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일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 나트랑

자랑스러운 기업 오리온.

by John 강

자랑스러운 오리온

이건 외국에서 잘 먹히는 꿀팁이니, 나중에 한 번쯤 써먹어 보면 좋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말레이시아에서도 일했고, 인도네시아에서도 일했다. 일하다 보면 거래처를 방문할 일이 종종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손님은 양손이 무거울수록 환영을 받는다. 그래서 사무실을 방문할 때면 선물로 뭘 사가야 할지 항상 고민이었다.


일단 한국인이니 한국제품을 들고 가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라면을 가져가자니 회사 사무실에 들고 갈건 아니고, 화장품을 사서 가기엔 내 주머니가 너무 부담스럽다. 그리고 봉지 과자를 사 가기엔 성의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난 항상 오리온 초코파이와 커스타드를 사 갔다.


“이거 드셔보신 적 있으세요? 초코파이가 한국에서도 1등이고, 러시아, 중국, 베트남에서도 1등입니다. 심지어 Halal 인증까지 받아서 걱정 없이 드셔도 됩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초코파이 상자에 그려있는 자킴 할랄(할랄식품 인증) 표시를 보여준다.


이야기를 마치고 초코파이 작은 상자 하나씩 나눠주면, 사무실 직원들 표정이 달라진다. 아 혹시나 오해는 하지 말자. 인도네시아가 아무리 개발도상국이라고 해도, 초코파이 하나 때문에 사람의 평판이 바뀔 정돈 아니다. 초코파이는 인도네시아 편의점에도 있다. 그저 한국인이 한국과 관련된 물건을 챙겨 와 한국문화를 소개해주는 게 기특한 거다.


인도네시아에서 일할 때 초코파이 선물하고 다닌 덕분에 좋은 이미지도 얻고 가성비 좋게 영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리온이란 브랜드를 보면 늘 고맙다. 그리고 그 반가운 오리온을 베트남 이름도 모를 휴게소에서 다시 만났다.


20231127_125328.jpg 휴게소에서 만난 오리온 과자 가판대. 제품이 한국과 다르다.


오랜만에 옛 추억을 되살려 초코파이 한 상자를 사려다, 망설여진다.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이 밖에 진열된 초코파이를 샀다간, 손가락이 초콜릿으로 범벅될 것 같다.


그래서 초코파이 대신, 옆에 걸려있는 감자칩 과자를 하나 골랐다.


20231121_122603.jpg 베트남 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오리온 과자 가판대. 제품이 한국과 다르다.


버스 안은 여전히 심심하고 지루하다. 몸을 이리저리 굴리듯 돌리다 보니 얼떨결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최상의 자세를 찾았다. 한 가지 단점이라면 온몸의 무게를 지탱하는 오른쪽 엉덩이 부분에 감각이 점점 사라져 간다. 책을 덮고 과자봉지를 뜯어 과자를 음미한다.


바삭바삭. 짭조름한 그리고 고소함. 역시나 맛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의 일탈일 뿐. 난 여전히 버스에 갇혀 있다.


비행기보다 불편하고 시간도 안 가는 버스에서 호치민에 도착하기만을 기원한다. 다시는 버스 타지 말아야지, 절대 버스 안 타야지. 분노와 답답함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좁은 의자에서 사람이 점점 미쳐간다. 알고 싶지 않지만 왜 방목한 소가 더 비싼지 알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일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습니다. - 나트랑