하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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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 집은 입구부터 실망스럽다. 꼬치를 숯불이 아닌 가스스토브에 굽는다. 어떻게 SNS에서 호평을 받았지?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소스가 맛있거나 정말 잘 굽거나 했겠지 싶어 자리에 앉는다. 여러 가지 꼬치를 맛보기 위해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발을 각각 하나씩 주문했다. 음식이 나왔고, 또다시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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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돼지고기와 같은 시간을 구웠는지 수분이 날아가 소고기가 질겨졌다. 돼지고기에는 털 같은 게 붙어있었고, 양고기는 꼬지 중간에 비곗덩어리가 하나 꽂혀있었다. 또한, 소스는 시판 소스 그대로였으며, 꼬치에는 숯불 향이 입혀져 있지 않아 누린내가 살짝 난다. 부위선정, 굽기 등 모든 게 엉망이었다. 도저히 꼬치 전문점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퀄리티였다. 실망스러웠다.


만약 내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들렸다면 아쉽다 정도로 끝났을 불평이, 사전조사까지 하고 왔는데 맛이 왜 이래? 하는 불만과 만나니 도를 넘치는 날 선 비평이 만들어진다.


"이 고기는 너무 질겨 샌드백을 만들어도 되겠어."


아직 배가 고프고 꼬치도 더 먹고 싶은데 이곳에서 먹기는 싫다. 계산을 마친 후 숙소로 향한다. 숙소로 가는 길 그랩 푸드로 후기가 제일 좋은 배달 꼬치 집에서 최소 주문 금액에 맞춰 꼬치를 시키고, 맥주를 산다. 만약에 배달음식이 맛없으면 어때, 집에서 편하게 유튜브나 보면서 맥주 한잔 마시는 거다.

배달은 꽤 오래 걸렸다. 그래서 믿음이 간다. ‘오! 여기는 배달 식당인데, 주문받고 구워주는가 보다’. 30분 정도 지나서 꼬치를 받았다. 일단 양은 합격. 아까 먹은 식당하고 가격은 비슷한데, 양은 거의 두 배다. 꼬치도 따뜻하다.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은은한 숯불 향과 간장 탄내가 난다. 여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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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도 부드럽고 고기도 큼지막하다. 만족스럽다.


전직 식당사장의 눈으로 본다면, 첫 번째 가게는 식자재를 저렴한 걸 써 원가율은 낮은데. 음식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사람은 많다. 이걸 통해 미뤄 짐작해 보자면, 위치에 따른 임대료와 SNS 홍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지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가게는 식자재가 좋다. 그리고 판매 단가도 낮다. 배달 평점은 높은데 프로모션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걸 통해 미뤄 짐작하자면 박리다매를 통해...


아직 식당 물이 덜 빠진 걸까? 또 이상한 생각을 한다. 식당 생각을 떨쳐내러 온 여행이다. 맛있다는 것만 생각하고 꼬치에 집중하고 맥주나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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